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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8 태국의 서울, 방콕 여행

전재산 들고 해외로 떠난 한국인 커플 이야기 - 태국 편 (8)

by 매일 영어

이번 주 여행 키워드 - 수도


1) 방콕의 청담동, 텅 러

2) 한 달 만에 한식이다

3) OO아, 생일 축하한돠~~

4) 방콕 미슐랭 투어

5) 버스+레스토랑 = 버스토랑


4월 15일 : 방콕의 청담동, 텅 러


오전 10시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넘어온 지 이틀이 지났다. 이제 좀 방콕을 둘러볼 계획을 실행해 본다. 첫날엔 긴 이동 시간으로 방콕 날씨만 느꼈고, 두 번째 날은 까오산 로드에서 물총 쏜 기억이 전부다. 이틀 패키지(?) 여행을 마치고, 오늘부턴 개인 자유 여행을 시작해 본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텅 러. 방콕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고급스러운 동네라고 한다. 이름에 이끌려 출발해 본다. 오늘의 이동수단 역시 버스. 어제와 똑같이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약 15분 정도 걸어간다. 구글 맵을 보며 아래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약 10분 뒤 도착하는 버스 하나. 자연스럽게 탑승한다. 버스로는 제일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그다음은 지하철을 타고 텅 러역으로 갈 계획이다. 약 15분 정도 걸려 짜뚜짝 시장 근처 지하철 역 도착. 표를 사서 지하철을 탄다. 텅 러역까진 약 30분 정도 걸린다. 드디어 도착한 텅 러. 도시 분위기는 뭔가 도시스럽다.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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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텅 러에 첫 발. 텅 러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태국의 한 도시라 덥다. 일단 우린 배를 먼저 채우기로 한다. 미리 찾아 놓은 식당 하나가 있다. 이름은 Bamee Kon Sae Lee. 크리스피 포크 전문점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산이 딱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었고, 심지어 배달 전문 기사님들도 5분 이상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굉장히 바쁜 식당이란 증거. 웨이팅 번호를 받고 바깥에서 기다린다. 금방 들어가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약 15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착석 후 메뉴판을 받고 쭉 훑어본다. 이게 실수다. 음식이 생각보다 더 늦게 나오기 때문에 메뉴판 받자마자 음료 주문 먼저 해야 하는 식당이었다. 여러 번 온 현지인은 익숙한 듯 음료부터 주문. 우린 첫 방문이라 메뉴를 정독하고 조금 늦게 주문을 했다. 실제로 웨이팅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 음식이 나왔다. 심지어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분들이 더 빨리 음식을 받았다. 드디어 먹어보는 음식. 여기가 왜 맛집인지는 먹자마자 알게 되었다. 우린 둘 다 면으로 주문을 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다. Soup이 아닌 Dry로 주문함. 면은 에그누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라면의 면과 비슷한 쫄깃함을 갖고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은 비빔 라면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것 같은 에그 누들. 크리스피 포크는 역시 전문점이라 그런지 바삭하고 촉촉한 맛을 가졌다. 아주 만족했던 첫 끼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텅 러 지역에서 핫플(?)인 곳이 있다고 해서 그 방향으로 걸어가며 동네를 구경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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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목적지 이름은 the Commons. 복합단지 같은 곳이다. 인스타나 SNS 사진 또는 영상 찍기 좋은 곳이라는 리뷰가 많은 곳이다. 그렇게 알려진 곳이라 그런가 이미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다. 현지인보다, 서양인보다 중국인이 많아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다들 한 손엔 휴대폰을 한 손엔 삼각대를 들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우린 사진 찍으러 온 건 아니고 텅 러 핫플의 기운을 느껴보고자 해서 구경만 열심히 했다. 2층, 3층엔 상점들이 지하엔 먹거리를 파는 곳이 많은 복합단지. 한 번쯤은 구경해 볼 만한 곳이지만 그렇게 넓지 않아 관광지로 생각하고 오기엔 조금 아쉬운 곳으로 보였다. 잠깐의 구경을 마치고 디저트 먹을 겸 찾다 발견한 빙수 맛집 하나. 마침 40도를 향해 가는 기온이라 굉장히 더웠는데 잘됐다 싶어 카페로 걸어간다. 약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카페. 이름은 After you dessert cafe. 알고 보니 다른 지역에도 있었던 프랜차이즈였다. 그럼에도 리뷰가 굉장히 좋아 기대하며 들어간다. 여기도 중국인이 많다. 텅 러 = 중국인의 핫플인가.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며 골라준다. 그중 눈에 띄는 망고 요거트 빙수. 바로 주문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사람 구경하며. 약 15분 정도 걸려 나온 빙수. 비주얼은 끝내준다. 같이 나온 망고 시럽 한 바퀴 둘러주고 망고와 함께 빙수를 먹어본다. 그린 라이트. 환상적인 맛이다. 망고도 망고지만 같이 나온 요거트 시럽이 미친 맛이다. 요거트 빙수가 아닌 일반 빙수를 골랐다면 굉장히 큰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점심도 카페도 아주 만족했던 텅 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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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하루종일 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금세 체력은 바닥난다. 갈 때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 + 택시를 타보려고 한다. 반대편인 위쪽으로 걸어가 본다. 구글 지도를 따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보이지 않는 정류장. 구글은 여행하기에 없어서는 안 될 회사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참 아쉬운 점이다. 결국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다. 다행히 친절하게 잘 알려주는 태국분들. 덕분에 구글지도가 아닌 버스 어플을 하나 알려주시기까지. 이래서 내가 태국을, 여행을 사랑한다. 덕분에 버스도 잘 타고, 짜뚜짝 시장 근처에서 택시도 잘 타서 숙소 도착. 저녁엔 근처 음식점에서 간단하면서 저렴하게 태국음식으로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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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줄 요약 : 한국 청담동이 볼 게 많네 역시.


