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을 보다
비현실적인 하늘이 계속되던 주말이었다. 딱히 계획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하늘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집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하늘공원에 갔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혼자였더라면, 기다림보다 걷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살 아이와 함께 그 길을 오르는 호기까지는 없다. 삼십 분쯤 기다렸을까, 맹꽁이차라 불리는 전기차에 올랐다. 아직 이대로 여름이 물러설 수 없다는 듯 꽤나 더웠으니 맹꽁이차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아이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맹꽁맹꽁거린다.
그리고 하늘 공원까지 가서 우리는 술래잡기도, 멀리뛰기도 아닌 딱지치기를 했다. 억새밭을 헤지고 딱지를 칠 수 있는 공간만 찾더라니. 아무렴 좋다. 이 좋은 가을날이 네 삶 어딘가에 남아 너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든든하게 해주길. 코끝을 간지는 가을바람이 네가 너무 지칠 때마다 가끔 너를 찾아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