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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Dec 22. 2017

서호주 샤크베이의 별이 빛나는 밤에

떠나보지 않으면 평생 모르는 서호주의 아름다움

Traveling, It leaves you speechless then turns you into a storyteller.


퍼스, 셸 비치 그리고 샤크베이 800km


한창 눈이 와야 할, 12월 25일. 그 어느 날 보다 뜨거운 서호주의 크리스마스에서-


서호주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나먼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서로 낯설지도 모르지만 같은 관심사로 모인 우리는 금세 화기애애 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박 3일, 그렇기 때문에 첫날 일정은 퍼스 시티에서 샤크베이까지 도착해야 하는 800km의 머나먼 여정이었다.



Jurien Bay


긴 여정을 떠나기 전 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 Jurien Bay에 도착했다. 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화장실을 찾기가 쉽지 않아 마을이 보일 때마다 틈틈이 정차를 하여 화장실도 들리고, 커피나 차를 마시며 바쁘지만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Jurien Bay의 바닷가 근처에 잠시 들렸다. 서로 어색함을 깨기 위해 아이스 브레이킹을 가졌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참 좋다. 항상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던 나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여행의 재미가 두배로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만에 800km의 여정을 가야 한다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드트립을 하며 만나는 서호주의 멋진 자연풍경에 감탄을 하는 것도 잠시, 하나 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 장거리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은 사람들과의 수다, 맛있는 간식 먹기 그리고 음악 듣기가 있다. 서호주 로드트립을 자주 떠나는 나는 주로 90년대 음악을 폰에 담아 차에서 재생을 한다. 옛 노래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흥을 돋우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운전을 담당하신 20년 이상 경력의 아웃백 전문가님의 덕분에 안전하게 잘 달려 어느덧 Shell Beach에 도착을 하였다. Shell Beach는 서호주 북쪽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한 곳이다. 일반적인 바다를 떠올리면 모래사장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곳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모래사장이 있어야 할 그곳에 조개껍질이 가득 차 있다.



Shell Beach


고운 빛깔의 조개껍질이 손에서 바람에 의해 휘리릭 날아가는 모습은 사진이나 동영상 찍기에 제격이라는 나의 의견... 셸 비치는 염분이 많아 바다 수영을 하기 좋은 바다는 아니니 수영장비는 챙기지 않아도 좋다.




동행자 분 중 한 분이 자신 있게 스피어 피싱을 하겠다며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이내 다시 돌아오셨다. 셸비 치는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바람이 많이 부는 셸 비치에서 조개껍질들 위에 앉아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우리의 목적지인 샤크베이의 카라반 파크(캠핑장)로 이동을 하기 전 휴식을 했다.



Hamelin Pool Telegraph Station


샤크베이에서 유독 역사가 깊은 카라반 파크인 Hamelin Pool Telegraph Station에 도착을 했다. 서호주 북부의 끝자락쯤에 위치한 샤크베이 지역은 과학 탐사지로 유명하며, 세계 자연 유산으로도 지정되어있는 서호주의 소중한 지역이다.




오래전 우체국이었기도 하며, Perth와 Roebourne을 이어주는 송신국이었던 이 곳은 1884년에 지어져 역사가 아주 깊은 곳이다. 이런 곳에 캠핑장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너무나 황량해서 때로는 슬퍼 보이지만,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이런 멋진 풍경은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모습은 서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카라반 파크에 도착하여 구경을 하고 텐트를 치고 있으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퍼스 시티에서 800km를 달려온 머나먼 여정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니 힘들지 않았다. 샤크베이에서 보는 그림 같은 노을은 피곤함을 씻겨주었다.




샤크베이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바위 침대’라는 의미) 때문이다. 서호주에서 35억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너무 늦지 않게 카라반 파크로 다시 돌아오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호주의 진정한 캠핑에 빠질 수 없는 바비큐 요리가 시작되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자라왔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께서는 일반 어린이집과 조금 다른, 자연과 함께 뛰어놀며 놀이를 즐긴다는 의미의 '노리 학교'를 운영하셨다.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을 강요 대신, 아이들이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어릴 적이었지만 아직도 그 기억이 내 마음속에는 생생하다.


밭에서 미꾸라지 잡기, 낚시 하기, 논에서 썰매 타기, 나무 그네 타기, 과수원에서 과일 따기 등 자연과 함께 자라온 나는 그 환경 때문인지 지금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다. 그런 나에게 호주에서의 자연환경은 내가 어릴 적 보고 경험했던 환경과 아주 비슷하다.



깜깜한 밤에는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달고 잔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텐트를 이용한 그림자 놀이도 했다는...


서호주의 땅덩이가 워낙 큰 탓도 있고,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삶을 사는 곳은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로 인해 옆 사람과의 소소한 대화에 큰 기쁨을 느끼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두들 배가 고파질 때쯤 잘 구워진 바비큐가 등장했다. 캠핑의 묘미는 바로 바비큐 아닐까? 긴 여정에 대한 보답을 하듯 아주 맛있는 스테이크와 맥주 한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캠핑의 행복함을 한층 더 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성공적인 여행을 위한 자축을 했다.


호주에서는 맛있는 스테이크를 아주 저렴하게 그리고 아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호주 외곽 지역에서는 음식을 살 곳이 마땅치 않고 가격이 높으니, 퍼스 시티에서 사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 날은 호주에서 생활하며 최고로 많은 별을 본 날이었다. 쏟아질듯한 별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에 있었고, 은하철도 999에서만 듣던 은하수까지 실제로 본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고 별을 관찰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던 한 외국인 친구
쏟아질듯한 별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친구의 등을 빌리자.


별이 빛나는 샤크베이의 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멋진 은하수까지, 서호주의 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멋진 자연을 가지고 있는 서호주의 한 부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유난히 행복했던 밤. 시간이 멈추길 바랬건만, 밤은 깊어가고 우리는 다음날의 일정을 기약하며 텐트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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