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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Apr 23. 2017

해외에서 자존감 높이는 방법

나 자신이 되기


외국에 살다보니 나이를 잊고 산다. 한국인을 만나지 않으면 굳이 누군가 나이를 묻지 않으며 나조차도 상대방에게 나이를 묻지는 않는다. "외국이라 나이를 묻지 않겠어!"가 아닌,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나이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서 19.5년이란 시간을 살았지만, 외국에 나온지는 6년이 되었다. '나는 누구?'라는 식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가끔 생긴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나는 아직은 '이방인'의 존재이지만, 한국을 떠난지 오래 되었다. 하지만,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는것도 아니고 외국에 가족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것이 아니다. 다수의 친구보다는 소수의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스타일이며 1:1의 만남은 좋아하지만 그룹으로 만나는 것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해외 생활 5년만에 향수병이 찾아와서,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갈래!'라고 선언 한적이 있었다. 한국의 구인 사이트를 찾아보며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해본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내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적응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나는 절대 적응 할 자신이 없다.' 라는 결론을 지으며 자연스레 향수병에서 벗어났다.


한번은 호주에서 함께 일하던, 하지만 친하진 않던 한살 위의 여자분에게 '~씨'라고 불렀다가 윗사람에게 '~씨'라고 부르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사회 생활을 못해봐서 호칭에 대해 모르는건가 아니면 그 분이 텃세를 부리는건가 궁금했다.




21~24살


싱가폴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자존감이 높았다. 한국인이라면 어딜가나 우대 해 주기도 했고, 은근히(?) 인기도 많았다. 호주에서 워홀을 할 땐 청소로 쓰리잡을 하다가, 싱가폴에서 본격적인 직장인이 되니 자존감이 더 높아졌다. 회사의 복지도 좋아서, 보너스도 두둑했고 회사도 글로벌하여 규모가 컸다. 사람도 많이 만났고, 신나게 놀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엄청 꾸미고 다녔다.

하지만, 싱가폴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할수록 싱가폴에 있는 서양 Expat (expatriateㅣ국외 거주자)친구들과 내 삶을 비교해보면 현저히 달랐다. 그들은 끊임없이 문화 생활을 즐겼고 주말마다 비치볼을 하러 가고, 자주 휴가를 내고 여행을 훌쩍 떠났다. 수영장과 헬스장이 딸린 콘도에 살며 아주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주 5일을 일했지만, 남들이 쉴때 일해야 했고 주말에 일하는건 기본이였다. 주말마다 혹은 휴일마다 놀러 나가는 외국 친구들의 메세지를 거절하기 일수였다. 그러다보니 싱가폴 생활 3년만에 자존감이 확 떨어졌다. 일의 노예가 된 기분이였고 이렇게 일을 하며 평생을 살 것만 같았다. 싱가폴리언들의 관심은 좋았지만 결국 나는 여기서도 잠시 왔다가 갈 이방인이였다.



24살~


호주의 여유로운 삶을 쫓아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다. 20살때는 영어를 못했고 아무것도 몰랐으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어느정도는 호주를 아는 지금, 나는 이 곳에서 확실히 비주류일뿐이다. 이 곳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 오래 산것도 아니니 호주인들에게 100% 흡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대화는 되지만, 원어민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놓고 인종차별은 하지 않지만, 가끔가다 눈빛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정도 머리가 커지니 더 용기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말 한마디도 완벽하게 해야 할 것만 같고, 실수 하면 내 자신이 싫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워홀 일 때, 학생 일 때, 영주권을 준비 할 때, 영주권자 일 때, 시민권자 일 때의 생활과 각각의 단계에서 인간관계를 다루는 방법도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come and go를 반복하니 인간관계를 유지 하는것도 힘들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인간 관계에 무뎌지는 것이 느껴진다. 친한 사람 1-2명 있으면 혼자서 평생 잘 살수 있을 것만 같은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슬플 것 같다.

꿈을 위해서 혹은 잘 살기 위해서 외국에 나온건데, 이왕이면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아래는 해외에서 자존감 높이는 나만의 일상 속 작은 방식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떠올리기


자신이 어디에선가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 되어지는 사람'이라는걸 알게 된다면 자존감과 만족감이 상당히 높아진다. 20살 호주에서 워홀을 할 때 청소를 해도 행복했다. 먼 이국 땅에서 나 혼자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것에 감사했다. 지금은 자신이 어느곳에서도 필요되어 지지않는 사람이라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장담하는데 그 누구도 필요 되어 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카페에 간다.


- 맛있는 커피를 한잔 마시며, 사람 구경도 하고 글을 적거나 책을 읽으며 분위기를 즐긴다. 그 공간에 속한 느낌을 받는다.



여행을 간다.


- 여행자의 시선으로 한발짝 물러서 세상을 혹은 익숙한 이 곳을 바라보게 되면 '나는 누구?' 라는 물음 혹은 '비주류'라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러 온 사람'이 된다. 여행을 하며 6년전엔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는데 영어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기본 의사소통이 되는 나를 보며 그래도 '6년동안 많이 발전했다'고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된다.



같은 취미,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눈다.


-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같은 취미와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배울점도 많고, 내가 가는 길을 누군가도 함께 걷고 있으니 존중 받는 기분도 든다. 무엇보다 내 꿈에 대한 확신을 다시금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포장 할 필요도 없고,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비로소 나 자신이 될 때 가장 큰 행복과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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