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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Sep 25. 2017

혼자 떠난 여행 #3 – 발리, 인도네시아

쿠타에서 서핑을, 발리 공항에서 강제 노숙 할 뻔한 사연


난생처음 서핑을 배우다.

공항에서 강제 노숙할 뻔한 사연



서핑 강사님, 유쾌하신 성격이 참 좋았다.


쿠타 근처에 숙박을 했지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쿠타 비치를 향했다. 비행기를 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바다에서 잠시 태닝을 하려고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현지인이 와서 말을 건다. 서핑을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는 달콤한 유혹.


발리에서의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예전부터 서핑을 해보고 싶었다. 한 시간에 미국 달러로 $20,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단돈 20달러에 서핑 보드, 1시간 서핑 강습, 1시간 자유 서핑, 래시가드가 포함이었다.




쿠타 비치를 찾은 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태닝을 하기도 좋고, 서핑을 하기에도 파도가 좋았다. 서핑은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지만, 서핑 보드에서 일어서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느껴진 희열감이 좋았다.




쿠타 비치는 서핑으로 유명하다. 파도가 그리 세지 않아 초보자들이 서핑을 즐기기에도 좋았고, 강사님이 잘 가르쳐 준 덕분에 금방 일어설 수 있었다. 파도를 타며 보드 위에 서 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그 맛에 서핑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끊임없이 보드에서 떨어지고 물에 빠지고 다시 보드를 잡고 헤엄을 치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단 1시간의 서핑 강습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방법을 익힌 것 같아 혼자서도 해 볼 용기가 생겼다.




서핑 보드 위에 누워 물살을 가르며 헤엄을 치다 좋은 파도가 오면 서핑 보드를 돌리고 다시 누워 파도가 보드에 다가왔을 때 힘차게 팔 힘으로 보드 위에 서야 한다. 파도와 나의 궁합이 잘 맞으면 정말 기쁘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드가 뒤집어져 물에 빠져버린다. 




쿠타에서는 흔히 서핑 스쿨을 볼 수 있다. 나처럼 서핑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1:1로 바짝 강습받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하는 서핑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서핑 스쿨 직원에게 부탁을 하니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 주셨다. 멋지게 파도를 타는 모습은 없었지만 그래도 초보자의 노력하는 모습이 찍혀있어 좋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무사히 두 시간의 서핑을 마치고 계산을 하려던 순간 일이 발생했다. 싱가포르에서 쓰던 뱅크 카드로 ATM에서 돈을 출금해서 내려고 했는데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ATM에서 사용을 해봐도 안된다. ATM에서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는데 서핑 강사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셨다.


아마 카드의 해외 출금을 가능하게 설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지막 날이라 공항에 갈 택시비와 약간의 간식거리를 할 돈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수중에 가진 현금은 공항에 갈 택시비를 포함하여 약 $14 정도뿐이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사정을 설명하고 남은 돈을 다 드리고 왔다. 그래도 이해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히려 그분들이 걱정을 하며 택시비는 있냐고 물으셨다. 사실 택시비도 없었지만,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그냥 괜찮다고 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체크 아웃을 하고 지갑을 잘 살펴보니 예전에 한국에서 호텔에 알바를 할 때 팁으로 받은 미국 달러 $5이 있었다. 가진돈은 그게 전부였고, 그 5불을 인도네시아 루피로 환전을 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묵었던 호텔이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적은 택시비가 나왔다.


택시비를 확인하고 기사에게 돈을 건네주며 "이거 맞죠?" 했더니 예쓰!


기분 좋은 마음으로 돈을 드리고 내렸는데, 택시에서 바로 내리자마자 '아차' 싶었다. 아까 환전한 금액을 모두 다 드리고 내린 것이었다. 내가 돌려받을 잔액이 꽤 컸는데, 택시 기사는 좋은 기회다 싶어 그 금액이 맞다고 했던 것이고 나는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다 주고 내려 버린 것이었다. 이미 택시는 떠났고, 이제 싱가포르로 돌아가니까 돈을 남기지 말고 다 쓰고 왔다고 생각하자며 잊어버리고 공항으로 와서 티켓팅을 하고 출국하는 곳으로 향했다.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


'공항세 20만 루피아를 내세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고, 해외에선 작동하지 않는 싱가포르 은행 카드만 있을 뿐이었다. 싱가포르 공항에 가서 돈을 내면 안 되냐고 사정을 말해봐도 안된다고 한다. 돈을 내지 않으면 아예 출국을 못 한다는 것이다. 


막막했다.


ATM에 카드를 넣어 몇 번이고 시도를 해봐도 카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그 주위만 맴돌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20만 루피를 빌려 보기로 했다. 그 돈을 내지 않으면 발리에서 평생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아주머니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자기들도 이미 쇼핑을 한다고 돈을 다 써서 한 푼도 없다고 말하셨다. 또 다른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가서 물어보니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인이었다. 또 다른 한국인 커플에게 말을 하려고 하니 또 중국인.. 


돈은 없었지만 슬슬 힘이 들었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지칠 대로 지쳐, 포기를 하려고 할 때쯤 여행자로 보이는 한 서양 남자가 보였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바로 "얼마가 필요하니?"라고 묻더니 지갑에서 20만 루피를 서슴없이 꺼내서 줬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땡큐를 연발하니

"That's okay"라고 하며 쿨 하게 떠났다.



감사의 표시라도 하고 싶었지만, 너무 경황이 없고 서둘러야만 해서 고맙다는 말 밖에 못 한 게 아쉬웠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공항에서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라도 선뜻 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분에게 받은  돈으로 공항세를 딱 맞춰서 내고 무사히 싱가포르 행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여행을 할 땐 항상 여분의 현금을 들고 다니자고 백번은 넘게 다짐을 했고, 나는 싱가포르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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