4월 16일 : 한 달 만에 한식이다


오전 11시 30분

오늘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날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특별한 날. 근사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근사했던 한 끼를 먹는 날. 점심은 숙소 근처에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으로 향한다. 사실 숙소 근처엔 참.. 맛있는 집이 없긴 하다. 서울도 중심지엔 맛집이 많지만 구석진 곳은 많지 않은 것처럼 방콕 또한 마찬가지. 메인 거리가 아닌 락시 지역 중 특히 숙소는 더 구석진 곳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나마 인기 있는 식당으로 향해본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 웨이팅을 해본다. 생각보다 더 오래 기다렸지만 참아야지. 드디어 우리 차례. 직원분이 어떤 걸 먹을지 사진을 보며 찍어달라고 하셔서 맛있어 보이는 덮밥으로 주문. 자리에 착석한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오리와 돼지가 섞인 달달하면서 짭짤한 덮밥. 구글 지도 리뷰보고 맘에 드는 점수면 보통 맛있는데 이번 식당 역시 만족하며 배를 채웠다. 그렇게 오전 식사는 마치고 다시 숙소로. 방콕의 온도는 보통 33-35도 사이. 하지만 습도는 치앙마이보다 훨씬 높아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륵. 바깥에 오래 있지 못하는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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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30분

그렇게 더운 오늘 하루는 숙소에서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TV도 보며 한국 주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다 먹방을 보게 되었는데 아주 맛있어 보이는 한식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이래서 TV를 보면 안 돼. 내 손은 자연스레 휴대폰으로. 그 휴대폰의 화면은 이미 그랩. Korea라고 검색한다. 마침 근처에 원전이라는 한식당이 있었다. 배달도 된단다. 사실 외국에서 한식은 비싸다는 생각이 강한데 한국보다 비싼 경우는 동남아에선 없는 것 같고,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다 정도면 알맞은 표현 같다. 유럽이나 미국이 한 끼에 3-4만 원 하는 거지 여기선 한국 음식 가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김밥, 치킨, 떡볶이를 주문한다. 가격은 약 2만 원 정도. 태국 물가에 적응한 우리라 비싸게 느껴지긴 한다. 약 30분 정도 걸려 드디어 도착한 한식. 해외 도착 약 40일 만에 드디어 먹어보는 한식. 먹지 않고 보기만 해도 어찌나 반갑던지. 제일 먹고 싶었던 김밥 한 번 먹어본다. 딱 우리나라 기본 야채 김밥 맛. 외국에서 한식 먹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한식이 제일 맛있지만 우리가 주문한 한식당의 맛도 그에 버금가는 맛이었다. 아주. 아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한 달은 버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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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줄 요약 : 한국인은 역시 한식


