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속의 비밀>을 읽고
1,2권 각 500 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추리 소설이다. 내가 사랑하는 매력적인 도시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고 해서 집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밀도 추리 소설을 읽고 싶기도 했다.
역시 끊임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긴박한 호흡,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플롯, 한 톨도 버릴 것 없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곳곳에 담긴 입에 착 붙는 감성 표현, 핵심을 찌르는 정확한 묘사 등 나를 사로잡는 책의 매력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결국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늘 관심 있는 주제가 뇌과학이다. 인간의 의식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질까?
처음에는 추리 소설의 재미 만을 생각했다가, 읽다 보니 다양한 문화 코드와 해박한 지식을 접했고,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과학적 사실들을 마주했다.
주인공 캐서린 솔로몬은 인간 의식과 정신을 연구하는 노에틱 과학자로, ‘비국소적 의식’ 이론을 주장한다.
의식은 뇌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해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한다. 즉 의식이 우주에 편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의식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의식을 경험할 뿐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뇌는 이미 존재하는 의식 매트릭스와 상호작용한다.
우리의 미래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다. 인간은 빠르게 진화하는 또 다른 종족, 즉 기술과 결합하게 될 것이다.
뇌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 즉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받는 라디오와 같다.
비국소적 의식의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수신기일 뿐이다. 뇌는 글로벌 의식 클라우드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을지 선택한다. 글로벌 의식은 우리가 접속하든 안 하든 늘 완전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플라스마 물리학, 비선형 수학, 의식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서 ‘비국소적 의식’의 진정성이 뒷받침 되고 있다. 중첩 원리, 양자 얽힘 같은 새로운 개념이 모든 시대에 모든 장소에서 만물이 존재하는 우주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우주의 본질은 통합이다.
이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직감이나 예감이 드는 것은 라디오가 평소엔 안 잡는 다른 방송국의 짧은 전파 가닥을 잡는 것과 같다. 뇌가 여러 방송국의 전파를 너무 또렷이 포착할 경우, 대단히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조현병, 해리성 정체 장애, 다중 인격 등이다. 이런 모든 증상을 이 새로운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온라인 세상은 현실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 안에 공동체, 친구, 아름다움, 공포, 사랑, 갈등, 옳고 그름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바로 ‘비국소적’이라는 것.
온라인 세상은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분리되어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모든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육신 없는 정신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뭐든 볼 수 있고, 뭐든 배울 수 있고, 다른 육신 없는 정신들과 소통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우리는 육신 없는 의식이다.
인간은 가상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일종의 ‘비국소적’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체 이탈 체험과 비슷한 점이 많다. 몸과 분리되어 무게도 없는 존재가 되고, 모든 것과 연결된다. 필터를 내려놓고 핸드폰 화면을 통해 세상 전체와 소통하면서 온갖 경험을 할 수 있다.
지금의 기술적 도약이 어쩌면 영적 진화의 일부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물리적 세상에서 분리되어 만물과 연결된 의식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과학계는 죽음 너머에 무언가가 정말 존재한다는 증거를 계속 발견하고 있다. 우리는 그 메시지를 외쳐야 한다. 이건 ‘비밀 속의 비밀’이다.
인간의 의식은 뇌에서 만들어지는가 외부에서 오는가?
허구와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추리 속에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뇌 임플란트 등 뇌과학의 최첨단 기술이 구현되는 현실을 실감나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