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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Nov 12. 2018

Notification을 없애니 마음이 편해졌다.

Pixabay _ TeroVesalainen



까톡. 까톡까톡.

Gaeul, book with XX on the TRIPLE!

You’re out of iCloud storage.



우리는 스마트 한 세상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까지 그리고 새벽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Notification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하다 보니 폰으로 조금 전 받은 이메일 알람이 잠시 후에 다시 맥북에 뜬다. 제목만 봐도 나에게 필요한 내용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


Moved to bin.

읽을 필요도 없는 광고성 이메일을 바로 휴지통 아이콘을 눌러서 삭제를 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새 쌓인 광고성 이메일들을 쭉 눌러보다 전체 삭제를 눌러버린다. 그중에서는 이미 수신거부를 했는데도 다시 보내진 이메일들이 몇 개 보인다. 항공사의 프로모션 이메일이나 오늘 아니면 대박 세일의 기회를 놓친다던지에 대한 이메일이 아닌 이상, 약 98%의 이메일을 제목만 읽은 채 휴지통으로 보내버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신경질이 나서 다시 수신거부를 하려다가 이러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다시 메일함을 닫아버렸다.


회사에 출근하여 노란 배경의 PC카카오톡에 로그인한다. 나는 호주 퍼스에서 호주 법인의 한국 사장님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대부분이 한국이기 때문에 출근 후부터 퇴근 전까지 카카오톡 사용은 필수이다. 로그인을 하니 어김없이 고객들의 메시지가 쌓여있다.


네. 잠시만요.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회사 아웃룩 이메일을 오픈하여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는지 새로운 이메일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이메일로는 주로 호주 거래처와 연락을 한다. 하던 일에 대한 팔로우 업을 하기 위해 거래처에 이메일을 쓰고 있으면 우측 하단에 새 이메일이 왔다는 작은 알림 창이 뜬다.


Hi Heather, Hope you are well today...


5:30분이 퇴근을 하여 집으로 가는 길. 버스에 타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인스타그램을 계속해서 새로고침 하고 블로그를 둘러보고 브런치, 유튜브, 페이스북을 쭉 훑어본다. 크게 도움이 될 정보도 없지만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휴대폰을 들여다봤지만 집에 와서 맥북을 켜고 일하는 동안 쌓인 광고성 이메일들을 삭제하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메시지도 한다. 그 순간 누군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며 알람이 뜬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순간 나 자신에게 짜증이 밀려온다. 메시지를 봐도 가십거리들 뿐이다. 100개의 이메일을 봤지만 나에게 필요한 이메일은 단 하나 있을까 말까였다. 다른 사람이 사진을 업로드하고 좋아요를 누른 것을 왜 실시간 봐야 하고 그걸 또 클릭하게 만드는 걸까.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해도 모자란 시간인데 하루하루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한심한 생각뿐이었다. 남들의 이야기나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들에 더 이상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도 않았고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Pixabay _ ribkhan


휴대폰의 Notification을 하나하나 끄기 시작했다.


우선 제일 많이 사용하는 어플의 알람을 꺼버렸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새로운 메시지를 보여주던 폰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휴대폰의 홈 버튼을 눌러도 시간만 보일 뿐 새로운 메시지 창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순간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불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궁금증도 사라졌다. 몇 분 동안은 살짝 어색함도 느껴졌지만 이내 독서를 하거나 십자수를 하며 취미 활동을 하며 저녁을 보냈다.


알람을 끄고 나니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에 시간들을 투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찾아서 볼 수 있으니 좋고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강제로 보여주지 않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이런 스마트한 세상에 나 혼자 스마트하지 않거나 모든 것을 끊고 살 수는 없지만 정보의 바다 아니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마음이 너무 지쳤다면 알람을 끄고 지내보는 건 어떨까.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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