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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Aug 02. 2016

14. 서호주 퍼스, 일자리 구하기 (거절의 연속)

세계여행: 호주워킹홀리데이


시티로 이사를 오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나의 통장 잔고가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2주에 한번씩 내는 집세 + 식비 + 쇼핑 이렇게 두달을 지내다보니 가져온 200만원이 거의 다 사라지고 - 참고로 놀땐 놀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아껴쓰지 않았음 - 당장 이번주에 낼 집세도 없었다.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고, 돈을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돈에 관해선 그렇다. 하지만, 당장 집세를 낼 돈이 없으면 어떡하나. 일을 구할 준비도 안 했을 뿐 더러 당장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떡하나 어떡하나 계속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현재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은 누굴까? 호주에서 나를 믿고 조금이라도 돈을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을 하게 되고 단 한 사람이 떠올랐다.


"룸메 언니"


특히나 돈에 관해선 예민한 나 였기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긴장이 되었다. 언니와 시티에서 만나 같이 있다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길이였다.


한때 사용하던 블랙베리 펄, 클래식한 디자인이 좋았다. 하지만 호주에서 산산조각났다.


우린 나란히 앉아 있었고, 나는 내가 한때 쓰던 블랙베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 죄송한데 집세를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옆에 앉아 있던 영문도 모르던 언니에게 폰을 쓱- 내밀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언니는 활짝 웃으셨다. 그러고 그날 집에서 바로 돈을 주셨다. 300불이 조금 넘는 돈이였다.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돈을 줘도 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오래 안 사이도 아닌데, 서슴없이 내가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주셨다. 나는 정말 인복이 타고 났나보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집값을 낼 수 있었고, 그때부터 일을 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날씨가 우중충 했던 날,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세탁 공장으로 가서 이력서를 돌렸다.



단돈 $2불짜리 버블티를 사는게 아까워서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들. 그땐 그랬다. 일자리도 없는데 버블티는 무슨! 그렇게 세탁공장에 이력서를 돌리고, 우리는 금새 자신감이 없어져 이력서 돌리는것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일 후, 나는 혼자서 이력서 50장을 인쇄하여 시티와 노스브릿지 근처를 가게들을 다 돌았다. 버블티 가게, 카페, 레스토랑, 푸드코트 등등 짧은 영어로 가게에 들어가서 I'm looking for a job을 연신 외쳐댔지만 돌아오는 답은 "미안해. 우리는 지금 사람을 구하지 않아", "지금 매니져가 없어. 이력서를 놓고 가면 매니져한테 말을 해 줄게" 똑같은 대답들 뿐. 직원들은 친절했다.


처음에는 거절을 당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감도 없어졌지만, 나중에는 그냥 기계처럼 가게에 들어가 이력서를 돌리고 왔다. 그렇게 많은 이력서를 돌렸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폰이 울린다.


헬로?
너 방금 이력서 주고 갔지? 여기 타이 푸드코트인데 인터뷰 보러 올래?

조금전에 문이 닫히기 전에 갔던 타이음식을 파는 푸드코트였다. 그래서 당장 달려갔고, 무섭게 생긴 아시아 아줌마가 등장했다. 그러고는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비자가 무엇이냐와 같은 간단한 질문들이 시작되었고, 결론은 나는 일을 시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급이 문제였다.


시급은 8불


왠만한 중국 식당보다 훨씬 낫은 금액이였다. 최저 시급 (그때의 환율로 따지면 8불은 약 9,600원 정도)도 안 될 뿐더러 터무니 없는 금액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마음이 급했고 무슨 일자리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했다. 그 일은 내가 선택만 하면 바로 시작 할 수 있는 일이였다. 생각을 해 보고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오는 내내 고민에 잠겼다. 룸메 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언니는 시급을 듣더니 절대 하지마라며 더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온다며 너무 성급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도 고민을 했지만, 룸메 언니의 말처럼 더 좋은 기회가 오겠지 생각을 하며 결국 그 일을 안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동안 50군데의 가게들을 돌았지만, 타이 푸드코트를 제외한 다른곳에서도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호주에서 뭔가 혼자힘으로 도전을 한게 처음이라 그런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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