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Prologue 1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24년 12월 4일의 기록
내가 처음 이 책을 써 내려간 것은 작년 12월 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환자들과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들을 구하는 것이 나의 천직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결코 대단한 경제적 대가나 명예를 가져다 주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외상센터를 지켜 왔다. 이 땅의 모든 바이탈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밤 우리의 일부가 조금씩 갈려나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환자가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고 싶었기에 이쯤은 괜찮다 되뇌었던 것 같다.
책 출판을 일 주일 남겨 두고 시작되었던 정부발 의료 대란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 세대는 떠나갔으며 바이탈 의사들은 예비 범법자가 되어 버렸다. 난데없는 계엄령에 의료인은 처단 대상이 되었다. 십수 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응급 의료 체계가 파괴되었지만, 관료들은 국민을 안심시키려 우스꽝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타노스의 손짓 한번에 개혁되어 버린 것은 대한민국 의료가 아니라 과거에 이토록 환자를 사랑했던, 내 생을 쪼개어 주면서라도 살리고자 했던 그런 처절한 마음이거늘.
그러기에 이 책은 내가 목이 메도록 사랑했지만 떠나보내야만 했던 환자의 기록인 동시에 바이탈 의사로서 나의 ‘시한부’ 유서와도 같다. 주위의 멸시로부터, 소송의 위험으로부터 그리고 이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 보았지만, 그것은 거인의 발에 짓밟힌 개미의 움찔거림조차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돌아왔다.
이병률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인생을지내기 위해 다시 길을 잃고 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인생은 명백해질 것이다. 이것 이외의 길은 없을 거라는 단호함으로 나는 ‘잠시’ 있다 돌아오려 한다.
만족하십니까. 지금 그들이 말하는 의료 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