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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코크 #2 - 아이리쉬 결혼식, 술이 필요해.

by 헤더 Heather


아이리쉬 결혼식에 참석하다.


아일랜드 코크를 여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이리쉬 커플인 Evelyn과 Paul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블린과 폴은 오랜 시간을 연인으로 함께 해 왔고, 2명의 이쁜 딸과 듬직한 아들이 1명 있다.


둘은 함께 한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내가 아일랜드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나고, 그들의 결혼식이 열렸다. 난생처음 서양인의, 아이리쉬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으므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일랜드에 오기 전, 호주 퍼스에서 이쁜 드레스를 구입했지만 여행 준비로 바쁘다 보니 깜빡하고 드레스를 놔두고 온 것이었다.


그 덕에 나는 코크 시티에 나가서 백화점에 들려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를 찾기 시작했다. 남색과 초록색의 드레스 중에서 한참을 고르는데 한 아이리쉬 아주머니께서 '헤이 스위티, 내가 디자이너인데 한번 봐줄게! 입고 나와봐.'라고 하셨다. 그렇게 두 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나와 빙글빙글 돌며 아주머니께 보여주니 남색 드레스가 더 잘 어울린다며 추천을 해 주셨다.


내 눈에는 녹색 드레스도 너무 이뻤기 때문에 결국 두 드레스를 모두 구입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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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 아이리쉬들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무교인 나는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이 신기했다. 아이리쉬 웨딩은 보통 점심쯤에 시작하여 성당에서 간단하게 결혼식 세리머니를 한다. 이블린과 폴의 친구들이 스피치를 했고, 이블린과 폴의 자녀들이 노래를 하고, 이블린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그들의 행진을 함께했다.



아이리쉬 웨딩 이야기 #1


Claddagh Ring: Claddagh 반지는 가장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결혼식 전통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어머니에서 딸이나 혹은 할머니에서 손녀에게 전달되는 이 반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충성심을 나타낸다. 미혼 여성은 이 반지를 오른손에 착용하고 하트 모양의 반지의 끝부분이 손가락을 향하게 착용한다. 연애 중 일 때는 반지의 뾰족한 끝 부분이 팔목을 가리키게 착용해야 한다. 그 의미는 그녀가 연애 중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여성이 약혼을 하였을 때는 반지를 왼손에 착용하며, 반지의 끝 부분이 손가락을 향한다 그리고 결혼을 했을 때는 반대로 끝부분이 팔목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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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남자 아이가 리노 그리고 순서대로 피아와 에바

이블린은 아이리쉬 폴은 스코티쉬라 폴의 친구들은 스코티쉬 복장을 입고 참석했다. 그들의 아들인 리노도 스코티쉬 전통 복장을 착용했다. 폴의 정장은 지금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가 결혼식을 올릴 당시, 입었던 정장을 입고 결혼식을 진행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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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0128.jpg 리노와 이블린의 형제들인 Keane 브라더스의 포토 타임


아이리쉬 웨딩 이야기 #2


녹색은 아일랜드와 가장 일반적으로 관련된 색상이지만, 실제로는 파란색이며 파란색은 결혼식 날 신부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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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0141.jpg 폴의 가족들의 포토타임
DSC_0144.jpg 이블린과 폴의 자녀들


성당에서의 짧은 결혼식 세리머니가 끝나고,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근처 호텔에 있는 바(Bar)로 향했다. 바에서 무제한으로 술이 제공되었다. 그때부터 아이리쉬답게 본격적인 술 파티가 시작되었다. 디너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에서 간단한 카나페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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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디너파티를 위해 5시쯤부터 다 같이 이동했다. 바 옆의 호텔에서 디너파티가 시작되었다. 쓰리 코스의 저녁이 제공되었다.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시작되었고, 신랑 폴과 폴의 친구들 그리고 이블린의 아버지 미스터 콘의 스피치가 시작되었다. 미스터 콘은 아주 유머 감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늘 나를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고 한국에 대한 궁금증도 많으신 분이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 화장실을 다녀오니 저녁을 먹었던 디너 테이블들이 싹 사라진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대에는 밴드가 마이크 테스를 하며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렇다.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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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시작 전부터 아이리쉬들이 나에게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아이리쉬 웨딩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술을 계속 마신다는 것이었는데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 나는 믿지 않았다.


