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몽키 마이어는 아침마다 찾아오는 돌고래 무리로 유명하다. 수십 년째 이곳을 찾아오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 텐트에서 기상을 했다. 조금 더 늦잠을 잘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일찍 깨버렸다. 여행도 끝이 보이고, 돌고래를 보기 전에 몽키 마이어에서 바다 수영을 하고 싶어서 비치 타월과 책을 한 권 가지고 바다로 향했다. 돌고래가 나타나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갔는데 나보다 일찍 나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평화로운 몽키 마이어의 아침, 서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뽑으라면 단연 몽키 마이어이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고, 바다에서 수영하는 펠리칸과 돌고래를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바다가 끝없이 있는 곳. 몽키 마이어는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돌고래들이 올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잘 볼 수 있도록 명당자리를 잡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와서 몽키 마이어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돌고래들의 특성을 이야기해 준다. 잘 잡은 명당자리가 무색하게 다 같이 바다 근처로 이동을 한다.
돌고래들이 하나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그것도 매일 이곳 몽키 마이어를 방문한다는 돌고래들. 표지판으로 돌고래들의 그림과 이름도 함께 쓰여있다. 설명을 하는 직원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양동이에 생선을 담아와서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한다. 직원들이 구경하는 사람들 중 몇 명을 선택해서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게 하는데 고깔 쓴 아기가 당첨되었다. 이날이 생일이라고 한다. 너무 귀여웠다 :-) 돌고래들은 이곳을 한참 맴돌다 떠났다.
'돌고래들을 절대 만지지 마세요. 그들을 매일 보고 싶으면 만지지 말아 주세요.' 직원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날이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고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 돌고래들이 아직도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곁으로 오는 게 아닌가. 이곳의 돌고래들은 절대 만지면 안 되지만 돌고래들이 곁으로 먼저 다가올 경우에는 따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없다. 다가와서 몸으로 치기도 하고, 수영을 하다가 다시 사라져 버리는 돌고래들. 직원의 말대로 모든 사람들이 이곳의 돌고래들을 존중해줘서 그들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면 펠리컨도 있다. 펠리컨들은 늘 이상한 자세로 모래사장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흔하게 만날 수 있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슬금슬금 다가가도 가만히 있다.
키친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 먹고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옆의 이탈리안 가족들은 나무 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보이던 한 검은 물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뮤(Emu)였다. 여행 내내 캥거루보다 더 많이 본 듯한 이뮤. 옆에서 사진을 찍어도 땅만 쪼고 있을 뿐.. 엄청나게 거대했다.
몽키 마이어 캠핑장을 떠나고 차를 달리다 보니 샛길이 보인다. 저긴 어딜까 하는 호기심에 흙바닥을 달리니 이런 곳이 나왔다. 혼자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같은 곳이었는데, 이미 한 곳에는 커플들이 패들 보드를 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인터넷이 연결되는 게 아닌가? 저번에는 스털링 레인지(Sterling Range)의 산꼭대기에서 인터넷이 펑펑 잘 터지던데... 참 알 수 없다. 서호주에서는 텔스트라(Telstra) 통신사를 쓰면 외곽 지역에서도 인터넷이 잘 터지지만 그 외의 통신사들은 외곽으로 가는 순간 No Service로 바뀌어 버려서 답답할 때가 있는데 여행 중에 간혹 인터넷이 터지는 지역을 가게 되면 그 희열감이란 이로 말할 수 없다.
평화로운 리틀 라군, 선탠을 하기도 좋고 스노클링을 하기도 좋다. 이곳이야말로 히든 스팟 같은 곳이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차에서 내리기 전에 얼굴에 선크림을 가득 발랐다.
물이 그렇게 깊지 않아서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주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자연과 친해지도록 키우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아기들도 바다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겁 없이 구명조끼를 차고 바다로 뛰어들기도 한다. 심지어 어제 막 태어난 것 같이 작은 아기들도 공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나도 어릴 적에는 공부를 시키는 대신 자연에서 뛰놀게 하신 부모님 덕분에 정말 재미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눈썰매를 타고, 과수원에 가서 과일을 따고 낚시를 하고 나무 그네를 타며 놀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런 기억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주말이면 호주 사람들은 주로 공원이나 바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호주는 참 살기 좋다고 느낀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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