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나라 여행하기
싱가폴 자유여행 DAY 4
말레이시아는 싱가폴에 아주 근접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만 시간을 낸다면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 싱가폴리언들은 주말을 이용하거나 공휴일을 이용하여 조호바루에 쇼핑, 스피드 라이딩을 즐기러 자주 방문한다. 그 이유는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 물가의 절반 혹은 3배까지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로 5박 6일 여행을 간 김에 하루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보내기로 했다. 1박을 할 만큼은 아닌 것 같아서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조호바루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거나, 트레인을 타는 방법이다. 자동차는 싱가폴리언 친구들과 갈 때 사용하면 되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커스텀에서 2-3시간도 걸린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트레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트레인은 우들랜드 트레인 체크 포인트(Woodlands Train Checkpoint)에서 탈 수 있는데 우들랜드는 내가 묵고 있던 차이나타운에서 지하철을 한번 타고 버스를 한번 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싱가포르의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국경과 아주 가깝다. 싱가포르의 시티에서는 정말 멀다.
차이나타운에서 파란색 라인인 Downtown line을 약 34분간 타고 Bukit Panjang 역에 하차하여 170A 버스를 타고 20분간 달리면 우들랜드 트레인 체크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다. 우들랜드 체크포인트에 다 와갈 때쯤이면 버스는 많은 사람들로 붐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수준이 된다.
우들랜드 지역에는 공장이나 건설회사들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글맵이 정말 잘 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우들랜드까지는 거리가 정말 멀기도 하고 출근 시간과 겹쳐서 버스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미리 예약한 트레인을 놓칠뻔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우들랜드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싱가포르에는 택시가 비싸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를 바란다.
우려와는 달리 제시간에 우들랜드 트레인 체크 포인트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차했지만 정작 트레인을 타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체크 포인트로 들어가서 미리 예약한 바우처를 보여주었다. 그곳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따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티켓을 확인하고 커스텀을 거친다. 기차 출발 약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커스텀에 줄이 길진 않았지만 내 앞에 약 10명 정도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커스텀 체크는 빨랐다. 커스텀을 통과하면 짐을 스캔한다. 스캔까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곧이어 기차가 도착하고 트레인에 올랐다. 티켓을 구매할 때 좌석을 정할 수 있었는데 트레인에 타니 원하는 자리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것이었다. 좌석 상태들이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한 곳으로 고르면 된다. 나는 좌석이 정해진 줄 알고 내 좌석을 찾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 차버려서 얼른 비어있는 좌석에 앉았다.
트레인을 타기 전 트레인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보안 요원들이 오더니 "사진 찍으면 안 돼!"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검사하는 것이 아닌가. 사진을 지우는 것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보내줬다. 역에서까지 사진 촬영은 금지다. 기차 안에서는 가능하다.
앞 좌석의 상태로 봐서 알겠지만 좌석은 매우 옛날식이고 허름하다. 앉는 것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트레인을 타면 좋은 점은 말레이시아에 단 5분 만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우들랜드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트레인을 타면 금방 말레이시아에 도착을 한다.
트레인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입성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 하지만 커다란 쇼핑센터에 H&M과 스타벅스의 로고가 보인다. 스타벅스가 없는 퍼스보다는 낫네라고 생각하며 쇼핑센터로 들어갔다.
역을 나오면 육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알록달록한 색의 많은 택시들이 눈에 띈다. 고층 건물들도 많고 탁 트인 뷰가 눈에 띈다. 이 날은 날씨가 흐렸지만 밝았다면 더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시티 스퀘어 몰에 도착했다. 이곳은 트레인 역과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조호바루를 들리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곳이다. 나는 오전 8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쇼핑센터는 10시부터 오픈이라고 한다. 미리 알았다면 더 늦은 시간의 트레인을 탈 걸 그랬나 보다.
다행히 쇼핑센터 입구에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가 있었고 오픈을 한 상태였다.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아 너무 배가 고픈 상태라서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쇼핑센터가 본격적으로 오픈하는 10시까지 무엇을 하며 기다렸을지 상상할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로 먹을 수 있는 것 중 최고는 단연 카야 토스트 세트가 아닐까 한다. 싱가포르에서 먹을 때도 저렴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먹으니 더 저렴했다. 저 세트가 약 1,500-2,000원 정도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즐겨 가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가격이다.
