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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Mar 24. 2018

#5 서호주 로드트립, 카라타 - 엑스마우스

캠핑장에서 만난 새 친구

카라타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에는 일정을 정리하고, 티비를 보다 잠에 들었다. 숙소에 지내면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전날 체크인을 하며 'late check-out'이 가능한지 물었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리셉션에 확인을 해 보니 가능하다고 한다. 체크인을 할 때 받은 간단한 조식을 먹었다. 주섬주섬 짐을 싸고 그렇게 체크아웃을 했다.




긴 꼬리를 가진 도마뱀이 살고 있는 특이한 로드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로드 하우스의 음식들은 비싸지만 푸짐하고 너무 맛있다. 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튀긴 음식만 먹다 보니 라면이나 매운 한식이 참 그리울 때가 많다.




R.F.D.S Emergency. 이곳에는 응급 상황 시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도로이다. R.F.D.S는 Royal Flying Doctor Service의 약자이다. 플라잉 닥터 서비스는 호주의 농촌 및 외딴 지역에서 거주, 근무 또는 여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응급 의료 및 기본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구글


Exmouth


한참을 달려 드디어 엑스 마우스에 도착했다. 브룸, 카라타, 포트 헤들렌드는 내가 가본 적이 없었던 곳이라 퍼스에서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적어도 1/1일 까지는 퍼스에 도착해야 한다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엑스 마우스에 도착하자마자 그나마 퍼스에 가까워진 느낌이라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 엑스 마우스도 처음이긴 하지만 2년 전 들렸던 몽키 마이어에서는 그리 멀지 않아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호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1년 전부터 미리 캠핑장을 예약하고 계획한다. 그에 반해 나는 매번 크리스마스 때 호주에서 로드트립을 즐겼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당일 정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캠핑장에 다 와 갈 때쯤 전화를 걸어 캠핑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비었냐고 묻는 그런 무모함 말이다. 엑스 마우스에서도 여전했다. 6시에 문을 닫는 엑스 마우스의 캠핑장. 5시 50분에 전화를 거니 한참 후에 연결이 되었고 자리가 남아 있으니 예약을 할 거면 예약을 미리 해주고 아니면 빈자리가 있는 곳들의 키를 놔두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고민을 하다 '혹시나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하는 마음에 예약을 하러 5:58분에 희망을 안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퇴근한 건지 끝내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무작정 찾은 RAC Holiday Park 캠핑장, 전화 너머로 알려주던 직원의 말대로 굳게 닫힌 리셉션 앞에는 이런 박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5자리 정도가 남아있었고, 가격과 캠핑장의 넘버가 적힌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캠핑장에 들어갈 수 있는 액세스가 있는 카드와 페이를 할 수 있는 카드의 정보를 적는 종이가 있었다. 그렇게 정보를 기입하고 'Late Arrival Forms'를 넣는 곳에 봉투를 잘 닫아서 넣으면 된다. 캠핑장에 입성!




캠핑장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Unpowered Site와 Powered Site인데, 언파워드 사이트는 말 그대로 구역만 사용할 수 있는 거고 파워드 사이트에는 콘센트가 있어서 충전기를 꽂을 수도 있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파워드 사이트가 약간 비싼 편이다. 




허허벌판에서 그나마 땅이 고른 곳을 찾아서 텐트를 친다. 침대가 있는 숙소에서만 묵다가 텐트를 친 게 처음이었다. 성인 3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의 텐트. 약하게 보여도 바람도 하나 안 들어오고 튼튼하고 좋다. 더 늦기 전에 텐트를 쳤다.




진정한 캠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게 서호주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미리 준비해 간 부루 스타에 불을 켜고 IGA에서 구매한 '만들어진 인도식 치킨'을 샀다. 조금 남은 쌀로 냄비밥도 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요리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요리를 한창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 말을 건다.



헤이! 안녕? 우리는 스위스에서 왔어.
지금 호주를 여행 중이야 :)


바로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캠핑카의 주인공들이었다. 스위스 출신의 커플, 현재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부에서 건너왔고 서호주가 마지막 여행 장소라는 것이었다. 이제 2주 뒤면 1년간의 여행도 끝이 난다고, 얼른 스위스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캠핑카를 빌려서 서호주를 여행 중인데 캠핑카가 연식이 오래돼서 그런지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다며 불평을 한다.

하지만 캠핑카에 캠핑 테이블과 체어를 가진 그들과 달리 바닥에 부루 스타를 깔고 인도식 카레를 데우고 있던 내 모습이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는 이미 사라지고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요리를 하고 있는데 너무 많이 요리를 해 버려서. 오늘 저녁 메뉴는 파스타랑 샐러드야 :) 괜찮으면 저녁같이 먹지 않을래? 아, 우리는 베간(Vegan)인데 괜찮으면 같이 먹자. 테이블이랑 의자랑 다 있으니까 몸만 와!


그렇게 잭 다니엘과 콜라를 들고 그들에게 조인을 했다. 먹음직스러운 파스타와 샐러드가 연이어 등장한다. 히피처럼 보이는 커플이었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모양이다. 여자는 스위스에서 의사였고 남자도 대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고 한다. 여자는 퍼스의 Royal Perth Hospital에서도 일을 했었다고 한다. 1년간의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해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얼른 스위스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친절하고 좋다고 해도 호주 사람들과는 알 수 없는 벽이 있어서 그들이 100% 마음을 열지는 않더라.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고. 늘 벽이 있는 느낌이 들었어.


해외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으로서 그 말이 정말 공감된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럽인들은 '그래도 호주보단 유럽이지. 역사도 길고 볼 것도 많잖아'라며 공감대를 이끌어 갔고 엑스 마우스의 밤은 깊어갔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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