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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May 04. 2021

마라케시 알아가기

스페인 여행 일기: 모로코 여행, 마라케시 역사, 예약 택시, 에어비앤비

반가워, 마라케시

Enchanté, Marrakesh



탕헤르에서 9시간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차여행을 마치고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아직 탕헤르에서의 충격과 긴장이 가시지 않은 나는 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이 도시에 도착했다는 환희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여행지인 만큼 마라케시에 대해 알고 싶었다.


마라케시는 카사블랑카 Casa Blanca, 페즈 Fez, 탕헤르 Tanger 다음으로 모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모로코의 한 왕조였던 알모라비데스 Almorávides 왕조에 의해 1062년 수도로 세워졌다. 이슬람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서 군사적 요충지에서 상업 중심지로 발전했으며 사하라 사막을 지나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이남 지역(el África negra, Sub-Saharan Africa)까지 가는 카라반들이 거쳐가는 도시가 되었다.


알모라비데스 왕조는 마라케시를 기점으로 11세기에 모로코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들은 이베리아반도까지 진출해 가톨릭 세력들을 정복하고 이베리아반도의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큰 세력을 갖추게 된다.


711년부터 725년까지 아프리카를 통해 이베리아반도로 진출한 이슬람 세력들은 북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베리아반도를 거의 다 정복한다. 722년부터 이베리아반도 북쪽에서부터 가톨릭 세력의 재정복 전쟁인 레콘키스타 Reconquista가 시작되었고 1492년 그라나다 함락을 마지막으로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반도에서 물러나게 된다.


1147년부터 1269년까지 알모하데스 Almohades 왕조가 모로코를 통치하면서 전성기를 맞은 마라케시에는 이전 왕조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새 왕조의 건축물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왕조의 힘이 커지면서 수도였던 마라케시는 울창한 정원, 화려한 궁전, 거대한 사원과 함께 코란 학교들이 지어진 웅장한 수도가 되었다.


이 당시에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들로 인해 마라케시는 ‘붉은 도시’혹은 ‘황토색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알모하데스 왕조가 스페인에서 벌어진 레콘키스타 전쟁에서 수차례 지면서 힘을 잃게 되자 마리니드 Imrinen 왕조로 대체되었고 이때 수도의 자리를 페즈에게 빼앗긴다. 이후 3세기가 지나서 사디안 Saadian 왕조에 의해 다시 모로코의 수도가 된다. 사디안 왕조는 기존의 유적들을 복원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이슬람 서부지역 문화의 중심지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19세기 영국을 통해 첫 유럽과의 교역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북아프리카는 차지하려는 유럽의 강대국들의 이익에 의해 모로코는 프랑스령과 스페인령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모로코의 술탄 정부는 갈수록 세력이 약해졌으며 1912년 페즈 조약을 통해 모로코는 프랑스 식민지가 되어 1956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orocco


마라케시 역사를 공부했으니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예약 택시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조금 먼 곳을 가거나 짐과 함께 이동해야 할 때 택시를 자주 이용했는데 그때마다 숙소 매니저나 주인들에게 예약을 부탁했고 바가지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모두가 너무도 친절히 도와주었고 덕분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마라케시의 에어비엔비를 예약하고 난 후 호스트 세실 Cécile에게서 아주 친절한 연락이 왔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아직 잘 갖춰져있지 않고 메디나 안에 워낙에 복잡해 숙소까지 가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메디나 안을 헤맬 자신이 없던 나는 마라케시 기차역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숙소에 가겠다고 했다. 세실은 걱정하지 말라며 직접 택시를 예약해 주겠다고 했다.


세실의 에어비앤비 손님들이 항상 이용하는 택시라고 하면서도 내가 불안해할까 봐 역에서 숙소까지 대략 걸리는 시간, 지불해야 되는 비용까지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불안한 마음을 조금 잠재울 수 있었다.


내가 탄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 나와있던 야시나 Yassina 아저씨의 택시를 바가지 없이 탈 수 있었다. 웃음소리부터 유쾌했던 아저씨는 너무 늦게 다니지 않는다면 위험할 일은 없다며 겁먹지 말고 마라케시를 마음껏 즐기라고 얘기하셨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들라고 응원해 주시면서 골목 안에 있는 숙소까지 짐도 들어주시고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모로코에서 여행한다면 예약 택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실의 에어비앤비

Cécile's Airbnb



야시나 아저씨의 안내를 따라 좁은 골목을 구불구불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마라케시의 귀족 관리가 살았던 집을 개조한 숙소는 건물 구조도 장식들도 낯설었지만 어딘가 아늑했다. 건물 전체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필요한 공간은 모던하게 개조되어 있었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어 낡은 부분들은 빈티지스러운 매력으로 보였다.


1층에는 거실, 부엌, 화장실이 있었고 2층에 방 3개가 있었다. 아주아주 오래된 석조 건물이었는데 뻥 뚫려있는 거실 바로 윗부분을 두꺼운 천막으로 막아 햇빛과 바람이 그 틈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바깥인 듯 아닌 듯한 구조가 재밌었다. 나흘 동안 이 집의 2층 방에서 편안하게 지냈다.


오랜만에 다시 세실의 에어비엔비를 확인해보니 집 전체를 수리하고 인테리어를 더욱 예쁘게 해놓았다.






마라케시 여행 메이트



마라케시에 도착한 날 밤 간단히 짐을 풀고 거실에서 쉬고 있는데 벨기에에서 온 친구가 숙소에 들어왔다. 마라케시와 모로코가 너무 좋아서 마라케시를 다섯 번 째 여행하고 있다는 버딘 Berdine은 나에게 마라케시와 모로코의 매력에 대해 한참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풀렸지만 혼자 다닐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내 불안한 눈빛을 읽은 버딘은 나에게 먼저 다음날같이 마라케시를 둘러볼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나의 마라케시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긴 여정으로 피곤했던 나는 일찍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났다. 이미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온 버딘과 함께 숙소에서 내려준 차를 마시면서 계획을 짜고 있는데 한 남자가 숙소로 들어왔다. 미국에서 온 스티븐 Steven 이었다. 모델같이 예뻐서 엄청 도도했던 영국 여자애들이 떠난 방에 스티븐이 지내게 되었다.


시카고에서 바로 마라케시로 날아온 스티븐은 나와 마찬가지로 모로코 여행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2주간의 모로코 여행을 빼곡한 계획들로 단단히 준비해왔는데 모로코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가이드북과 뉴스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그리고 모로코를 경험한 주변 지인들의 우려들로 수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탕헤르에서 일어난 내 경험담을 들은 스티븐은 나와 함께 두려움에 떨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서 마라케시 여행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을 것 같다. 우리는 스티븐이 떠나는 날까지 3일 동안 꼭 붙어 다니자고 약속했고 여기에 버딘이 기꺼이 우리의 대장이 되어주기로 했다.


버딘은 이틀, 스티븐은 사흘 그리고 나는 나흘 동안 머물 예정이었다. 이틀 동안 3명이서, 하루는 스티븐과 둘이서 여행하고 모두가 떠난 뒤 마지막 하루 나 홀로 마라케시를 여행했다. 따로 또 같이 여행했던 이 일정이 나에게는 마라케시와 모로코를 적응하는 훈련 같은 시간이 되어 마지막 날을 나름 완벽하게 보낼 수 있었다.


버딘, 스티븐과 함께하는 동안 천천히 낯선 마라케시에서 적응할 수 있었고 이 시간들은 모로코의 다른 도시들을 홀로 여행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준듯한 너무 고마운 여행 메이트들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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