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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Jun 02. 2022

일본에서 꼭 먹어야 하는 <우동>이야기

[김세연의 여행, 음식]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여행지가 어디일까?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 순위'를 보면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가이면서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2박 3일, 3박 4일로 주말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 치안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몇 해 전 '노 재팬',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찾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 이유 중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녁 먹으러 일본에 다녀올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일본의 음식은 유명하다. 초밥, 라멘, 돈카츠, 덮밥 등 3박 4일 동안 맛집만 방문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일본의 우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What is Udon?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의 음식문화는 한국에 많이 스며들었다. 주변만 둘러봐도 일식집이 곳곳에서 보이고 직장인들의 소울메이트, 분식집에서도 우동, 덮밥 등 한국식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일본 음식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직장을 다니며 다양한 한국식 일본 음식을 접했다. 조리사로 근무할 적에는 하루에 수십그릇의 우동을 손님에게 제공했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남은 우동면에 크림소스, 카레, 야채&드레싱 등을 얹어 내 방식대로 다양한 우동을 만들어 먹었다.

 

 우동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동의 기원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800년대 불교 승려 구카이대사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시켰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구카이대사는 당나라에서 국수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고향인 가가와현에 그 방법을 가르쳤다. 가가와현의 옛 이름 '사누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맞다. 사누키우동의 그 '사누키'이다. 가가와현에서 자리 잡은 우동은 간사이(오사카,교토 등)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이후 간토(도쿄 등)에도 전해졌다고 한다.


간사이 공항 내 음식점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2017년 4월 일본 오사카였다. 3박 4일의 여행 중 가야 할 곳도 많았고 먹어봐야 할 음식도 많았던 나는 미처 우동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귀국 전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 급하게 우동을 찾았다. 통유리로 된 오픈 주방에서 열심히 수타면을 만들고 계신 조리사님에게 이끌려 들어가게 된 이름 모를 식당에서 자루우동과 미니돈카츠덮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수상하다. 국물이 없었다. 누락된 건가 싶었는데 잘 찾아보니 대파가 담긴 작은 그릇 밑에 함께 먹는 쓰유가 담겨 있었다. 역시 수타면이라서인지 면이 용수철처럼 쫄깃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한국식 우동에 오랜 시간 길들여진 나에게 자루우동의 쓰유는 짜고 양이 적었다. 모름지기 국물이란 두 손으로 그릇을 들고 들이켜야 하는 것이었던 나에게 조금씩 찍어먹는 소스 같은 쓰유는 조금 어려웠다.

 쓰유는 지방, 음식점마다 멸치육수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가쓰오부시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보통 쓰유에 대파, 와사비, 생각, 무즙을 더해 면을 살짝 담가 먹는다.

도쿄 신주쿠 <우동 신>

 첫 일본 여행에서의 우동은 금방 잊혀졌다. 다음 해 도쿄를 방문했을 때까지 간사이공항에서의 우동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도쿄에서 초밥, 라멘, 장어덮밥, 불고기덮밥 등 많은 음식을 먹었다. 여행 마지막 날 '우동'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신주쿠의 유명 맛집 <우동 신>을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 약 1시간의 기다림 끝에 들어간 우동 신은 공간이 아주 협소했다는 것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더 친숙한 온우동과 튀김세트를 주문했다. 이곳 또한 수타면으로 쫄깃하면서도 매끄러운 면이 아주 맛있었다. 국물 없이 면만 먹으라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면이 맛있는 곳이다. 이곳이 왜 자루우동으로 유명한 곳인지 한 입 먹자마자 깨달았다. 온우동보다는 냉우동이 면의 탱글한 식감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 맛도 뭐하나 나무랄 게 없는 맛이었다.

  일본에는 전국의 우동맛집을 순례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는 '사누키대사관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누키우동의 고장 가가와현에서 '이 가게에서는 원조 사누키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는데 역시 장인을 좋아하는 일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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