아침식사를 다 먹고 계산을 하려 하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당연히 카드로 계산을 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캐시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캐시를 환전해서 쓰는 것보다 수수료가 들더라도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이 편하기에 여행 내내 자주 카드를 사용했는데 캐시만 받는다니.. 이미 음식을 다 먹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직원에게 ATM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캐시를 뽑아서 오겠다고 말했는데 놀랍게도 직원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한다. 솔직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고 보내준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트레인 역으로 돌아가서 ATM을 찾아서 캐시를 출금하여 다시 레스토랑에 돌아왔다.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작지만 팁까지 주고 왔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도 오픈까지 30분 정도가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티 스퀘어 몰이 아니면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오픈 시간인 10시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로 한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곳까지는 입장이 가능하지만 더 많은 상점들이 있는 곳은 오픈전까지 막아두었다.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아주 큰 쇼핑센터가 등장했다. 층층마다 상점들이 가득하고 한 쇼핑센터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필요했던 것을 리스트를 적어놓고 매장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퍼스에는 없는 백종원의 본가도 여기에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나는 원래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데 이곳에는 워낙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서 그런지 하루 종일 이곳에서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 망고 전문 브랜드 허유산도 시티 스퀘어 몰에 있다. 나는 몰랐지만 이미 유명한 브랜드였다. 이곳까지 왔는데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망고가 잔뜩 들어간 음료를 골랐다. 되게 특별한 맛일지 알았는데 사실 맛은 그냥 망고 맛이었다.
알갱이가 많아서 빨대로 먹기는 힘들었다. 검색을 해 보니 한국에도 허유산 매장이 있었다. 정말 유명한 브랜드인가 보다. 시티 스퀘어 몰에서 가방도 사고 호주 퍼스에서는 비싼 안경도 맞추고 옷도 구매했다. 물가 저렴한 말레이시아까지 왔는데 마사지를 안 받고 돌아갈 수 없다며 쇼핑센터 안에 위치한 마사지 숍으로 가서 오일 마사지를 예약했다. 이미 예약이 꽉꽉 차 있었다.
마사지를 받기 전 배가 고팠지만 백종원의 본가에서 점심을 먹을 시간은 부족했기에 마사지를 받기 전에 배가 고파서 Sakae Sushi에서 간단하게 스시를 먹기로 했다. 말레이시아가 스시의 본고장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스시라는 이름을 걸고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나 허술하고 맛없는 스시를 만드는 것인지, 난생처음 이런 스시는 처음 봤다. 김은 흐물흐물하고 밥도 꽉꽉 차 있지도 않고 돈을 주는 것도 아까웠다. 그래도 직원이 마지막에 "How was everything?"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거짓말을 했다.
시티 스퀘어 몰의 Thai Odyssey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발리나 태국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지숍! 사실 가격은 말레이시아 물가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2시간 오일 마사지를 해서 약 $80 정도였으니 높은 편이다. 그래도 시설이나 마사지 퀄리티는 너무 좋았다.
마사지를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서 도착해서 잠시 대기를 했다. 그동안 따뜻한 차 한 잔을 주었다. 잠시 뒤 직원이 와서는 따뜻한 물에 족욕을 시켜주었다. 여행 동안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오일 마사지는 언제 받아도 너무 좋다. 특히나 여행 동안 마사지를 받는다면 힐링도 제대로 되고 피로가 싹 풀린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의 마사지를 아주 잘 받고 옷을 입고 나왔다.
마사지 숍을 나가기 전 따스한 차를 한잔 더 주셨다. 이곳은 여행객들로 늘 바쁜 마사지 숍이다. 시티 스퀘어 몰에 간다면 타이 오디세이 마사지 숍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아디다스 매장에 들려 운동복을 몇 개 구매했다. 마사지까지 받고 나니 트레인을 타고 싱가포르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서둘러 트레인을 타러 갔다.
나처럼 저렴한 쇼핑, 마사지가 목적이라면 당일치기로 조호바루에 다녀 올 수도 있지만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1박을 하는것도 괜찮다.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트레인을 타러 역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돌아갈 때는 미리 트레인 역에 가있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 제시간에 트레인을 탔다. 커스텀을 통과할 때 내가 거의 뒤에서 2-3번째 마지막이었는데 이민성 직원이 엄청 깐깐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보고 호주에서 무엇을 하는지, 호주에서 어떤 비자로 있는지 물으며 마지막에는 호주 비자 상태를 보여달라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없고 걱정이 되어서 이메일로 비자 레터를 열어서 보여줬는데 막상 커스텀을 통과하고 나니 내가 왜 호주 비자 상태를 그 직원한테 보여줘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원래라면 리턴 티켓을 보여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 직원은 비자 상태부터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 무엇을 적기 시작했다. 혹시나 나는 내가 싱가포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체류 목적으로 싱가포르에 들어오는 걸 우려해서 그런지 알아서
"아, 나 싱가포르에서 일한적 있어." 하니까 "아, 그래?" 라고 했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싱가포르에서 거주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던 눈치였다.
진작 커스텀에서 왜 나의 호주 비자를 보여달라고 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커스텀을 통과하고 나니 화가 났다. 어쨌든 무사히 통과해서 좋기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 하나이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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