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쌀쌀하더니 아침이 되니 텐트 안으로 따신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끈적끈적 함에 잠을 깨고 텐트 지퍼를 내린 후 눈만 빼꼼히 내고 주위를 둘러본다. 다들 늦잠을 잔 건지, 이른 여행을 떠난 건지 캠핑장은 고요했다. 이때, 멀리서 검고 커다란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RAC Exmouth Cape Holiday Park
전날 밤, 스위스 커플이 말하던 이뮤 떼가 나타났다. 그녀는 무서운지 '저리 가!'를 외치며 옷으로 훠이훠이 이뮤 떼를 내쫓고 있었다. 이뮤들은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캠핑카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이내 먹을 음식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줄지어 슬금슬금 사라졌다.
이뮤만큼이나 갈색인 나, 배고픈 이뮤들은 잔디를 쪼아대고 있다. 나를 쪼아버릴지 알았지만 은근히 온순했다. "해치지 않아요~ 다 행복하자고 하는 거예요."
See Salt Cafe
배도 고프고 땡볕에서 요리를 할 순 없다며 찾아 나선 카페, 휴일이라 많은 곳들이 문이 닫혀 있었지만 엑스 마우스의 See Salt 카페는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독일에서 온 여자 직원이 친절하고 좋았다. 로드트립을 하며 많은 서양 백패커들을 봤다. 백패커에서 무료로 지내면서 청소를 하거나 관리를 해 주기도 하며 작고 인기 많은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프랑스 여자도 봤다. 그렇게 그들은 일을 하여 여행 경비를 모으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한다. 우리에게는 '스무 살'이 되어 해외를 나온 것이 어쩌면 큰일이지만 서양 친구들은 '갭 이어(Gap Year)'의 개념으로 대학에 들어가기 전 세계 여행을 구석구석 다닌다.
Sea Salt 인지 알았더니, See Salt이네. 이름이 귀엽다. 소금을 봐. 이곳은 무료 와이 파이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와이파이 정보는 따로 직원에게 물어보면 영수증처럼 뽑아서 준다. 무제한은 아니고, 30분간 사용이 가능했다.
Vlamingh Head Lighthouse
엑스 마우스에서 구경해야 할 곳 중 하나인 Vlamingh Head Lighthouse, 엑스 마우스의 자랑인 닝갈루 리프(Ningaloo Reef)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다. 걸스 트립을 즐기는 것 같은 문신이 많은 호주 아주머니 4분이 단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셔서, 찰칵! 마음에 들었길...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고 들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이쁜 닝갈루 리프, 그만큼 더웠기도 하고.
Vlamingh Head Lighthouse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했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인생 사진 찍겠다고 절벽 쪽으로 다가가다가 사고가 날 위험이 클 것 같았다.
파리떼들이 자꾸 얼굴에 붙어서 등대에서 사진을 금방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서호주의 여름에는 유난히 많은 파리를 만날 수 있다. 온몸에서부터 얼굴까지, 파리들이 붙지 않는 곳이 없다. 간혹 사진을 찍고 나중에 확인을 하면 파리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Cape Range National Park
무계획 여행치고는 누구보다도 알찬 일정으로 여행을 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여행지 중 하나인 Cape Range National Park, '갈까 말까 고민할 때는 가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이곳도 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가보자!'라고 가게 된 곳이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것 같은 이곳. '아!!'하고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되어 '아-아-아'하고 돌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Ningaloo Club
문제는 '엑스 마우스'에서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없었다. 아고다부터 구글까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엑스 마우스의 숙소를 찾아보았다. 결국은 엑스 마우스에 도착을 하여 바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숙소에 전화를 해 보기 시작했다.
- 안녕. 지금 엑스 마우스인데 오늘 1박 할 수 있는 숙소가 있을까?
- 진짜 큰 방이 있는데 4인용이고... (블라 블라) 한밤에 $600이야.
럭셔리 여행도 아니고, 싱가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도 아닌데 1박에 600불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희망을 걸고 다른 곳에 전화를 했다.
- 안녕! 혹시 오늘 프라이빗 룸 있니?
- 응! 딱 1개 남았어. 지금 어딘데?
- 바로 근처야. 3분 안에 도착해.
- 씨유!
그렇게 닝갈루 리프의 바로 근처에 위치한 Ningaloo Club에 체크인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백패커인데 프라이빗 룸은 아주 좋았다. 1박에 $120, 퍼스 시티의 일반 호텔 가격과 맞먹지만 숙소가 없어 야외에서 자는 것에 비교하면 파라다이스 수준이니 이 방을 선택했다. 큰 침대, 샤워실/화장실, 베드 사이드 테이블, 램프, 소파, 옷장 등 있을 건 다 있던 방. 브룸에서 엑스 마우스까지 달려오다니. 퍼스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그렇게 방에서 잠시 쉬다가 수영을 하러 닝갈루 리프로 향했다.
Coral Bay
아름답기로 소문난 엑스 마우스의 코랄 베이, 퍼스에서 로드트립으로 몽키 마이어까지는 간 적이 있어도 코랄 베이는 처음이다. 맑은 인도양이 반겨주는 곳! 너무 반겨줘서 그런지 사람들의 등이 빨갛게 익었다.
이곳에는 멋진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포인트가 있다. 해가 질 때면 사람들은 이곳에 몰려와 선셋을 감상하려고 한다. 시원한 맥주를 들고 오는 사람, 가족들과 연인들과 오는 사람들도 바빠진다. 숙소 체크인할 때 혼자 온듯한 청년이 그새 친구를 사귀어서 함께 왔더라.
길리에서 본 카약, 닝갈루 리프에서도 대여를 해 준다. 카약은 진짜 재밌다.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개인 카약을 가지고 싶다.
물이 얕아서 아기들도 좋아하는 닝갈루 리프, 구명조끼 입고 물에서 첨벙첨벙. 나는 수영을 잘 하지만, 수박 튜브 타고 두둥실.
혼자서 첨벙첨벙하던 아기, 누나랑 함께 노는 중. 아기 엄마는 아빠에게 요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화목한 가정 :) 정말 보기 좋았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푸른색의 인도양은 금세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너무 늦지 않게 선셋 포인트로 향한다.
점점 더 붉어지는 노을,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신이 나는지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구경하고, 부모님들은 '거기 올라가면 안 돼!'하면서 감시 중.
이곳에서 선셋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유난히 붉고 아름다웠던 엑스 마우스의 선셋, 많은 사람들이 풍경을 눈으로 담기도 하고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엑스 마우스의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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