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기 위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스무 살에 한국을 떠나 해외에 나왔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1년 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던가.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유학 생활, 영어 점수, 스펙, 자소서, 해외 경험하나 없었고 학생 때 했던 알바 몇 개, 고3 때 6개월 잠시 배운 기초 영상 편집 경험으로 채워졌던 이력서가 전부였던 나는 21살에 싱가포르라는 4계절이 더운 나라에서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
2011년, 내가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때만 해도 동창들은 이제 막 대학교의 신입생이 되어 그들만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나는 내 또래 중 몇 안되게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외국으로 훌쩍 떠난 신기한 아이였다. 20살 초반만 해도 나 또한 그런 타이틀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어릴 적에는 남들보다 많은 나라를 다녀오는 것이 거창해 보였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 혼자 느리게 여행을 하며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고 스쳐 지나가며 여행자, 해외 거주자들을 많이 만났다. 사회생활도 하고 인생 교훈도 얻었다.
나와 동갑이거나 혹은 나보다 어린 유럽 친구들에게 몇 살 때, 몇 개국을 여행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여행은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자신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도 했으며, 하나의 문화였다. 그들도 나처럼 똑같이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더 대단하다는 것 대신,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게 된 똑같은 사람이였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아 한국을 떠나 해외에 나오니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리게 걷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고, 유행이 금방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남에게 혹은 유행에 나를 끼워 넣으려고 하니 오히려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나다움을 잊지 않는 것,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고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루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과 그것에 대한 즐거움이다.
나의 6년간의 여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몇 살에 해외를 떠나 몇 개국을 여행했다는 것이 아니다. 16살 때부터 꿈꿔 왔던 것을 이뤘고 현재까지도 하며 살고 있다는 것.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천천히라도 실행해 본다면 정말 못 이룰 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꿈이 있는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