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유럽의 매력을 느끼려면 이 곳으로
발리에서 12시간을 날아 도착한, 아일랜드 코크 (Cork)
호주 퍼스 - 인도네시아 발리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대장정 끝에 결국 이 곳에
아일랜드에 대해 아시나요?
사람들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지면 역으로 질문이 돌아온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요?'
'아니요. 영국 근처에 아일랜드요.'
'아, 더블린 거기 맞죠?'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을 아시는 분들은 많다. 하지만, 왜. 이름도 낯선 코크를 가게 되었냐, 아이리쉬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20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처음 유럽에 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도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코크라는 곳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크의 첫 느낌은 내가 살고 있는 호주 퍼스와 비슷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대로 향하는 길, 검은 머리의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었다.
입국 심사관 아저씨가 나를 보고 신기한 모양인지 여권에 도장을 꽝 찍기 전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여긴 왜 왔니?'
'나 결혼식 참석하러 왔어.'
'오, 그래? 웰컴 투 코크! 즐거운 여행하고 가길 바라.'
내 인생에 첫 유럽 입국 도장이 여권에 찍혔다.
예상보다 쉽게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코크 공항을 빠져나왔다.
코크 시내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공항에서 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한 나지만, 유럽은 호주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흔히 '유럽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라고 하듯이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우체국도 성(Castle)처럼 멋있었다.
University College Cork 코크 대학교
아일랜드 남부의 명문 대학인 코크 대학교에 잠시 들려 구경을 하기로 한다.
코크 대학교는 연구 성과가 뛰어나고 아일랜드 안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학교로 명성이 자자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학의 캠퍼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저절로 감탄이 나올 법한 외관과, 맑은 공기를 뿜어 낼 것만 같은 잔디까지,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코크를 여행하던 그 당시, 뱅크 홀리데이로 많은 곳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코크 대학교도 마찬가지여서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명문 대학교를 구경한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흔히 초록의 나라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푸르른 나무들과 잔디를 보고 있자니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Asian Street Food
장기 여행자이지만 입맛은 토종 한국인인 나는 한식이 너무 그리웠다. 코크 대학교의 구경을 마치고 코크 시내로 도착한 나는, 겨우 아시안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공휴일인 뱅크 홀리데이라 오픈을 한 레스토랑을 찾기 힘들었지만 역시 아시안 레스토랑은 늘 오픈이다.
Dunmanway
코크 시내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코크의 서쪽에 위치한 던만 웨이로 향하기로 한다. 코크 시내에서 한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던만 웨이, 내가 아일랜드에서 3주 동안 지낼 곳이다. 던만 웨이는 주위가 푸르른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창문을 열면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멋진 뷰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도착하니 마당에 뛰어노는 고양이 일곱 마리와 강아지 네 마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반려견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 오랜만에 반려견들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가 묵었던 방에서 보이는 풍경, 호주도 자연과 잘 어우러진 멋진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아일랜드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일랜드는 감탄이 나올 법한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공기는 정말 맑았다. 특히 던만 웨이는 코크 시내와도 거리가 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런지 건강도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늘 바쁜 시내에서 지내다 이렇게 여유로운 곳으로 오니 아일랜드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호주 퍼스에서는 산을 보기가 힘든데, 아일랜드에서는 산이 많아 한국이 생각나기도 했다.
생애 첫 유럽인 아일랜드 코크에서의 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시차와 기나긴 비행으로 꿀맛 같은 단잠을 잤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했다.
아일랜드, 이 곳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