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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10. 2023

[시작하며] 코끼리와 동전

생각하기 나름?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스토아 철학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자신의 의지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경구들이 왜 나에겐 별로 소용이 없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구를 읽을 때뿐이고,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받아들인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보다 대개 부정적인 것에 대해 적용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나를 놓아주기를 기대합니다. 받아들인 것이 나쁜 기억이라면 가급적 다시 떠오르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받아들이려고 혹은 수용하려고 하는 아프거나 나쁜 기억일수록 집요하게 생각의 빈틈을 파고듭니다.


심리학 실험 중에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실험이 있습니다. 이런 주문을 받은 사람들은 분홍 코끼리 대신 다른 것을 떠올리려고 할수록 분홍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합니다. 이는 생각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이 생각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를 제시합니다. 이제 분홍 코끼리 대신 다른 것을 떠올리기로 합니다. 다른 것은 '동전'으로 정했습니다.


동전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동전하면 반사적으로 '양면'이 떠오릅니다. 동전은 양면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떠올리자면 '푼돈'입니다. 푼돈은 '사소함'의 상징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분홍 코끼리는 해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각자가 이미지로 그리는 분홍 코끼리일 뿐입니다. 코끼리는 무겁습니다.

동전도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각자가 그리는 이미지의 동전이 있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습니다. 동전은 한쪽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동전이든지 다른 쪽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동전은 단순하게 한쪽 면과 다른 쪽 면만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줍니다. 동전은 코끼리에 비해 가볍습니다.


이 매거진 <<코끼리와 동전>>에서 '코끼리'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때 너무 거대해서 길을 잃는 것을 상징합니다. 반면 '동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단순화할 수 있고, 다른 면을 볼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 방법을 '선택'에 방점을 찍고 '동전의 한쪽면과 바로 접해 있는 다른 한쪽 면'에서 찾아보겠습니다.


뇌는 인지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편향'이라고도 합니다. 이 매거진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자! 시작합니다.


아참! 하나 덧붙여 볼까요? 당신은 코끼리와 동전을 만나기 위해 무엇은 준비해야 할까? 마침 방금 읽은 책의 한 구절에서 힌트를 찾아볼까 합니다.


>> 불쌍한 거지 나사로가 연석을 베개 삼아 누워서, 이를 딱딱 마주치고 누더기가 벗겨질 만큼 몸을 덜덜 떨면서, 넝마로 두 귀를 틀어막고 옥수수 속대로 입을 메워도, 그 사나운 유로클리돈(지중해 북동풍)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자주색 비단옷으로 몸을 감싼 부자 노인은 말하겠지. 유로클리돈?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서리가 내려서 정말 멋진 밤이군. 오리온자리의 별들은 얼마나 밝게 빛나는가. 북극의 오로라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영원한 온실의 동양 여름 같은 기후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말하게 내버려 둬라. 나는 내 석탄으로 내 여름을 만들 특권만 있으면 된다. >>   _모비딕(허먼 멜빌)


이글에서 동전을 찾으셨습니까?

이제 내 생각으로 내 동전을 만들 특권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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