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호주 퍼스, 고마운 사람 (영어 공부)

세계여행: 호주워킹홀리데이

피자 가게에서 첫번째 좌절을 겪고, 그날부터 영어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미드를 틀어놓고 보면서 공부를 ...... 하려고 했지만, 20년동안 한국어를 썼고 영어라곤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공부한게 전부. 당연히 단시간에 늘기란 어렵다. 그렇게 미드를 한시간도 안보고 끄고,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생각이 났다. 내가 살던 집 1층에 살고 계시는 토니 할아버지. 매번 나와 마주칠때마다 하이! 하와유 하며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빈 노트에 나의 다이어리라 적고, 그 앞에 할아버지께 남길 작은 메모를 썼다. 그 내용은 내가 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할아버지의 마당 테이블에 놓을테니 문법을 고쳐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였다.

지금 보면 정말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 You have to edit. 이라는 부분에서 할아버지도 흠칫 하셨을듯 ...

나의 간절한 마음이 할아버지께 전해지길 바라면서 나는 첫번째 일기를 썼고 작은 메모와 함께 할아버지의 마당 테이블위에 놔두었다. 할아버지가 과연 이 노트를 보셨을까 하루종일 조마조마 하였다. 저녁이 되어서 할아버지의 테이블을 확인했고 페이지를 넘겨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할아버지께서는 문법을 다 수정해주셨다.

두번째로 내가 썼던 일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좋아하는 감독인 우디 앨런에 대해 썼다.

가끔은 짧은 메모도 남겨놓으셨는데 할아버지의 메모에는, 마지막으로 썼던 일기와 비교하여 더 많은 디테일이 들어갔고 큰 발전을 했다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영화 <대부>와 우디 앨런 감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짧은 글 이였지만 마음속에 자신감이 생겼다. 어쩌면 귀찮을지도 모르는 일을 할아버지께서는 오히려 자신이 즐겁다며 직접 나서서 도와주셨고, 정말 감사했다.

그땐 내 영어가 짧아 할아버지께 제대로 감사인사를 못 드린 것 같아 한편으로는 너무 죄송스러웠다.

사실 나는 부끄럼도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였는데,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 자신도 놀랐다. 여행이 단순히 더 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