4월 17일 : OO아, 생일 축하한돠~~


오전 11시 30분

깜짝 생일 선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그 이유는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조금은 늦게 숙소를 나선다. 큰 길가에서 미터 택시를 잡고, 논타부리 선착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수상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아시아틱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약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선착장 앞. 수상버스를 타기 전에 혹시 모를 불행한 일을 대비해 세븐일레븐에 들려 멀미약을 구매해 준다. 태국 세븐일레븐엔 없는 게 없다. 수상버스는 1시가 넘어서 출발한다. 분명 찾아보면 시간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구글맵보단 10분씩 늦는다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게 출발한다. 내 경험상으론.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방콕 시내를 구경하듯 타고 갔다. 수상버스는 한 사람당 약 1천 원도 안 하는 가격이라 저렴하게 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강의 더러운(?) 물이 얼굴로 튀고,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하고, 바람도 얼굴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물론 조금만 더 돈을 내면 다른 선착장에서 에어컨이 빵빵한 수상버스를 탈 수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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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그렇게 머리는 산발이고, 몸과 눈은 피곤한 상태로 도착했다. 지금은 많이 죽었지만 예전엔 대표 관광지였던 아시아틱. 여길 구경 하러 온 건 아니고, 오늘 우리는 방콕에서 많이 한다는 크루즈 체험을 해보기로 해서 예약 한 날이다. 어르신들이 즐기는 투어이긴 하나 이런 경험이 독특한 무언가를 선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예약을 했다. 크루즈는 일몰 시간 맞춰 예약했기에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상황. 아시아틱은 보통 해가 질 때쯤부터 활발해지고, 낮엔 그냥 덥기만 한 곳이라 구경할 게 없었다. 너무 더워서 크루즈 타기 전까지 우린 카페에 있기로 했다. 관람차 바로 앞에 있는 두리안 카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싼 편. 제일 저렴한 소다 두 개 주문했다. 우리 말고 다른 팀도 몇 팀 있었는데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었는지 다들 제일 저렴한 소다만 주문한다. 아무튼 우린 에어컨 값이다 생각하고 4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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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크루즈를 타려면 체크인을 해야 한다. 체크인 시간은 탑승 30분 전부터 가능. 30분 정도 남았길래 체력을 보충해 줄 에너지 드링크도 살 겸 더 빵빵한 에어컨 맛도 볼 겸 제일 가까운 세븐일레븐으로 향한다. 앉아 있을 곳은 없었지만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에어컨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선 눈살 찌푸리는 행동들인데 여기선 익숙한 듯 직원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우리도 잠시 민폐짓을 구석에서 하고, 체크인을 하러 간다. 체크인은 크루즈 탑승하는 곳 근처에서 진행했다. 예약 번호 확인과 크루즈 확인 스티커 배부가 끝이었던 체크인. 탑승 10분 전까진 크루즈 탑승 구역에 모이라고 한다. 그 사이 우린 미니소에서 잠시 아이쇼핑을 하며 기다려 준다. 해는 여전히 쨍쨍. 치앙마이는 온도가 40도 이상이라 더웠다면 방콕은 33-35도 사인데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나오는 날씨. 온도가 낮으니 더 시원할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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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드디어 크루즈 탑승 시간. 10분 전 서서히 사람들이 줄을 서길래 우리도 따라 줄을 선다. 미리 말하는데 10분 전 근처 도착은 하되 줄은 서지 말자. 정시에 출발하지도 않고, 해를 그늘 없이 그대로 맞아야 한다. 혹시 이 글을 보고 크루즈를 타는 분이라면 줄 서지 말자. 그늘 밑에 있자. 아무튼 출발 시간 5시 넘어 크루즈 탑승 성공. 좌석은 이미 개인마다 지정이 되어 있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안내받은 좌석은 2층이었고, 창문 근처. 완전 창문 좌석은 아니었다. 출발하고 나서 창문 좌석이 비었는지 직원이 다가와 더 좋은 좌석으로 안내해 줘서 운 좋게 우린 바깥을 바로 구경할 수 있는 좌석에서 크루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출발 후 안내방송이 나오고 2층과 바로 위 갑판에서 각자 가수분께서 진행과 노래를 불러주며 조금은 싼 티 나는 크루즈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우린 배가 너무 고파 바로 뷔페로 가서 저녁을 담아 온다. 음식 종류는 일반 태국식부터 샐러드, 파스타 정도였고, 위쪽엔 직접 구워주는 해산물 종류가 있었다. 처음엔 2층에서만 음식을 즐기다 해가 질 때쯤 위로 올라가서 새우와 홍합 등을 맛봤다. 음식 맛은 그냥 평범한 정도였다. 와~ 맛있다는 아닌 건 확실하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우고 바깥 구경도 하고, 가수분의 노래도 들으며 여유를 만끽하다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사실 예약할 때 생일자는 입력해 달라는 부분이 있어서 마침 4월이 생일인 그녀 이름을 기입했더니 케이크와 함께 가수분의 생일 축하 무대까지 이벤트로 해주셨다. 생일 당일이 아니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일이 포함된 달이라면 축하를 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생일 덕분에 남들보단 좀 더 독특한 크루즈 체험을 한 것 같았다. 조그마한 버터케이크를 주는데 맛은 역시나 기대하지 말자. 아무튼 남은 시간 동안 일몰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30% 이상이었던 한국인 아저씨 아줌마들 구경도 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던 크루즈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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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크루즈 체험을 마치고, 큰 길가에서 우린 버스를 잡아서 탔다. 항상 그래왔듯 최대한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버스 타고 가서 나머진 미터 택시를 잡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 버스는 바로 와서 중간 지점인 룸피니 공원 근처에 내렸다. 온 김에 궁금했던 룸피니 공원을 잠시 거닐며 구경했다. 분명 리뷰엔 코모도 도마뱀이 기어 다닌다는 글과 사진을 봤는데 저녁이라 그런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앉았다. 고양이는 저녁에도 많았다. 그렇게 남쪽으로 들어와 북쪽 문까지 걷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댄스 동호횐지 열심히 춤을 추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하면서 제일 뒤에서 소심하게 앞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며 크루즈에서 먹었던 뷔페를 소화시켰다. 두 세곡 정도 열심히 추고 같이 췄던 사람들과 인사하며 그대로 공원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고 숙소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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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줄 요약 :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한 방콕에서의 크루즈 여행


