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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27. 2021

그라나다 알람브라 나사리 궁전

스페인 여행 일기: 그라나다 이슬람 예술의 정수, 알람브라 나사리 궁전

무어인의 유적



서유럽에서 스페인이,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이 매력적인 이유는 7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스페인에 자리 잡은 무어인들의 흔적 때문이다. 지금 스페인의 도시나 거리 같은 지명, 매일 사용하는 단어, 사람들의 외모와 이름까지도 무어인들의 이슬람 문화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7세기에 거쳐 셀 수 없이 많은 것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들의 유적지가 제일 존재감이 크다.


도시마다 있는 그들의 유적지를 통해서 나처럼 스페인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도 한눈에 수백 년 전 무어인과 이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무어인들이 이베리아반도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도시 그라다나에서 알람브라는 스페인에 남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물이다.






알람브라



나사리 왕조의 시초인 알-아마르 Al-Ahmar에 의해 아랍어로 ‘붉은 성’을 의미하는 알람브라의 건설이 1238년에 시작되었다. 80년이 지난 1358년에 나사리 왕조의 궁전, 정원 및 요새가 함께 있는 형태로 알람브라가 완성되었다. 1492년 나사리 왕조의 마지막 술탄 무함마드 12세가 스페인의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에게 항복할 때까지 알람브라는 그라나다 도시 자체이자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무어인들의 수도였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을 몰아내고 가톨릭이 차지한 레콘키스타가 완료된 후, 스페인의 왕들은 알람브라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궁전을 하얀색 도료로 칠하고 도금을 더했으며 기존의 가구들은 훼손되거나 버려졌다. 카를로스 1세(1516–1556)가 르네상스 스타일의 궁전을 짓기 위해 알람브라의 겨울궁전을 파괴했고 펠리페 5세(1700–1746)는 이슬람 양식의 건물을 이탈리아식으로 개조했다. 1812년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백작에 의해 몇 개의 탑이 무너지고 1821년에는 지진으로 인해 추가적인 훼손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19세기 후반에 스페인 국가 문화재가 되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스페인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2016년에는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방문자가 많은 장소가 되었다.


이슬람 건축과 예술의 정수인 알람브라의 나사리 궁전과 헤네랄리페 정원을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알람브라 입장

나사리 궁전 입장




알람브라 티켓

입장시간

10월 15일-3월 31일: 08:30-18:00

4월 1일-10월 14일: 08:30-20:00


티켓: Entrada Dobla de Oro General

나사리 궁전 + 헤네랄리페 정원 패키지

가격: 19.65 유로

* 나사리 궁전과 헤네랄리페 정원 티켓을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한 번에 두 곳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패키지 상품인 Entrada Dobla를 구매해야 한다.

나사리 궁전은 직접 선택한 방문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므로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이베리아반도를 3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알람브라는 나에게 가장 신선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안타까운 장소였다. 직접 처음 만나는 이슬람 예술은 충격적으로 아름다웠는데 시간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알아보지 않은 탓이었다. 나만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 평소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잘 찾아보지 않는 데다가 기껏 무겁게 챙겨간 론니 플래닛은 여유로운 여행을 추구하겠다는 이유로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어설픈 여유는 게으름이 되었고 아쉬움을 남겼다.


알람브라의 하루 방문자 수가 정해져있어 티켓을 미리 예매해야 한다. 그라나다에 도착하기 며칠 전 티켓팅을 미리 해두었는데 7월 중순이라 내가 계획한 일정 중에서 단 하루, 오후 4시 입장 티켓만 남아있었다. 미리 확인하고 티켓을 예매하기를 잘했다며 스스로를 백번 칭찬했다. 알람브라에 가는 날, 오전에는 그라나다 성당을 보고 숙소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에 맞춰 천천히 알람브라로 갔다.


온갖 여유를 부리며 룰루랄라 도착한 알람브라 입구에는 수백 명의 관광객이 줄을 서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티켓 페이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예약한 시간은 알람브라 입장이 아닌 나사리 궁전 입장을 위한 시간이었다. 알람브라에 입장해서 나사리 궁전까지 시간 내에 가야 했다. 마음이 급해져 주변을 둘러보니 인터넷으로 예매한 사람은 결제한 카드로 티켓을 출력해서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지금은 QR코드로 간단하게 입장하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카드가 필요했는데 소매치기를 걱정했던 나는 카드를 두고 왔고 꼼짝없이 티켓팅 줄을 기다려야 했다. 머피의 법칙에 걸려들었다.


알람브라에 입장하기도 전에 나사리 궁전 입장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입장시간에서 30분까지는 허용해 준다고 했다. 알람브라에 입장해서 나사리 궁전까지 정원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알람브라에 입장해서 나사리 궁전까지 가는 길도 잘 모르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오늘 못 보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나사리 궁전 입구에는 다음 타임 입장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직원들과 아이 콘택트를 시도한 후 상황을 설명했다. 입장시간에서 25분이 지나 도착한 나는 아슬아슬하게 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티켓을 조금만 자세히 읽어봤더라면 넉넉하게 알람브라에 도착해서 입구부터 나사리 궁전까지 천천히 걸으며 다른 장소들도 마음 놓고 감상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알람브라 방문 팁


일일 방문자 수가 정해져있는 알람브라 티켓은 미리 예매해야 한다.

