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호주워킹홀리데이
무사히 시티로 이사를 마치고, 우리끼리 정말 즐거웠나보다. 행복한 하우스를 만들자며 이런 사진들을 찍었다. 여자 둘이서 방에서 참 재미있게 논다. 집에 같이 살던 오빠의 외국인 친구가 우리가 한 침대를 쓴다는 말을 듣고 혹시 그런 관계가 아니냐며- 오해를 했다고 하는데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된다. 특히나, 외국에서는!
그렇게 이사를 하고 몇일 뒤, 집에 인스펙션이 있어서 잠시 외출을 해야했었다.
언니와 나는 딱히 갈 곳이 없어 고민을 하다가, 미루고 미루던 '킹스파크에서 바베큐 하기' 를 하기로 결심했다. 각자 큰 백팩을 짊어지고 그 안에 바베큐에 필요한 재료들을 채우기 시작했다. 은근히 재료가 많았다. 빵빵한 가방을 들고 걸어서 킹스파크까지 갔다. 그리 늦은 시간에 가지 않았는데 바베큐를 시작하니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야경이 이쁘다던 킹스파크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런건지, 가로등 불빛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둠속에서 바베큐를 먹어야 했고, 애버리진 (호주 원주민) 들이 나와서 고기를 달라고 할까봐 두려움에 덜덜 떨며 공포의 바베큐를 먹었다.
우리가 새로 이사간 집은 참 재밌었다.
집에 사시는 분들이 외국인 친구도 많아서 함께 만날 기회가 많았고 내가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술자리 (=하우스 파티) 가 엄청 잦았고, 술만 마시면 마이클 잭슨으로 빙의가 되어 거실을 문워크로 휩쓸고 다니는 분도 계셨으며 내 룸메 언니는 만취가 되셔서 치킨이 먹고 싶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결국 집주인분께서 치킨을 시켜 주었지만 언니는 치킨이 도착하기 전 곯아 떨어지셨다는 ... 슬픈 이야기! 시티로 이사를 오면서 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특히나 여행을 하면서 소심했던 성격에서 sociable 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5월의 끝자락에 호주 퍼스에 도착하여, 시간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 흘러갔다.
코모에 살다가 시티로 이사를 왔고, 어느새 7월이 되어있었다.
'다이어트', '하루 맥주 2캔으로 줄이기'와 같은 원하는 목표들을 벽에 붙여 놓으시고, 이루고자 했던 룸메 언니의 꿈이 매번 실패했던 것 처럼, 시티로 이사를 오고 열심히 매일 일을 하는 언니를 보니 2달은 신나게 놀자 라고 다짐했던 나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갈 것 같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룸메 언니를 보니 자극이 되었고 슬슬 현실이 보이게 되었고, 마음 한켠이 불안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줄어가는 통장잔고였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우리의 헤어짐도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