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카페 유아히어

우연하게 머물다.

by 원두요정
우연: 어떤 일이 뜻하지 않게 일어난 것.

시작은 버스의 노선변경이었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하는데, 기사님께서 삼각지역에서 모두 내려야 한다고 하셨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기에 더 이상 서울역으로 향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무더워지는 날씨, 그래서 우리는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나선 길이기에 '함께' 수다 떨 공간이 있다면 꼭 광화문으로 향할 이유는 없었다. 만남의 목적이 서울 여행이었기에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 곳이나 향해보기로 했다.


6호선의 노선도를 살피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역명은 "합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만남을 위하여, 문화를 즐기기 위하여 모이는 곳. 그래서 무작적 향했다. 역에서 내리니 햇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가기 싫어졌다. 그러한 간단한 이유로 역에서 안으로 통하는 곳에 머물자라는 결론을 맺었다. 쉽게 생각하면 참 쉬워지는 것이다.

앉을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저곳은 좁고, 저곳은 빙수가 없어. 저기는... 색이 별로야. 그렇게 10여분 동안 헤매다 발견한 곳.

You are here.

그래, 오늘은 바로 너!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간판을 향해 암묵적인 답을 해주었다. 카페 안은 몇몇 사람들이 자리 잡았음에도 넉넉한 공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제 갓 오픈한 신선한 인테리어 냄새도 곁들여 풍기고 있었다.


여름에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must-have 아이템으로 "빙수요"를 힘 있게 외쳤다. 하지만, 아직 빙수는 준비 단계이기에 메뉴로 드릴 수는 없고, 음료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주시겠다는 사장님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와! 빙수를 서비스로 먹는다는 놀라움과 그럼 다른 것도 시켜야지라는 식탐이 증폭되며, 눈이 빠르게 메뉴판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티라미수 라테 주세요.

오늘은 눈에 띄는 것을 선택하는 날이니, 그냥 생각나는 대로 시키는 것을 준수하기로 했다. 친구는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이라며, 케이크를 주문했다.

광화문 가려던 우리가 합정에 있을지 어떻게 알았겠냐? 버스가 멈추지 않았으면 또 다른 곳에 갔을 거야....

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생에 찾아온 우연한 사건들로 넘어갔다. 그때는 우연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었나 싶은 그런 삶의 이야기들. 그와 더불어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인생의 궁금증을 나눌 무렵, 주문했던 음료와 서비스가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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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빙수 합정카페 분위기 좋은 카페.jpg
와!

예쁜 접시에 담겨 나온 케이크. 달콤함을 뽐내는 티라미수 라테. 그리고 서비스로 나온 엄청난 눈꽃빙수. 빙수를 만드시는 김에 홍보 사진도 찍으셔야 해서 사진 찍은 빙수를 서비스로 주셨단다.

역시 인생은 모르는 거야. 우리가 빙수 안 여쭤봤으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빙수를 맛볼 수 있었겠냐?

빙수와 더불어 다시 돌아간 인생의 우연.


오늘 하루 어떤 우연들이 함께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우연에 내가 어떤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버스의 멈춤이 짜증일 수 있었지만, 방향을 틀어 다른 경험을 향해 나아간 도전이 친구와의 즐거운 추억을 완성시켜 주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