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호주워킹홀리데이
일이 없으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2층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피곤한 상태로 눈을 뜨니, 룸메언니였다. 언니는 호주에 온지 꽤 지났던 상태였고, 이미 시티에서 하우스 키퍼로 호텔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언니가 한창 일을 구할때 동네 피자가게에 이력서를 냈었고, 거기서 사람이 급하게 필요했는지 뒤늦게 연락이 왔다. 하지만 언니는 이미 일이 있었으므로, 자는 나를 깨워서 대신 가라고 알려준 것이였다.
비몽 사몽한 상태에서 잡에 대한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얼른 씻고 동네의 피자 가게로 향했다. 그대신 이날은 헤더가 아닌 언니의 이름을 빌려 '조이'가 되었다.
하이, 나 오늘 트라이얼 있는 조이라고 하는데...
가게에 들어가니 늘씬한 호주 여자 두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왔다고 하니 위생 장갑을 주고 끼라고 하더니 나를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갑자기 피자 만드는법을 부랴부랴 알려주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알려줘서 이해를 단 하나도 못했고 허둥지둥댔다. 그러더니 전화를 받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사실 전화를 받을 용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말을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 곳에서는 일을 못 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둘은 자꾸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를 못 했고 결국에 종이와 펜을 들고와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
"우리는 너를 고용 할 수가 없어. 우리는 더욱 더 이 일과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있어." 사실 정말 좋게 포장을 하여 최대한 내 마음이 안 상하게 적어 주었는데, 나의 자신감은 정말 제대로 꺾였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줄이야. 나름 중학교때부터 미국을 좋아하고 외국 영화, 외국 배우의 팬으로써 영어를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호주에서의 첫번째 좌절이 빨리 올 줄이야.
나에 대한 자괴감이 커졌다. 손에 끼고 있던 위생장갑을 가게에서 나오며 벗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 했나 반성이 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집으로 도착하여,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그 누구보다도 활활 타올랐다. 그렇게 한국에서 미리 다운 받아온 미드를 켜고, 공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