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나이차의 두 여자가 겁 없이 떠난 호주 로드트립
5불을 주고 산 중고 원터치 텐트에는 밤새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한 우리는 텐트의 낭만 따윈 버리고 차로 들어와 침낭을 발끝부터 얼굴 밑까지 꽁꽁 싸맨 채 앉아서 잠을 자야 했다. 로드트립 첫날의 긴장이 풀려서 인지 불편한 환경 속에서 용케도 잠이 들었다.
아침 8시마다 펠리컨을 만날 수 있는 곳
카라반 파크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앞에 위치한 칼바리 머치슨 강에 산책을 나왔다.
이런 우연이 있나? 이 곳은 아침 8시마다 펠리컨들이 밥을 먹으러 놀러를 오는 곳이었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고, 멀뚱멀뚱한 특유의 표정으로 사람 옆을 자연스레 걸어 다닌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에, 아 역시 호주는 달라!라고 또 한 번 호주의 대자연에 감탄을 하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잠시 쉬어가기
칼바리를 벗어나 최종 목적지인 몽키 마이어로 향하기 위해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서호주의 북쪽 지역은 인구가 많이 살지는 않지만, 방문객들이 있어 그런지 틈틈이 쉬어 갈 수 있는 로드 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장시간 운전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리는 로드 하우스에 내려 기름도 채우고 간식도 사 먹기로 했다.
우리가 향하게 될 서호주의 샤크베이, 과학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세계 자연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칼바리에서 샤크베이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4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면 꽤 멀다고 생각되지만 땅덩이가 넓은 서호주에서는 '뭐 이 정도쯤이야.'라고 넘겨버린다.
호주 사람들은 아보카도를 참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않았던 낯선 아보카도, 먹을수록 묘한 맛이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커피 2잔과 치킨 아보카도를 사서 다시 차에 올랐다. 로드 하우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개껍질로 이루어진 바다
끝없는 도로를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Shell Beach에 도착했다. 이 곳은 흔한 바다의 모래사장과는 달리 모래사장이 있어야 할 곳이 조개껍질로 뒤덮여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장소이다. 그 모습이 어떨지 짐작이 되지 않아 궁금했던 장소 중 한 곳이다.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조개껍질로 가득했다. 한 줌을 손에 쥐었다. 바람이 부니 조개껍질이 사르르- 날아갔다. 셸 비치의 바다는 염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다의 수심이 깊지 않아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바다의 모습은 아니었다.
샤크베이 지역의 작은 마을 덴햄,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귀여운 돌고래들이 반겨준다. 이제 우리의 최종 목적지 몽키 마이어까지는 약 20분이 남았다.
돌고래와 펠리컨이 바다에서 수영하는 곳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몽키 마이어에 도착을 했다. 우리의 첫 번째 로드트립을 축하하듯이 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날씨가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 덕분인지 일찍 몽키 마이어에 도착할 수 있었고 충분히 둘러볼 시간이 있었다. 몽키 마이어에서는 아침마다 돌고래들이 찾아오며 많은 여행객들이 그걸 보기 위해 몽키마이어로 여행을 온다 해도 무방하다.
몽키 마이어의 지역에 입장을 하려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각각 $12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했다. 우선 몽키 마이어에 도착을 하였으니 입장을 하고 싶었지만, 돌고래들은 이른 아침에 왔기 때문에 들어간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오늘 입장을 하고 내일 또 오면 티켓을 재구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가 직원에게 물어봤다.
다행히도 내일 아침에 돌고래를 보러 올 때 오늘 구입한 티켓으로 보러 올 수 있다고 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언니와 나는 로드트립을 하며 적어도 한 번은 꼭 바다에서 수영을 하자고 계획을 세웠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날이 오늘이었다. 바다 수영을 하기 딱 좋은 날씨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취미가 같은 사람과 로드트립을 떠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몽키 마이어가 특색이 있는 이유는 바다에서 돌고래들과 펠리컨들이 함께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지켜야 할 점이 있다. 수영을 할 때 돌고래한테 억지로 다가가면 안 되고 만지면 안 된다. 다만 돌고래가 직접 나한테 다가온다면 괜찮다. 그래서 나도 수영을 하며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몽키 마이어에서 수영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즐기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너무 늦어지기 전에 카라반 파크로 이동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텐트를 쳐야 했다. 따로 헤드 라이트를 챙겨 오지 않아 밤이 되면 휴대폰 불빛에 의존하여 생활을 해야 했으므로 최대한 밝을 때 이동해야 했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을 해 준 언니 그리고 먼길을 함께 달려온 나를 위한 자축 파티를 시작했다. 파티라고 해봤자 맛있는 삼겹살에 맥주 한잔이 전부이지만, 우리의 밤은 어느 때 보다 행복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뿐 아직 갈길이 많이 남은 우리의 로드트립의 이튿날 밤, 서호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