4월 18일 : 방콕 미슐랭 투어


오후 12시

태국 방콕은 특히 미슐랭이 많은 미식의 나라다. 오늘은 미슐랭으로 선정될만한, 선정된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볼까 한다. 오전에 숙소에서 일을 마치고, 점심시간 즈음 맞춰 숙소에서 출발했다. 우리의 계획은 버스. 숙소 근처 제일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약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멀리서 보이는 버스 하나. 탑승한다. 음식점까진 한 번에 갈 수 없어 3-4 정거장 후 내려서 환승할 예정이다. 이때부터가 우리에게 굉장히 힘든 시간이 되었다. 다음 환승할 역에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현지인의 말. 결국 도움을 받아 다음 역까진 공짜로 도착했지만 다시 검색해 보니 아예 그 식당 앞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내가 미리 알아 놓은 방법이 잘 못 되었다는 걸 반쯤 와서 알게 되었다. 일단 가까운 쇼핑몰에서 긴급회의를 마친 후 결국 우린 택시를 타고 가는 걸로 결정. 다행히 반 정도는 온 상태여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식당이 있었다. 우리 나름의 고생 끝에 드디어 식당 앞 도착. 다행히 휴무는 아닌 상태.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거린데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구석진 곳에 있어도 손님은 결국 온다. 우린 안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려는데 온통 다 태국어. 아주 기본적인 말은 할 줄 알지만 읽는 건 당연히 하나도 못하는 우리. 결국 옆 테이블에 맛있어 보이는 걸 손가락질을 통해 주문했다. 다행히 사장님께서 잘 알아들으셨다. 이미 먹고 있는 손님들을 보니 대부분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약 10분 정도 걸려 나온 음식. 보니까 소고기가 들은 간장 베이스 국수(?)였다. 짭짤하고 고소한 국수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리뷰를 보니 소고기가 맛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먹어보니 왜 리뷰에 소고기 칭찬이 많았는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냄새는 당연히 나지 않았고, 부드러움의 끝판왕이었다. 어떤 방송을 보니 이런 식감을 헤베베~라고 표현하던데 딱 그 표현이 맞았던 소고기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오는 길은 굉장히 덥고 고생을 했지만 결과는 아주 맛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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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

