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21살, 나의 싱가폴 직장생활
금, 토, 일 기나긴 휴일이 시작 되었다.
서비스직에 일하는 사람들은 공감 할 것이다.
우리에겐 휴일이란 없다. 남의 휴일이 우리에겐 일 하는 날이며 그것도 굉장히 바쁜 날이다.
작은 레스토랑이 오픈 하자마자 사람들로 북적북적 대기 시작했다.
한국인 손님들도 많이 오셨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나에게 다가 와서는 예약이 있다며,
자기 테이블이 윈도우 테이블 (우리 레스토랑에서 가장 좋은 뷰를 가진 테이블)이냐며 묻는 것 이다.
예약 프로그램을 체크 해 보니,
그 사람들의 예약은 다른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에서 고작 일주일전에 만들어진 예약이였다.
우리 레스토랑은 작고, 윈도우 테이블도 6개 밖에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1달 아니면 2달전에 예약을 한다.
그래서 일단 나는 예의상 죄송하다고 하고 배정된 테이블을 보여주었다.
그 여자는 곰곰히 생각을 해 보더니 가족들과 상의를 해 보고 다시 돌아 오겠단다.
잠시후 그 여자는 남편과 함께 와서는 갑자기 말을 바꾸며 자기들이 이미 윈도우 테이블 예약을
아주 오래 전에 했다는 것 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예약 날짜도 다 확인이 가능하고, 어떤 경로로 예약이 되었으며
윈도우 테이블을 우리가 확정을 한지 안 한지 다 알 수 있다.
우리 레스토랑에서도 윈도우 테이블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님에게 약속을 한 상황이면 반드시 그 프로그램에 입력을 해 놓는다.
남편과 함께 배정된 테이블을 다시 둘러보던 여자는 갑자기 사라졌고 다시 돌아와서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자기는 지금 여행중이고, 아주 오래전에 레스토랑을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당장 윈도우 테이블을 달라는 것 이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테이블을 Allocate 하냐며 자기에게 증거를 대란다.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그 여자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았다.
그 예약은 다른 호텔에서 만들어 진 것이고, 우리는 분명히 모든 것을 다 통보 했으며,
그 사람들은 처음에 예약을 할 때 윈도우 테이블을 요구 하지도 않았으며,
예약은 고작 1주일전에 만들어 진 것 이였다고...
이렇게 다짜고짜 따지는 사람들은 말을 해도 안 통하는것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 어시스턴트 매니져를 불러서 일을 처리하게 했다.
나도 그렇고 우리 어시스턴트 매니져도 그렇고 우리는 다른 옵션을 제시했었다.
1시간 뒤에 오면 윈도우 테이블을 줄 수 있다는 것 과 다른 예약이 캔슬이 되면 전화를 주겠다는 것.
이제 그 여자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우리 어시스턴트 매니져에게 General Manager의 명함을 달라며 난리였다.
그래서 우리 어시스턴트 매니져는 매니져에게 가서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또 나한테 명함 달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 이냐며 또 성질을 내기 시작했고,
자기는 행복하지 않으며, 자기는 이 예약을 캔슬 할 것이며, 명함을 받아서 컴플레인을 걸겠다느니...
저런 여자랑 같이 사는 남편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여자는 명함을 받고 사라졌다.
저녁 시간은 레스토랑이 Formal한 컨셉이기 때문에 드레스 코드가 있다.
반바지를 입었거나, 슬리퍼 종류를 신으면 입장이 안된다.
간혹 손님들이 깜빡하거나,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반바지를 입고 오는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긴 바지를 빌려주기도 한다.
한 테이블에 7명의 손님의 예약이 있었다.
그 손님들의 예약도 점심시간에 발생 한 사건의 손님이 묵었던 그 호텔에서 만들어진 예약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7명은 서양 가족들이였는데, 아빠를 포함한 남자들이 모두 반바지를 입은 것 이다.
그래서 반바지를 입으면 출입이 되지 않지만 우리가 긴바지를 대여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갑자기 그 남자가 부인에게
너는 밥 먹으려면 먹어라 나는 바지를 갈아 입을 수 없다!
라고 하며 나가는 시늉을 보였다.
그렇게 성격이 불 같은 서양인은 또 처음 봤다.
그러니 그 부인이 갑자기 지갑을 팍! 집어 던지더니 (얼굴은 아주 곱상하고 이쁜 아가씨처럼 생겼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남편에게 나는 여기서 꼭 먹어야 한다고 소리치기 시작했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더니 나한테 자기들을 드레스 코드에 대해 들은적이 없다며 말 하는 것이다.
드레스 코드 때문에 부부 싸움이 나게 생겼다.
그 옆에 서 있던 그 부부의 다섯 아이들도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매니져한테 당장 달려가서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 부부가 싸우게 생겼다고 하니
매니져가 "부부가 싸운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괜찮아 그냥 앉으라고 해." 라고 했다.
그래서 다행히도 일이 잘 해결되었다.
마지막에 결국 매니져가 그 호텔에 전화해서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자칫하면 그 호텔과 우리 레스토랑의 이미지까지 동시에 안 좋아 질 수가 있으므로
앞으로는 손님에게 정보들을 꼭 잘 알려주라고 했다.
일을 하면서 때려치고 싶었던 적이 정말 많았지만, 어떻게 3년이란 시간을 버텼을까 싶다.
아마도, 처음에 싱가폴에 와서 일을 못 구하고 인터뷰에도 떨어지고 했던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참고 버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