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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Aug 26. 2016

인간의 길 vs 도적의 길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독일의 문학가인 실러가 쓴 '군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형제의 갈등을 표현한 작품으로 당시에는 상영이 금지될 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영주인 모어 백작의 아들 카를과 프란츠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형 카를은 고리타분한 것을 싫어하고 술을 좋아하여 한량과 같은 생활을 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형이 못마땅했던 동생 프란츠는 형을 모함했고 그 결과로 카를은 집안에서 쫓겨납니다. 카를은 빈민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생활고와 가혹한 착취에 시달리던 그들이 산으로 들어가 산적이 되자 그들과 함께 행동하며 자신 역시 산적이 됩니다. 


이후 카를은 이전에 배웠던 군사지식을 산적단에 활용했고 그의 도움에 힘입어 산적단의 위세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대규모의 영주군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싸워 대승을 거두기도 하죠. 그러나 이 전투에서 도적단의 두목과 카를의 동료가 전사합니다. 두목은 카를의 공을 잊지 않고 죽기 전에 그를 새로운 두목으로 임명합니다. 귀족가의 자제가 도적단의 두목이 된 것이죠. 


반면 프란츠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를 구금하고 형과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까지 차지해버립니다. 그리고 가혹하게 영지민을 착취하고 세금을 거둬들이는 폭정을 저지릅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 둘 카를의 산적단으로 들어옵니다. 카를은 동료를 먹여 살리기 위해 귀족들의 집을 공격하기로 결심합니다. 귀족들을 공격하면서 카를은 프란츠가 아버지와 약혼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확인하고 복수를 준비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프란츠는 폭정에 의해 분노한 민중과 산적들의 공격에 자포자기하며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아버지 역시 카를이 산적단의 두목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죠. 카를은 자신이 추구하던 꿈과 이상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카를은 자수하며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정합니다. 


실러가 군도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바로 귀족의 억압과 부당한 착취구조였습니다. 프란츠가 도적이 된 상황이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영지의 주민들은 살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도적질을 하면서 삶이 더 윤택해지기도 했기 때문에 그들은 도적이 되기로 한 선택에 후회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선택이 과연 양심의 목소리에도 부합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카를이 도적단의 두목이 된 뒤로 주민들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다 한들 결국 그들의 정체성은 도적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도적이 하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이 도적질을 하는 대상(귀족)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요? 저는 그들이 이런 주장을 함에도 불구하고 도적질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양심에 손을 얹고 부끄럽지 않은 일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백성을 돕기 위해서는 카를처럼 도적단이 되어 영지민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를 수 있습니다. 홍길동이 활빈당을 조직하여 도적질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살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리를 무시한 채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도적질은 나쁜 행위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지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프란츠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만 하라는 말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도적질을 그만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될 선택지를 고르는 기준은 ‘올바르고 떳떳한 일을 하라’, ‘가까운 곳의 이익보다는 공익과 미래가치를 생각하라’의 2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조삼모사에 나오는 원숭이를 비판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역시 원숭이들과 비슷한 선택을 많이 합니다. 항상 공부하고 노력하며 자신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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