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여행했던 작년 6월, 한창 유로컵으로 유럽 전체가 바빴다. 독일에서의 4일째, 독일 남자, 영국 여자 부부와 함께 만나 저녁을 먹고 함께 유로컵을 보기로 한 약속이 있어 그들을 만났다. 특히 독일 남자답게 축구의 광팬이라 그는 들떠 있었다. 광장에는 스크린이 설치된 곳이 많았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히든 스팟이 있다며 안내를 해줬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숲 속의 비밀 장소 같은 이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음식과 주류를 파는 팝업 스토어들도 많았고, 큰 스크린과 함께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유로컵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온 탓일까?
4명이 앉을자리는 없어 결국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스크린이 있는 레스토랑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니 직원이 작은 테이블에 의자를 더 추가해 줘서 앉을 수 있었다. 유로컵의 열기로 분위기는 아주 후끈했다.
STANDIGE VERTRETUNG
독일에 왔으면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학센(독일의 축제나 비어하우스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인, 독일식 족발요리)이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학센을 먹어 봐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하여 찾아낸 학센을 파는 레스토랑, 외국인보다는 로컬인 손님들이 많았다. 독인들이 무뚝뚝하다고 들었지만, 여행 중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 레스토랑의 직원들은 그리 친절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나온 학센, 바삭바삭한 껍질이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학센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자꾸 입에 달라붙어서 먹기가 힘들고 돼지고기 냄새도 났고 다시는 안 먹을 듯한 학센. 내 입맛에는 커리 부스트가 딱이다.
한식 찾아 삼만 리
나는 한식 없이는 살 수 없는 여행자, 구글링을 하여 한식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로컬인들로 가득하던 한 한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본다. 결국 김치찌개로 당첨.
맛이 있었으나 돼지고기가 너무 가득,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드디어 해소하고 식당을 나왔다. 세계 어딜 가나 한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어 너무 좋다.
호주 퍼스에는 스타벅스가 없기 때문에, 여행을 갈 때면 꼭 스타벅스를 들린다. 베를린에서 만난 스타벅스, 스트로베리 프라페와 살몬 베이글을 주문했다. 내 인생 최고의 살몬 베이글을 먹은 이 날,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살몬과 베이글을 먹는 순간 천국을 맛봤다고 나 할까.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하는 사례를 많이 들었으나, 여행을 하는 내내 인종차별을 당한 적은 없었다. 도움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길을 안내해 주던 사람도 있었고, 길을 물어볼 때는 자신의 길처럼 친절히 알려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무뚝뚝해 보였으나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독일 베를린 개선문 (브란덴 브루크 문)
베를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선문(브란덴 브루크 문), 날씨가 흐렸던 게 아쉬웠지만 여전히 많은 여행자들로 붐볐던 곳이었다. 이 날은 유로컵의 중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으며, 또한 한쪽에서는 이슬람 사람들의 데모가 진행 중이었다.
내 인생 호스텔
Generator Mitte Berlin
내 인생 최고의 호스텔을 소개하고 싶다. 베를린의 중심 Mitte에 위치하고 있는 제너레이터 호스텔.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예약을 했고, 첫날은 밤늦게 도착하여 제대로 방을 보지 못했고 다음날 호스텔의 곳곳을 살펴보았을 때 정말 극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스텔을 그리 좋아하는 내가 아니지만, 방의 청결 상태와 인테리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호스텔을 좋아하게 되었다. 호스텔의 로비에는 바와 카페가 있고, 손님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여성 전용 방을 예약했었는데 거울과 드라이기까지 준비되어 있었고 화장대도 있었다. 하루만 예약을 한 게 너무나 아쉬워서 다음날 추가 예약을 했다.
남녀 공용 방으로 예약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가구들도 새것처럼 깨끗하고 상태가 좋았다. 청소도 자주 해주니 정말 최고, 방에 화장실까지 달려있어 굳이 방의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화장실과 샤워실을 쓸 수 있으니 이 호스텔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날도 이곳에서 묵으려고 리셉션에 문의를 했지만 예약이 꽉 차 별수가 없었다.
제너레이터 호스텔은 베를린뿐만 아니라 Dublin, London, Copenhagen, Hamburg, Berlin, Venice, Barcelona, Paris, Amsterdam, Stockholm and Rome에도 위치하고 있으니 유럽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꼭 묵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의 4박 5일 독일 베를린 여행은 끝이 났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베를린의 이미지와 실제 베를린의 모습은 달랐지만, 베를린은 다시 가서 1년을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었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진정한 원더러스트의 의미를 찾으러 떠난 독일 베를린, 짧은 여정 속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나의 방랑벽을 한번 더 자극해준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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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1 - 진정한 원더러스트를 찾아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