지금은 QR 코드로 티켓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권은 꼭 챙겨가야 한다.

티켓 구매 시 예약하는 시간은 나사리 궁전 방문 시간이다.

알람브라 입장과 나사리 궁전까지 걸어가는 10~15분까지 포함된 시간을 잡고 미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구경하자.







이슬람 예술의 정수, 나사리 궁전



그라나다 왕들의 집무실이자 거주지였던 나사리 궁전은 13세기에 지어졌지만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대부분 14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베리아반도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였던 나사리 왕조의 품위 있고 섬세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나사리 궁전은 크게 메수아르, 코마레스 궁 그리고 사자의 궁으로 나누어져 있다.


유럽 최고의 이슬람 건축물답게 나사리 궁전은 정교한 조각과 선명한 색깔의 타일들로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직접 만난 이슬람 예술은 낯설어서 더욱 신비로웠고 섬세한 장식들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메수아르 응접실



코마레스와 사자의 궁으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치게 되어있는 메수아르 응접실은 나사리 궁전에서 가장 오래된 공간이다. 응접실과 중요한 일을 재판하는 장소로도 사용되었는데 술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방문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응접실 한쪽을 높게 만들었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은 이 응접실을 예배당으로 바꿔 사용했다고 한다.


여섯 가지 색의 조각 타일로 꾸며진 벽은 나사리 문화의 양식과 가톨릭의 상징들이 함께 사용되었다고 한다. 나사리 왕조 스타일의 조각이 빈틈없이 벽에 새겨져 있지만 하얀 회벽인 덕분에 색색깔의 타일과 잘 어울렸다. 응접실을 보고 앞으로 보게 될 나사리 궁전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었다.






메수아르 예배당



메수아르 응접실 북쪽에 위치해있는 이 작은 공간은 기도하는 공간으로 쓰였던 곳이다. 알바이신 지구가 창을 통해서 내려다보인다.






코마레스 정원



스페인과 이슬람 양식이 적절하게 섞인 이 안뜰은 가족들의 생활 공간이자 다양한 업무들을 보는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궁전의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려함을 이곳에서 엿볼 수 있다. 가운데에 있는 연못은 주변의 건물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면서 이슬람의 기하학적 장식을 완성한다. 나사리 궁전에 입장해서 가장 처음 나오는 넓은 안뜰이다. 이슬람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하학적인 장식에 연못까지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작은 배의 방



여기서부터 종유석 모양의 장식을 볼 수 있다. 같은 글과 비슷한 문양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새겨진 공간과 빛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신비로웠다. 어두운 동굴의 종유석이 이렇게 아름답게 해석되었다.






사신들의 방



알람브라에서 가장 높은 45m 높이의 코마레스 탑 안에 있는 코마레스의 응접실은 궁전 내에서도 가장 큰 방이다. 28미터의 높이의 천장에 약 8천 개의 나뭇조각들을 사용해 태양과 별을 새겨놓았다. 사신을 알현하던 이 방에서 나사리 왕조의 마지막 왕인 무함마드 12세가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에게 그라나다를 넘겨주는 조약을 맺었다고 한다.


외부의 햇빛은 기하학적 그림들이 채워져있는 창을 통과해 방 안을 아름답게 비췄다. 천장에는 태양, 꽃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나무에 새겨져 있었는데 어두운 하늘을 밝혀주는 별이나 불꽃놀이가 떠올랐다. '영토를 빼앗기는 것보다 이 궁전을 떠나는 게 슬프구나.'라며 눈물을 흘렸던 무함마드 12세가 햇빛으로 반짝이는 예쁜 이 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알람브라를 잃은 슬픔을 지우지 못했을 것 같다.






사자의 궁



사자의 궁은 정교한 무늬들로 꾸며진 124개의 대리석 기둥이 정원을 둘러 세워져있고 정원 한가운데에는 12마리의 사자 분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붕 너머 보이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처럼 빼곡하게 궁을 채우고 있는 기둥들과 사자 분수에서 사자의 방까지 이어져있는 작은 물길은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분수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또 바람에 흔들리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바라보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는 나사리 왕족의 여인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아벤세라헤스의 방 & 두 자매의 방



사자의 궁에서 거주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이 두 개의 방은 나사리 궁전에서 가장 화려한 방이다. 방의 내부는 빈틈없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아치형 입구를 지나면 보이는 높게 솟은 천장에 종유석 혹은 벌집을 모티브로 나선형 장식이 가득 채워져있다.


작은 틈 하나 남겨두지 않고 빼곡히 채워놓은 장식이 숨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장식 하나하나는 같은 모양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지만 한 공간 안에 여러 종류의 장식들을 같이 사용했다.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씩 다른 종류의 장식들은 시선에 따라 조화를 달리하며 변화되었고 이로 인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린다라하 정원



완전히 개방된 듯하지만 3개의 황제의 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정원을 마지막으로 나사리 궁전 관람이 마무리되었다. 최대한 화려하게 꾸며진 궁전을 나와 바라본 정원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슬람 스타일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 나사리 궁전은 정말 황홀하고 신비한 경험이었다. 나사리 궁전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궁전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화려한 공간들을 되짚어봤다. 지금도 두근거렸던 기분이 잊히지 않는다.


한여름 꽃과 나무가 가득했던 알람브라의 다음 하이라이트 헤네랄리페 정원으로 향했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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