이젠 진짜 미슐랭을 매년 받고 있는 디저트 식당으로 출발하려 한다. 식당은 근처에 있지만 가는 버스가 없어 다시 택시를 잡아본다. 마침 우리를 쳐다보고 있던 택시가 있어 금방 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갈 식당은 태국 현지인들도 자주 먹는 간식, 바나나 튀김 맛집. 비프 누들 식당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식당이다. 이 식당 역시 논타부리 지역에 위치한 식당. 식당 이름은 Fried Banana Rama 5. 라마 5세 다리가 근처에 있어서 식당 이름에 들어간 것 같다. 이 식당도 오후 시간에 닫는 곳이라 얼른 가야 했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시간엔 활발한 상태. 치앙마이에서도 엄청 맛있게 먹었던 간식인데 방콕에서 또 보니까 괜히 반가웠다. 종류 역시 치앙마이와 비슷했다. 바나나튀김과 고구마볼. 이 두 가지가 여기선 가장 맛있는 메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량으로 먼저 주문하고 바로 앞 길가에서 먹어봤다. 둘이서 한 입 먹고 동시에 "더 사자!" 그만큼 맛있었고, 튀김에서 신선함이 느껴졌다. 치앙마이에선 처음 먹어보는 디저트라 맛있었다면 여긴 바나나와 고구마의 맛이 확 느껴져서 튀김의 원조맛집을 찾은 느낌이었다. 우리 모습이 귀여웠는지 직원들이 웃으며 물도 가져다주고, 맛있게 먹는 법도 가르쳐줬다. 다시 한번 인류의 정을 느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오늘 미슐랭 맛집과 미슐랭 급 맛집 두 식당을 맛본 행운의 날은 여기서 마무리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우리가 받았던 호의를 호텔 직원들께 작은 한 봉지를 선물로 드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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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줄 요약 : 베풀며 살자.


4월 19일 : 버스+레스토랑 = 버스토랑


오전 9시 30분

혹시 버스토랑이라고 들어본 분이 계시려나. 우리도 오늘 버스토랑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버스와 레스토랑을 합쳐 만든 단어로 보인다. 그녀의 서칭으로 찾은 우리만의 액티비티 체험이다. 점심시간 맞춰서 출발해 점심을 먹는 스케줄로 아침부터 출발해야 했다. 최근 우리의 최애 이동수단인 수상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다. 큰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논타부리 근처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땐 몰랐다. 늦을 줄. 10시 30분에 출발한다는 구글 맵만 믿고 10시 15분 정도에 도착해서 수상버스에 탑승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출발하지 않는 배. 이때부터 서로 열심히 도착 시간을 계산하며 안절부절. 10분 뒤인 40분에 배는 출발했다. 우리가 갈 정거장은 대략 10개 이상. 최소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중간에 사람이 많이 타면 정박하며 태워야 하기에 더 걸릴 가능성이 높은 대중교통이다. 결국 우린 11시 30분 기준 10분 전인 20분에 모여야 하는 시간이 지났고, 우리가 등록해 놓은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영어로 최대한 설명을 하긴 했는데 통신 상태가 썩 좋지 않았고, 언어의 장벽도 있었던 통화였다. 그렇게 우린 출발 시간 10분 뒤인 40분에 버스토랑 탑승 근처 선착장에 도착했고, 정말 열심히 뛰어서 1-2분 만에 탑승하는 곳에 도착했다. 우린 들어가서 남은 자리에 앉았는데 앉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열심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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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0분

