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좋아하던 중학생에서, 호주에 정착하기까지
내가 한창 중학생일 때, 시크릿 Secret이라는 책이 유행했었다.
그 내용인즉슨,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었고 시크릿의 영화 버전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 R=VD (Realization = Vivid Dream) 공식, 즉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기들도 경험했다며 말하곤 했다. 처음 그 공식을 접했을 때는, ‘사이비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 쳐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미국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생겼다. 하지만, 나이도 어렸고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꿈을 이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노트를 사서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목록으로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이라는 단어를 적어놓고 마인드 맵 형식으로 그려가며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꿈을 적어가며 그곳에 간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실제로 그곳에 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R=VD 공식을 더욱 믿게 된 건, 내 꿈을 가진 계기가 되었던 할리우드 배우 '아담 샌들러'의 사인을 직접 받게 되면서였다. 원하는 게 있으면 바로 실천해야 하고 좋은 결과가 분명히 돌아온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할리우드 배우를 좋아하던 15살의 소녀, 세계 여행을 시작하다.
미국에 가고 싶은 꿈이 간절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꿈에 대해 기록을 하고 그 꿈을 이룬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단순히 꿈을 적는 것만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노트에는 ‘꿈’에 대한 정보들로 금세 채워졌다.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미국의 전문 대학교인 커뮤니티 컬리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알아보고 빽빽하게 기록했고,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사진 / 영상에 대한 공부도 하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겠다는 마음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 이름 ‘헤더’를 지었고, 그때부터 친구들은 나를 헤더라고 부르곤 했다. 친구들 모두에게도 내 꿈을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중학교/고등학교 친구들에게는 내가 20살이 되어 해외로 나간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나 = 미국 / 외국 좋아하는 애로 통했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하고 걱정을 한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꿈이 워낙 확실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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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나의 꿈의 노트에서 써놓은 글에서 발췌>
나는 몇 달전 꿈을 정했다. 내가 그동안 말하고 다녔던 영화감독, 그건 나의 진정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담 샌들러의 팬이고, 그 덕에 영화를 좋아하고, 그것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영화감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여 지내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단순히 좋은 성적으로 한국에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 인정받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삶, 구속도 없고 자유로운 그런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약 6개월 동안 돈을 저축하여 우선 호주로 떠나기로 했다. 일단은 한국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비로소 원하던 살에 한 발짝 나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무작정 혼자서 떠나겠지만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호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훗날 미국을 갔을 때 좋은 좋은 밑거름이 될 테니까. 나는 꼭 미국에 갈 것이다. 이건 내가 오래전부터 꿈꿨던 일이다. 간절히 원하므로 분명 이루어 질 것이다.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으로 내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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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떻게, 얼마를 가지고 그곳에 가겠다는 자세한 계획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늘 생생하게 꿈을 꾼 덕분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행을 결심하고는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것 같아 더욱더 확실히 R=VD 공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얼마를 가지고 그곳에 가겠다는 자세한 계획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2011년 5월 28일 날 떠나겠다는 날짜를 3년 전부터 정하고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날짜를 정해 놓으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적어 보았다. 우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려면 기본적으로 여권, 비자 신청, 신체검사의 과정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집세, 휴대폰 비, 생활비, 교통비 등을 추가로 찾아보고 예산을 세워보니 200만 원 정도면 2달은 족히 지낼 수 있을 듯했다. 일을 구하려면 1-2달 정도의 대략적인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 당시 울산의 작은 호텔에서 일하며 월급으로 80만 원을 받았는데 적어도 매월 40만 원을 저축을 하면 충분히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옷 가게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머지 자금을 충당했다.
퍼스 공항에 도착해서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해서 어떻게 숙소로 이동해야 하는지, 어떤 은행을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어디를 가서 폰을 개통해야 하는지, 일자리는 어디서 구해야 할지의 계획들이 너무나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이 되었다. 그 결과 나는 퍼스 공항에 도착하여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그대로 모든 걸 혼자서 해 나갈 수 있었다.
늘 생생하게 꿈을 꾼 덕분이었다.
해외에 나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분들에게 자신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생생하게 꿈꾸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꿈만 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꿈에 대한 간절함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간절함이 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끔 만들어 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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