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더 Heather Nov 24. 2016

40. 싱가폴, 전 남자친구의 방문.

세계여행: 21살, 나의 싱가폴 직장생활


세상은 작다.

특히나, 싱가폴은 정말 작다. 


신기하게 살면서 안 마주칠 사람은 가까이 살아도 평생을 안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겪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이날은 오후조라서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고, 특히나 8시 30분에 예약한 손님이 많아서 명단 체크를 하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 평소처럼 내 책상에 있었고, 예약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멀리서 두 손님이 오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여자만 쳐다봤고 예약 이름을 물어봤다. 

예약 이름은 여자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고개를 돌려 남자를 봤는데,   


예전에 만났던 싱가폴리언 전 남자친구였다.    



순간 둘다 너무 당황했지만,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수가 없었다. 

괜히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 그 친구의 옆에 있는 여자친구한테 피해를 주는것도 싫었고, 

티를 최대한 안내려 하며 손님을 대하듯 테이블로 안내를 하고 메뉴를 주었다. 


그때 그 남자가


하와유?


하고 그 짧은 순간에 말을 건다.

(너 같으면 잘 지내겠니?)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웃는듯 무표정인듯 한 알수없는 표정과 함께 나는 "낫 배드" 하고는 돌아왔다.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키친으로 들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동료들한테 내 전남자친구가 현 여자친구와 왔다고 어쩌면 좋냐고 했다. 동료들도 놀라며 괜찮냐며 나를 위로해주더니 남자가 잘생겼냐며 물었다.


그건 왜 묻냐


그러더니 매니져가 자기가 대신 일을 해주겠다고 잠시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


이 좁은 싱가폴에서 살면서 언젠가는 마주치겠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마주 칠 줄이야.  

그렇게 호들갑을 떨다 생각해보니, 헤어진지도 오래 되었고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유난을 떨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동료들한테 난 괜찮다고 말하고 계속 일을 했다.


그 친구와 짧은 시간을 만난건 아니였지만, 그 친구는 내가 이 곳에 일한다는 자체를 몰랐다.

나에게 묻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그 친구도 내가 어디에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게 아닐까 싶었다. 


그 날은 그 친구의 여자친구의 생일 인 듯 했다.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 생일 파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것도 영 아닌 것 같고 이런일이 나한테 생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당황스러웠고, 기분이 묘했다.


한편으로는 나와는 좋게 끝나진 않았지만, 헤어지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자기와 더 맞는 사람을 만나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그.래.도 

다시 나갈 때 마주 칠 생각을 하니 영 불편할 것 같아서, 결국 동료들이 나를 조기 퇴근 시켜주었다.


다시는 이런일이 없길 바랄 뿐 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39. 싱가폴, 공부를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