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화이트 래빗 갤러리 White Rabbit Gallery
Wed to Sun 10am-5pm
Mon & Tue closed
입장료 무료
시간이 된다면 여행을 하는 도시의 미술관을 꼭 가는 나는 시드니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미술관을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미술관들은 큰 규모의 미술관뿐이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화이트 래빗 갤러리 같은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은 모두 예술을 사랑했다. 시드니의 미술관들을 주기적으로 다니고 그림을 사모으며, 전시회를 여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한 화이트 래빗 갤러리가 궁금해 찾아가 보았다.
화이트 래빗 갤러리는 21세기 중국의 현대 미술을 전시하기 위해 2009년 문을 열었다. 이 갤러리를 설립한 주디스 닐슨 Judith Neilson은 2001년 베이징을 여행하면서 현대 기술을 사용한 창의적인 작품들에 매료되어 중국 밖의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했고 이 갤러리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과 타이완을 수 없이 다니며 500명의 아티스트의 25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수집했다.
중국의 현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시드니에 있다고 생각하니 주디스의 선택을 받은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현재 이 갤러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1940년대에 만들어진 롤스 로이스 서비스 센터였는데 갤러리의 용도에 맞게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1년에 2개의 전시가 열리는데 국립 미술관들처럼 거대한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전시 준비를 하는 매년 2월과 8월에는 잠시 문을 닫는다.
이 갤러리는 주디스 닐슨이 기부한 곳으로 입장료가 무료이다. 이전에 갔던 호주 현대 미술관도 특별 전시를 제외하고는 무료입장이었는데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아름다웠다.
7 September 2018 to 3 February 2019
내가 화이트 래빗을 방문했을 때에는 슈퍼 내추럴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이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여러 색이 조화롭게 섞인 것도, 스프링 페스티벌이 시작될 거라는 귀여운 제목도 모두 좋았다. 한 색깔 당 커다란 물감 한 통을 다 부은 듯 두껍게 올라간 물감은 마치 조각품처럼 보였는데 갤러리에서는 캔버스 위의 '산'을 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완성하는데 6개월이 소요된 이 작품은 강렬한 색들이 춤추듯이 얽혀있고 길고 추운 겨울이 끈나고 지구의 새 시작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어때요? 그렇게 느껴지나요? 두꺼운 물감이 마구 섞인 모습을 보고 나는 미소 지었다. 아무렇게나 막 섞어 놓은 것 같아 재밌었고 쌓여있는 물감의 색이 조화로워 기분이 좋아졌다. 캔버스 크기도 거대했고 이만한 물감을 올리려면 무게도 상당할 것 같았다. 이만한 그림을 걸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 문득 생각했다.
이 작품에는 굉장히 아픈 사연이 담겨있다. 2014년 Yang Maoyuan은 베이징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친구와 그의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다리던 중 그의 지인과 중국인 아티스트 30명이 타고 있던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Yang Maoyuan은 전 세계의 친구들에게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와 친구들의 애도의 마음이 담긴 35개의 사진이 모여 전시되고 있었다.
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는 하늘 사진들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읽기 전까지는 하늘이라는 것도 잘 몰랐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모두가 다른 색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색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Yang Maoyuan의 사연을 읽고 나서는 마음이 먹먹해졌는데 이 작품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시드니에 있다고 해서 시드니나 호주에 관련된 것들만 볼 필요가 없다.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최대한 시드니가 가진 것들을 즐기려고 노력했고 이 갤러리가 그런 기쁨을 준 곳 중 하나였다. 예전엔 우리가 만나보지 못했던 것들에 잠깐 시간을 쓰는 것도 좋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미술관에 가고 싶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