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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Sep 01. 2016

어떤 것이 의식의 전환인가?

생각만으로도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

10억을 주는 이벤트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주최측이 10억의 상금을 걸면서 참가자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한가지였습니다. 내가 10억을 받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게시판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공감을 받은 사람이 상금을 가져간다는 주최측의 공지 아래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떤 행동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만약 여러분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다면 어떤 의견을 냈을지 잠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이벤트는 독일의 한 라디오 콘테스트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총 10만 유로의 상금이 걸린 이 이벤트에 당첨되기 위해 사람들은 '고아원에 기부하겠다, 학교를 짓겠다, 세계여행을 가겠다' 등 다양한 의견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것으로는 1등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벤트가 종료된 뒤 1등의 자리는 의외로 카이저스라우테른에 사는 평범한 트럭 운전사 마르코 힐게르트씨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제안을 했던 것일까요?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제게 10만 유로가 생긴다면 저는 2만 5천 유로만 갖고 나머지는 시민들을 위해 하늘에서 뿌릴겁니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고 시민들이 그 돈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1등의 영예를 차지한 그는 실제로 기중기에 올라간 뒤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7만 5천 유로를 신나게 뿌려주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저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고 싶습니다. 그는 마케터가 지향해야 할 자세를 이미 갖춘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설계한 프로그램이나 제품을 통해 즐거움을 주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교육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생의 목적의식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마케팅 전문가 로리 서덜랜드의 사례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그는 ‘광고쟁이의 인생교훈(Life lessons from an ad man)’이라는 TED 강의에서 슈레디스라는 회사를 언급하며 우리의 선입견을 허물었습니다. 슈레디스는 우유에 부어먹는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로 이 곳에서 나온 제품은 우리나라의 초코첵스, 허니첵스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가 언급한 슈레디스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슈레디스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심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임원진은 오길비사의 인턴인 헌터 소머빌이 낸 기획안을 채택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정사각형 모양의 슈레디스 시리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각도만 90도 기울인 뒤 다이아몬드 슈레디스라는 상품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재료나 처리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죠. 이후 슈레디스는 재미있게도 상품체험단을 모집하여 기존 상품(슈레디스)과 신상품(다이아몬드 슈레디스)을 비교하는 영상을 촬영한 뒤 광고에 활용했습니다. 


이 작은 사건 하나가 몰고 온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는데 회사는 콤보 팩을 출시하면서 반대의견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슈레디스와 다이아몬드 슈레디스가 같이 들어있는 콤보팩은 어찌 보면 말장난이지만, 이런 브랜딩 전략 자체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꾼 것이죠. 그런 결과의 일환인지는 몰라도 체험단은 상품 인터뷰에서 기존 제품보다 다이아몬드 슈레디스가 더 맛있다고 말했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이상적인 사례로 꼽을 만 합니다.


다이아몬드 슈레디스와 슈레디스 콤보팩


제가 이렇게 마케팅에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이 사례가 교육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교육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합니다. 마케터가 기존의 것만을 반복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면 효과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교육의 경우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국가와 기업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21세기를 정의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창의력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는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주요 집단이 사교육 업체였습니다. 기업규모로 방대하게 구축한 데이터와 마케팅 전략에 학부모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공부하며 내적인 힘을 구축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된 김미연씨의 주장대로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있습니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먼저 우리는 기업이 그토록 방대한 정보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교육 업체의 마케팅 대상은 학생 전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교육 업체에 일하는 사람들은 야근과 밤샘근무에 시달리며 열심히 일합니다. 그들의 노력을 통해 학원의 경쟁력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를 개인에게 적용하면 그 방식이 약간 달라져야 합니다. 내가 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다 해도 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이 정보가 나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들이 몰래 숨겨놓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한 번쯤은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 내가 이를 활용할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하죠. 정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얻은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게 될 사람이 좋아하는지의 여부입니다. 교육의 경우라면 그 대상은 아이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교육과 방향을 끊임없이 확인하려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아야 마음을 엽니다. 헬리콥터맘을 엄마로 둔 자녀라면 아마 원하는 것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머릿속을 더 많이 채울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내게 쓸모 없는 것을 버리고 몸에 있는 것들을 자주 순환시키는 일과 자연스러운 사람의 바탕을 인위적으로 무너트리려 하지 않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문제는 덜어낼 것은 많은데 자꾸 자신을 다른 어떤 것으로 채우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옛날과 비교하면 영양학적으로 훨씬 더 좋은 환경에 있음에도 우리의 병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작정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외부의 지식을 주입하면 몸과 마음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공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결국 공부를 통해 혜택을 봐야 하는 것은 학습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정보든 학습자의 성향에 맞춰져야 하고, 학습자는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방법은 많아야 10가지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꼭 대학과 관련되어야 한다는 이유도 없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진국을 보면 좋은 대학이 좋은 인생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능직으로 일하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직장인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법니다. 이 말은 서양에서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이 우리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일부인 '학부모의 진짜공부'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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