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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13. 2023

금지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금지라는 코끼리를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는 금지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안전하려면 유아기 때부터 금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아기는 "안 돼요. 위험해요."라는 말을 듣고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불에 덴다든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금지는 생존해야 하고 집단을 이루어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입니다. 유아기에 익숙해진 금지가 성인이 되어서도 잠재의식 속에 남아서 코끼리의 말뚝처럼 자기를 옥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부모나 주변인들의 반대가 있으면 애정이 더 절실해지고 깊어지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남녀 주인공은 원수 가문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애정이 더욱 깊어지다가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처럼 금지는 자기 자유를 위협받거나,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주변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그것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저항기도 합니다. 

금지는 타인이 강요하는 것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 영화를 간절히 보고 싶었던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시험 기간 직전이 그때입니다.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앞에 두면, 평소에는 별로 관심도 없던 영화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신기한 건 시험 기간이 끝나면 영화 보고 싶던 욕구는  사라집니다. 하지 못하는 건 더 간절해집니다. 인간은 가끔 금지된 것을 선망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합니다.

금지라는 코끼리를 동전으로 단순화해 봅니다. 동전의 한쪽은 단어의 뜻 그대로 못하게 하면 그만두게 되는 면이다. 다른 한쪽은 하지 못하게 하면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생겨서 더 간절하게 하고 싶어지는 면입니다.


사리 판단이 가능한 인격을 가진 인간에게 금지를 요구하려면 신중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피해나 불이익이 자명하거나 생명의 위협이 될 정도로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금지를 삼가는 게 좋습니다. 금지는 어쨌든 불쾌한 감정을 불러옵니다. 인간은 불쾌한 감정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동전의 어느 면에 속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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