그렇게 눈치 가득한 버스토랑 투어가 시작되었다. 10분이나 지연되었기에 맘 편히 앉아 있기란 쉽지 않은 상태.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선뜻 먼저 가라고 말은 못 했다. 탑승하자마자 주는 애피타이저. 티 한잔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숨을 돌리고 하나씩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괜히 버스투어가 아닌 버스토랑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중간중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방콕 시내 근처를 돌았다. 첫 번째 메인음식은 웬 누들요리였다. 뭔가 맛있어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한 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맛이라 놀랐다. 급하게 첫 번째 메뉴 클리어. 다른 사람들은 천천히 먹는 것 같은데 난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금세 사라지는 음식들. 조금은 놀란 직원들의 표정. 두 번째 메인음식은 카레+밥. 이건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지. 이것도 금세 먹어치웠지만 벌써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 든다. 아직 메인 요리가 남은 것 같은데. 배도 채우고, 땀도 식고, 정신이 돌아오니 이제야 보이는 버스 안. 버스의자 쿠션감은 아주 편안했고, 바깥이 잘 보이는 창문 크기. 시원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음 요리가 나오기 전까진 구경하며 사진도 여러 장 찍어준다. 그러다 갑자기 가이드 말에서 미슐랭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음 메인 요리는 미슐랭 가게에서 직접 만든 팟타이를 먹는다고 한다. 실제로 미슐랭 가게 앞에 정차한 후 직원이 직접 인원수에 맞게 음식을 가져다준다. 이건 좀 생소한 경험이었다. 대충 미슐랭이 만든 걸 버스 1층 주방에서 포장한 걸 주는 줄 알았는데 찐 매장에서 가져다주는 음식이라. 이때도 버스토랑의 매력을 흠뻑 느꼈던 순간이었고, 맛은 말할 것 없었다. 감히 방콕 팟타이 중 1위라고 할 수 있었던 식사였다. 마지막 후식은 망고 스티키 라이스. 태국에서 망고 스티키 라이스는 맛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웬만하면 괜찮은 맛이다. 버스토랑의 망고 스티키 라이스 역시 아주 괜찮았던 맛. 그렇게 우린 약 2시간의 구경과 음식을 맛보며 생애 첫 버스토랑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내릴 때 역시 Sorry와 Thank you를 얘기하며 직원들과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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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마침 아이콘 시암 근처에 온 김에 방콕에서 유명한 백화점이자 랜드마크인 아이콘시암을 구경하고 집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가 있는 곳 위치는 아이콘 시암의 건너편이어서 몇백 원짜리 배를 타고 건너가 준다. 방콕은 특히 태국에서 운하가 많은 곳이라 수상버스 대중교통이 활성화가 잘되어있다. 덕분에 편하게 이동하는 날이 많았다. 약 5분 걸려 도착한 아이콘 시암. 멀리서 봐도 웅장하게 생겼는데 가까이 보니 더욱 커 보이는 쇼핑몰. 들어가 본다. 들어가자마자 이미 많은 사람들.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역시 많았다. 그냥 쇼핑몰이 아닌 구경하기 좋은 랜드마크가 더 알맞은 이름이지 않나 싶다. 지하엔 다른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식품관인데 독특했다. 태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것처럼 작은 연못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실제 그 위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것처럼 꾸며놨다. 굉장히 충격적이면서 기억에 남을 인테리어다. 마치 실내에 있는 야외랄까. 1층부터 2-3층까진 명품, 캐주얼, 스포츠, 은행, 액세서리 등을 팔고 있다. 우리가 아는 그런 쇼핑몰과 다를 게 없었다. 그 위층으로는 식당이 주를 이뤘는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인테리어를 해놨는데 굉장히 예뻤다. 왜 아이콘 시암이 구경하기 좋은 랜드마크로 유명해졌는지 알 것 같은 건축물이자 인테리어였다. 한식,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음식이 있었고, 스타벅스 뒤쪽으론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무료 전망대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간단하게 구경을 마치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숙소 근처로 가는 수상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올 때와 똑같은 배였고, 오전보다 더운 날씨라 그런지 바람이 부는데도 힘이 빠질 더위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결국 난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약 1시간을 더위 아래 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다시 논타부리였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하루 썼던 체력을 보충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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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한 줄 요약 : 버스 안에서 우리를 10분 동안 기다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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