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우리의 아침은 분주했다. 짐들을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우리의 짐 사이로 베드버그가 들어오진 않은 것 같았지만 도저히 베드버그가 나온 이 방에서 이틀간 더 머물 자신이 없었다.
문제는 우리가 그라나다에 머물던 때가 하필 유럽의 연휴 기간인 노동절과 겹쳤다는 점이었다. 그라나다에 있던 98%의 숙소가 예약이 모두 차 있어 빈 숙소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베드버그가 더 없는 것 같다는 호스텔의 말을 믿어야 할지, 불안해할 바에야 호스텔을 옮겨야 할지 갈등이 일었다.
“오, 너희 예약 취소되었어. 자, 여기 영수증이야.”
웃기게도 우리의 이런 고민을 끝내준 건 우리가 묵고 있던 호스텔이었다. 분명 흘러가는 말로 “우리 숙소를 옮길지 고민 중이야.”라고 했을 뿐인데 호스텔 스태프는 빨래를 맡기려고 내려온 우리의 눈앞에서 환불 처리가 이미 끝난 영수증을 팔랑거렸다.
다행히 우리는 근처에 적당한 숙소를 발견했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안도했다.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