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르마이 Sep 17. 2023

자유

자유의 울타리

책을 읽다가 자유라는 코끼리를 떠올립니다.


"자유로운 인민이여, 이 규칙을 기억하라. 우리는 자유를 획득할 수 있을 뿐, 결코 그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_장-자크 루소(사회계약론)


인간은 자유를 갈구합니다. 자유의 반대는 구속입니다. 구속당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디엔가 구속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독립할 수 없습니다. 독립할 때까지 부모나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완전한 자유의 갈망은 숙명을 거스르는 욕망입니다. 


인간은 자유를 만지고 느낄 수 없습니다. 자유는 허상입니다. 자유라는 허상을 실상으로 바꿔봅니다. 즉 자유라는 코끼리를 동전으로 바꿔봅니다. 


자유라는 동전이 있습니다. 동전의 한쪽은 '울타리 밖의 자유', 다른 한쪽은 '울타리 안의 자유'라는 면입니다. 전자는 인간이 꿈꾸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완전한 자유, 후자는 인간의 숙명인 어딘가에 구속되는 제한된 자유입니다. 


'울타리 밖'은 내 편이 누구인지 모르는 곳에서의 자유, '울타리 안'은 내 편이 있는 곳에서의 자유입니다. 울타리 밖은 누구도 자신의 자유를 내놓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자유를 누리지만,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곳입니다. 울타리 안은 각자가 자신의 자유를 일부 내놓지만,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는 곳입니다. 


자유의 울타리를 현실에 대입하면 가정과 직장이 있습니다. 울타리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보상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구성원의 자유는 울타리로 제한됩니다. 자유라는 울타리는 정서적 경제적 안정, 즐거움, 보람, 행복 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줍니다. 


장-자크 루소의 말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는 자유를 획득할 수 있을 뿐, 결코 그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이 말을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에 대입해 보면 가정에서는 이혼, 직장에서는 퇴사입니다. 우리는 울타리 안의 자유를 획득한 상태이지만,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간 울타리 안에서 찾지 못했던 자유를 다른 울타리에서는 찾을 수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어디서건 울타리 안의 자유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울타리를 벗어나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가정 폭력이나 배우자의 외도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직장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부당한 대우의 문제가 있다면 다른 울타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경우에 다른 울타리를 찾는다면, 자유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울타리를 찾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간은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 때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탈주를 꿈꿉니다. 마치 저기만 넘어가면 자유가 나를 반기고 있을 거란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있는 한 어딘가에는 누군가와는 연결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완전한 자유라는 허상을 좇다가 자기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 안의 제한된 자유마저 누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윤태호의 웹툰 소설 미생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회사 안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 이 글은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다가 자유라는 단어에서 떠올린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 사용한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회계약론에 나온 자유의 의미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