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호주워킹홀리데이
사우스 퍼스 코모에 사는동안 나는 이미 신나게 놀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고, 은퇴하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코모에서는 놀거리가 사실 없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놀거리' 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도 나누고 구경도 하고 그러한 소셜 라이프였다. 나는 사실 그렇게 소셜한 사람이 아니였지만, 처음 밟아본 이국땅에서 마음이 잘 맞는 룸메 언니를 찾았고 언니와 함께 외출하면 뭐든지 다 신이났다. 우선 언니와 말도 잘 통했고 개그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우리는 환상의 콤비가 되었다.
코모에 살면서 보통 나는 시티로 놀러를 많이 갔기 때문에, 우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했다. 주로 버스를 이용했지만 버스가 7시쯤 끊겨버려 택시를 타야했고 처음엔 어느정도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지출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몇주가 흘렀고, 나는 그제서야 내가 엄청난 돈을 택시에 지불하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룸메 언니도 마침 시티에 일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함께 시티로 이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래도 시티에 살면 어딜가던지 이동 거리도 짧고 시간도 절약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룸메로 만나서 사이가 나빠지면 나빠지지 친해진다는 말은 잘 들은적이 없었는데 언니와 나는 정 반대였다. 우리는 너무 잘 맞았고, 나이 차이는 좀 났지만 정말 친구같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 물론 나는 언니에게 존댓말을 계속 썼고, 어느정도의 선은 서로 지켰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한가지 퍼스에 와서 신기했던 건, 코모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시티로 갈 수 있다는 것인데 배라고 하면 보통 비싸게 생각하겠지만 그냥 대중교통의 한 수단이라 그냥 교통카드를 찍고 탈 수 있다. 강을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보다 훨씬 편했고 페리라는 자체가 우리를 설레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페리를 타고 이사를 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짧았던 코모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언니와 나는 시티로 이사를 갔다. 급하게 떠나느라 내 일기를 고쳐주시던 토니 할아버지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나와서 아쉬웠고 호주에서의 첫 집이라 더욱 애착이 많이 갔다.
이렇게 넓은 강이 그리울 것 같다. 사람이 북적 북적대는곳은 나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사실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계속 대중교통에 많은 돈을 소비하기는 힘들었고 아무래도 미래에 일을 구할 때 시티에서 사는게 장점이 될 것 같아서 이사를 결심했었다. 그리고 같이 갈 누군가가 있어 더 힘이 되었다.
마지막 만찬이라고 와인한병까지 준비해주시고, 울워스 홈브랜드 갈릭 브래드에 샐러드 크림 파스타 그리고 계란국 (나의 유일한 양념 소금으로 간을 해주고 계란 어묵 양파까지 넣어주니 그럴싸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 가장 근사하게 먹은 만찬이였다. 소금으로만 간을 한 계란국을 우린 비웃었지만, 맛을 보고는 정말 맛있다며 감탄을 했다.
그렇게 페리를 타고 스완 리버에 내린 우리는, 무거운 짐들을 들고 캐리어를 낑낑 끌고 새 집에 도착하였다. 여기가 바로 우리의 새 삶이 시작 될 시티구나! 집을 결정하기전에 나 혼자 집을 둘러봤었다. 언니는 바쁘셨고, 집에 대해서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으셨다. 내 마음에 들면 결정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결정! 우선 큰 대문이 마음에 들었고 수영장도 마음에 들었고 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우리는 한 침대를 같이 써야했다. 솔직히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한 침대를 함께 쓰는건 어려울수가 있지만, 우리 둘다 특히나 집을 고를때 그렇게 따지는 성격이 아니여서 이건 그렇게 큰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방값도 저렴했다. 코모에서 살때보다 5불밖에 차이가 안났다. 책상도 하나였지만 배려심이 많은 언니는 나에게 선뜻 책상을 쓰라고 하셨고 덕분에 나는 책상에서 편하게 노트북을 쓸 수 있었다. 넓은방은 아니였지만, 이곳 저곳 물건들을 챙겨넣으니 어느새 짐을 다 풀었다. 우리가 지내는 방은 2층, 이 집에는 총 우리를 포함하여 9명이 사는 3층으로 된 큰 집이였다. 우리의 시티 라이프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실에 부딪혀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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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코모에서 살던집에 2주 노티스를 주고, 시티에 있는 새 집을 구했을때 3일간의 텀이 있었다. 이사들어가기전에 우리는 3일이라는 시간을 다른곳을 지내 구해야했다. 호텔에 가면 너무 비싸고 단기 쉐어를 지내기도 애매한 기간이라 고민이였다. 그때 마침 한인 커뮤니티에서 한 교회에서 딱 3일 무료 숙박을 해주는 곳이 있다고 했다. 시기도 적절하고 기간도 딱 맞아 연락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그 교회에서 3일을 무료로 묵게 되었다. 식사도 다 제공해주시고 머무를 방이 있다는게 참 감사했지만, 방이 너-무 너--무 추웠다. 이렇게 추운 방에서 자본건 난생 처음이였다. 사진에서 처럼 담요를 몇개나 했지만, 너무 추웠고 이대로 몸의 감각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푼이라도 더 아끼겠다며 이렇게 고생을 하며 3일을 잠을 잤다. 그래도 무료로 묵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였다. 이렇게 고생하며 자는 사람을 룸메언니는 웃기다며 사진을 찍어 남겨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