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추지 않은 채 기상하여 주섬주섬 짐을 싸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포트 헤들렌드를 떠나 '카라타'로 향한다. 정보의 바다 구글에 검색을 해도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는 서호주의 카라타(Karratha). 이곳은 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시티이다. 1968년에 마이닝 산업이 시작되었으며, '카라타'라는 이름은 애버리진의 언어에서 지어졌고 '좋은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침은 든든하게
이상하게 호주 맥도날드는 한국이나 싱가폴에 비교해서 맛이 없다. 하지만, 요리를 하기 귀찮다거나 서호주 북부의 알 수 없는 곳에서 허기가 진다면 맥도날드 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맥도날드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서호주 북부 지역에서, 다행히 사우스 포트 헤들렌드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늦은 아침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장거리 여정을 떠나기전에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차에 오른다.
기름 채우고 출발
로드트립이라고 해서 '헝그리 정신'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도 자주 점검을 해 줘야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비싼 기름값 그리고 숙식 비용까지. 서호주 북쪽 지역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마트도 별로 없고 물가도 비싼 편이다. 여행을 하며 매번 외식을 하다 보면 지출의 대부분은 식비로 나가게 된다.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는데 50불이 훌쩍 넘었으니 말 다했다.
포트 헤들랜드에서 2시간을 훌쩍 달려 도착한 이곳은 로번(Roebourne), 로드트립을 하며 서호주 북쪽의 웬만한 지역은 다 가보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와 보겠어. 로번은 북서부의 도시. 퍼스 북쪽 1280km. 인구 1만 5000명으로 카라타보다 조금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물도 마치고 스트레칭도 하고 장시간 앉아 있어 피곤한 몸을 풀어준다.
30분을 더 달려서 드디어 '카라타'에 도착을 했다. 서호주를 처음 오는 것 같은 여행자처럼 비지터 센터를 지나 칠 수 없다. 카라타에는 도대체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비지터 센터로 걸어간다. 황량한 곳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비지터 센터. 24시간 여행자들을 위해 열려있는 곳 같지만 휴일이라 그런지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이제 믿을 것은 구글뿐-
Hearsons Cove
유난히 날씨가 더웠던 카라타의 하루, 구글에서 'Hearsons Cove'를 추천해 준다. 비지터 센터에서 멀지도 않고 할 것도 없으니 한 번 가보자 하고 들린 히얼슨스 코브는 생각보다 정말 아름다웠다. 서호주 남부의 에스페란스의 럭키 베이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아이들은 겁도 없이 물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고, 나는 퍼스 시티의 레드닷에서 산 6불짜리 수박 모양 튜브에 바람을 후후 불고 자신 있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히얼슨스 코브에서 천국을 보았다. 적당히 시원한 바닷물에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스한 햇살까지. 지겹도록 바라보던 황량한 도로의 모습 대신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있자니 여행 내내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물속에서 한참을 있었다.
모래사장 대신 조개껍질로 이루어진 바다, 이쁜 조개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난 강아지들은 바다를 뛰어다니고 아이들은 여전히 물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늘 시끄럽게 울어대는 말썽꾸러기 갈매기들을 위해 바다에 조개껍질을 몇 개 던져주니 생선인지 알고 바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덕에 우연하게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이 있을까.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오랜 시간을 히어슨스 코브에서 보냈다. 아차, 늦기 전에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체크인을 해야 하는 것을 깜빡했다.
Econo Lodge Karratha
많은 후기가 없어서 내심 걱정했던 곳, 벽에 붙은 작고 귀여운 도마뱀들이 반겨주었던 곳. 예상과 달리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다. 영국 출신의 인도계 관리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국에서 태어났고 아내와 함께 퍼스로 왔다가 이 먼 곳 카라타에서 이 숙소를 관리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참 다양한 사람은 많다.
체크인을 하고 내 방을 찾아 걸어가는 길, 세탁실도 따로 있고 콴타스/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포인트도 적립된다고 하니 이곳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사실 이곳에서 단 하룻밤만 묵기 때문에 많은 시설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있을 건 다 있어서 따로 필요한 게 없었던 방, 깨끗하고 좋았다. 무료 와이파이에 미니 냉장고,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티브이 그리고 책상까지. 완벽했다.
예약을 할 때 조식 포함인 방으로 선택해서 가격이 조금 높았는데 이게 바로 조식이라고 한다. 에너지 드링크, 우유, 씨리얼, 과일 푸딩, 주스 그리고 에너지 바. 조금 놀랬지만... 건강하게 아침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
아침 걱정을 하기 전에 당장 먹어야 할 저녁이 걱정이었다. 구글에 '카라타 레스토랑'을 검색하여 '카라타 타번'을 찾았다. '타번'은 펍이랑 같은 말이다. 서양에서는 펍 푸드(Pub Food)를 먹는 것이 익숙하다. 간단하게 술과 먹을 저녁을 파는 곳, 카라타 타번에 도착했다
Karratha Tavern
평점이 꽤 높았고 주변에 문을 연 곳이 없어 이곳을 찾게 되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펍은 문을 닫았고, 펍과 연결된 TAB(스포츠토토를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술과 음식을 팔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온 인도 남자들, 각각 혼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할아버지들. 음식을 먹을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작은 매장에 중간 테이블에서 꿋꿋하게 치킨 파미에 소금이랑 후추까지 뿌려서 맛있게 먹었다. 호주에서 펍이나 레스토랑에서 치킨 파미를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도 흔히 아는 치킨 까스라서 입맛에도 잘 맞다.
※ 멜번에 간다면, Universal 레스토랑의 치킨 파미를 꼭 드셔보세요!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