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Prologue 2
아무것도 아닌 죽음은 없다:
24년 2월 6일의 기록
‘제발 돌아와.’
누군가를 향해 이렇게 간절히 외친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절절한 사랑을 해 본 사람이다. 그간 못해 줬던 일만 떠올라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얼굴을 1초라도 더 보고 싶어서 당신은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도 생전 처음 보는 이의 심장에 대고 간절히 외친다. 제발 돌아오라고, 제발 한 번만 다시 뛰어 달라고. 이미 멎어 버린 심장이 기적같이 박동하여 뭔가 더 시도할 기회가 생기기를. 머리로는 끝났음을 알아도 매순간 바라고 또 바라며 외친다.
사실 외상센터는 책이나 쓸 정도로 한가한 곳이 아니다. 사고가 끊이질 않고 인력은 부족하다. 책 쓸 시간에 환자나 한 명 더 보라며 비아냥대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리기로 했다. 내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그들의 인생을 모나게 했던 풍파에 대해서. 나 혼자 간직해도 그만이지만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기에 책을 썼다. 조기에 마감돼 버린 내 환자의 삶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 특별한 흔적으로 남도록.
평범한, 아무것도 아닌 죽음은 없다. 하나의 생명이 존재하던 세상과 그것이 사라져 버린 세상은 완전히 다른 우주다. 때문에 나는 그 생명 하나하나가 별빛이 되어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는 장면을 모조리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로 찰나였음에도 가슴에 강렬히 새겨졌다.
그 찬란한 우주가 몇 주, 몇 개월 뒤까지, 100번 이상 선명하게 맴돌아 나를 미치게 할 지경이 되면 비로소 그들은 나만의 방식으로 글이 됐다. 고로 이 책을 통해 유출될 환자의 개인 정보는 없을 것임을 밝혀 둔다.
떠나간 이들의 삶이 아름다웠기에 내 글이 아름다워졌고, 때로는 격정적이었기에 내 글도 사무쳤다. 그들의 삶이 부조리했던 시점에서 내 글도 함께 분노했다. 물론 해학과 따스함, 일곱 빛깔의 희망으로 가득한 삶도 존재했다.
먼 훗날, 당신이 환자 또는 보호자로서 나와 외상센터에서 마주쳤을 때, 글 쓰는 데 바빠 치료를 소홀히 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나는 이 책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그런 연유로 가끔 삐그덕거리는 문장이 눈에 밟힐 수 있다.
또한 나는 바이탈 사인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외상팀 리더이다. 수술대 위에서 나의 손은 망설이지 않는다. 내가 이토록 용맹할 수 있는 건 얼마 남지 않은 권역외상센터 동료들, 외과 의사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스승님들, 사랑하는 가족, 그간 떠나보낸 환자들이 나를 지켜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과 내가 외상센터에서 만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난 당신을 꼭 살려 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