어떻게 술을 다음날까지 마실 수 있다는 거지?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고 댄스파티가 시작되었다. 음악이 흘러나올 뿐이었는데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히 사진에서 보이는 단체 댄스가 정말 재밌었다. 띵가띵가 둥둥둥~ 아이리쉬 전통 밴드의 연주가 시작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갑자기 댄스 파트너가 바뀌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에서 대화를 나눠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춤을 추고, 서로 눈을 보고 웃음을 짓게 되고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액티비티였다.

아주머니랑 댄스를 추다가 할아버지랑 댄스를 추다가 파트너가 바뀌니 재미있었다. 댄스를 어떻게 추는지 몰라도 파트너들이 잘 이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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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술잔이 비어있으면 끊임없이 술을 권하고 마셔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흥이 오르기 시작했고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파티는 너무나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난생처음 참석한 서양인의 결혼식은 흔히 한국에서 보던 결혼식과는 달랐다. 축의금의 액수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결혼식을 축하해 주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결혼식을 즐기는 그들의 방식이 색다르고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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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 결혼식에서는 특히나 세계 각국에서 하객들이 왔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 캐나다에서 온 마크, 아이리쉬 남편과 결혼한 중국인 그리고 호주 퍼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 나. 그 외에도 다른 나라에서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하객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앤드류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며칠 뒤에 런던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던 나에게 앤드류는 자기가 휴가를 가게 돼서 자신이 살고 있는 런던 집이 빈다며, 그냥 와서 묵어도 된다며 흔쾌히 제안을 했고 그 후에 실제로 나는 런던의 앤드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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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시작한 이블린과 폴의 결혼식은 다음날 새벽까지 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인지, 체력적으로 어떻게 버틸지 궁금했는데 정말 이렇게 흥이 나게 즐기다 보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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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자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났고, 그들의 가족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블린은 여동생 1명 그리고 남동생 4명이 있다. 이럴 때 보면 가족 구성원이 많은 것이 참 부럽다. 나중에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폴도 우리와 합석을 하여 파티를 즐겼다.


우리는 이렇게 새벽 6시까지 결혼을 축하했고, 미리 예약해둔 벤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벤에서도 끊이지 않는 이블린의 막내 동생 버나드의 장난. 덕분에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아침 7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한 우리는 다들 뻗어버렸고, 그렇게 그날은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는가 싶었는데... 오후에 다시 펍으로 간다고 했다.

설마, 또 술을?



DSC_0305.jpg 70% 세일한 옷의 태그를 떼지않고 옷을 그대로 입고 온 아저씨.


아일랜드에서는 보통 결혼식을 하루만 하고 끝내지만, 이 결혼식에는 워낙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인사고 하고 얘기도 나누기 위해 이블린과 폴이 마련한 특별한 자리였다.


동네 펍으로 가서 맛있는 펍 스타일의 저녁을 먹고 라이브 밴드의 음악도 듣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미처 결혼식날 얘기를 많이 못 나눈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엔 격식을 차려 옷을 입는 거라면, 이 날은 캐주얼로 입어도 된다.

윗 사진은 펍에 옷 태그를 떼지 않고 옷을 그대로 입고 온 아저씨. 킨 패밀리가 발견하고 웃으며 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남겨놓았다. 싱가포르 이후에 외국 결혼식을 참석한 건 두 번째였는데, 특히나 우리나라 결혼식과 다른 점이 너무 많아 신기했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보면 볼수록 아이리쉬들은 정말 친절하고 순한 사람들이다. 아이리쉬의 결혼식을 통해 아이리쉬의 매력에 더 푹 빠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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