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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Dec 03. 2020

그라시아 지구 내추럴 와인바 바 살바차

나의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지구 와인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바르셀로나에서 갔던 수많은 와인 바 중 그라시아 지구 끝에 있는 한 와인 바가 떠올랐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로 가득 차는 이 바는 노랫소리 대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 퍼지는 곳이다. 목소리를 힘껏 높여야 앞사람에게 내 이야기가 전달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정확히 듣기 위해서는 와인 잔을 잠시 내려놓고 최대한 집중해서 귀 기울여야 한다.


북적북적한 분위기 싱싱한 올리브 내추럴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그라시아 지구의 와인 바 바 살바차가 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났다.







바 살바차 
BAR SALVATGE

그라시아 지구에서 분위기 좋은 와인 바와 괜찮은 레스토랑이 이어져있는 베르디 거리를 올라가면 조금 한적해진 거리 한 쪽에 바 살바차가 위치하고 있다. 큰 창밖으로 붉은 조명이 새어 나오는 바 앞에는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거나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덕분에 바 살바차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바 살바차에서는 신선한 내추럴 와인들을 탭에서 바로 맛볼 수 있다. 좋아하는 맛을 설명하면 직원들이 최대한 알맞은 와인을 추천해 주는데 조금씩 맛을 보고 난 후 선택할 수 있다. 병에 담긴 와인도 다양한 종류를 갖고 있는데 선호하는 맛을 기본으로 신중하게 골라준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간단한 애피타이저부터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샌드위치와 달달한 디저트까지 갖추고 있다. 나는 올리브와 후무스를 주로 먹었는데 이 집 올리브가 아주 싱싱하고 절인 소스도 너무 맛있어서 와인과 찰떡이다. 다른 요리 메뉴들을 직접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의 평이나 인터넷의 후기가 좋았다.






내추럴 와인

일반 와인이 장기 보관을 위해 산화 방지제와 이산화황을 넣어 만들어지는 반면 내추럴 와인은 태초에 와인을 만들었을 때처럼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다.


포도가 자라는 토양부터 중요시하는 오가닉 와인,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물질을 완전히 배제하는 비건 와인, 그리고 해, 달, 별의 주기를 반영하는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으로 더욱 세분화된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2~3년 안에 마셔야 하고 아주 소량만 생산되어 희소가치가 높고 그만큼 가격도 일반 와인에 비해 높다. 내추럴 와인이 대세라 조금씩 다루는 곳이 늘고는 있지만 장기 보관이 어려워 일반 레스토랑에서 쉽게 마시기는 아직 어렵다.


이런 내추럴 와인을 바 살바차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와인 한 잔


선호하는 와인의 맛을 직원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한두 개 정도 시음을 한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맛을 고른다. 내 취향을 고심해가며 내 혀끝에 맛있는 와인을 맛보며 신중하게 고른 와인일수록 한 잔이 더욱 달다. 친구와 함께 고른 그날의 와인 한 병을 오픈할 때 우리의 시선은 코르크에 집중되고 기대했던 그 맛 일지 설렌다.


좋은 와인이 줄어들수록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는 깊어진다. 붉은 조명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우리의 분위기도 무르익는다.


탭에서 바로 담아 마시는 내추럴 와인과 많은 종류의 와인을 병으로도 즐길 수 있는 바 살바차는 바르셀로나에서도 수준 높은 와인을 괜찮은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와인 바이다.


바 살바차에서 신중하게 고른 내추럴 와인들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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