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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금손세자매 창업탐방 나들이

우리끼리 특강

by 김정은

이번에 열렸던 ‘우리끼리 특강’은 강사를 초빙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을 방문하여 체험하는 일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물론 이날의 메인 특강은 “달빛정원”이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미원이의 <내손으로 만드는 자수소품>이었습니다만, 그에 앞서 엄마들의 음식솜씨를 살려 창업한 이웃 가게의 요리탐방을 에피타이저 체험으로, 가족사업으로 시작해 경영전선에서 뛰고 있는 정옥이의 산후조리원 견학을 마지막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풀코스의 산업시찰이었던 셈이죠.


1. 에피타이저: 원테이블 식당 cooking studio La


에피타이저 코스인 “cooking studio La”는 “달빛정원”과 같은 골목에 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낙찰되었던 장소였습니다. 이분들은 고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세 명의 가정주부들이었대요. 아이들의 학업과 진로 걱정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결국 자신들의 미래와 진로를 더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3년 전에 각자의 요리 실력을 살려 쿠킹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답니다. 그걸 3년이나 끌고나가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꽤 적성에 맞는 일을 잘 찾아낸 것 같습디다.


하긴 뒤늦게 가정을 벗어나 자기 일을 중단 없이 밀어붙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보통 열정은 아닌 거지요. 젊은이들에게는 누구나 취직하라고 등떠미는 세상이지만 나이든 아줌마들의 창업은 또 아무나 뜯어말리는 편이니까요. 쿠킹 스튜디오로 찾아갔더니 미리 참여를 신청했던 저희 13명만을 위한 손님상차림이 부지런히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우리들은 대부분 한 집안의 주방장들입니다. 개중엔 회사 월차까지 내고 합류하게된 중견간부도 있고, 사업가나 교수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결국 내집 부엌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남이 나를 위해 차려주는 밥상 자체가 힐링 아닐까요? 더더구나 하나하나 내 주방에서 만들어내듯 정성을 기울인 메뉴라면 더더욱 말이지요.


IMG_3729.JPG cooking studio La


우리들은 허브를 띄운 오미자차로 건배를 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짜릿한 행복에 젖어 맛난 음식에 대한 기대로 입맛까지 다셨지 뭡니까. 하나씩 선보이는 갖가지 요리를 음미하며 감탄과 함께 레시피를 직접 물어보기도 하는 학구적인 음식 품평이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물론 다 서로를 추켜주는 기살리기 화법이었고말고요. 벌써 장모가 된 친구도 말을 보탰습니다. 아무래도 새 식구가 들어오니 또다시 음식 할 걱정이 생기더래요. 너무 주방과 담쌓을 궁리만 하질 말란 얘기죠. 특별히 곁들여준 디저트와 케이크까지 사르르 입안에서 녹여낸 후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기가 어렵더이다.



2. 메인코스 : 달빛정원


오래 앉아있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이날의 특강 <내손으로 만드는 자수소품>을 들으러 옆 가게인 “달빛정원”으로 향했습니다. 두번째 메인코스 ”달빛정원”은 미원이가 자매들을 설득하여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 손바느질 아트숍입니다. 얼마 전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던 자매들이 앞으로 즐기면서 계속할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하여 새로 창업한 것이래요. 자매들이 공동 창업으로 분담 경영을 하면서 각자 삶의 질을 훨씬 높이게 된 경우지요. 물론 수입은 줄었으나 자식들이 성인이 된 시점에는 생활비를 버는 목적보다는 여유로운 시간과 즐거운 일을 확보하는 게 우선 고려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끼리특강.JPG 달빛정원 생활소품들

때로는 갓 태어날 손주 배냇저고리를 만들려는 예비 할매가 찾아오기도 하고, 젊은 엄마들이 함께 생활소품을 만드는 자수교실이 운영되기도 한답니다. 이 날은 모처럼 우리들도 돋보기를 꺼내 쓰고 바늘을 잡았습니다. 미원이는 한두 시간 안에 완성할 만한 소품을 준비해 사전작업까지 모두 해놓았더군요. 중 고등학교 시절 가정실습 시간으로 돌아간 것 마냥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이리저리 묻고, 실수하고, 깔깔 웃는 동안 하나둘씩 얌전하게 컵받침이 완성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더해주지요. 다들 집에 돌아가 이 컵받침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오늘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것 같아요.

우리끼리2.JPG 내 손으로 만드는 자수 소품 수업 풍경


3. 디저트 : 산후조리원 견학


마지막 디저트코스로 산후조리원 견학을 했더랬습니다. 일산의 달빛정원까지 친구들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 정옥이가 바로 옆 동네인 파주에서, 우리가 안 들리면 아예 삐져버릴 것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기 때문이지요. 어영부영 일정이 지체되어 다들 귀가를 서두르고 싶었지만 서로서로눈짓을 나눴습니다. 그래도 의리 있게 같이 들렀다 가자고요.


남이 보면 규모가 커서 부러울 법도 하건만 가족 모두가 이곳에 매여 쉴 새가 없다니 보통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정옥이는 과로로 어깨가 뭉쳐 쩔쩔맨다면서도 친구들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뛰어나와 뭐라도 먹이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곳은 아직 우리 세대에겐 생소한 곳입니다. 친구 덕에 상차림도, 빈 방도 구경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늘 정도 많고 푸근한 친정엄마 스타일의 정옥이에겐 아마도 이런 일이 천직일 것 같습니다. 남 생각 먼저 하느라 너무 과로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본인 건강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막상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 몸 아끼기가 어디 쉽겠나요. 그녀의 환대가 오래도록 생각날 듯합니다.


IMG_3752.JPG 친구 남편의 취미인 와이어 공예 작품

곁다리 선물도 있었습니다. 영란이가 모인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랬다면서 와이어공예에 취미를 붙인 남편분의 작품을 챙겨왔지 뭡니까. 하나씩 모양이 다르니, 서로 모여서 이게 더 어울린다, 저게 더 이쁘다로 한바탕 난리를 피웠습니다. 상업성도 모자라고 예술성도 모자라는 것으로 판단되나 그 또한 남편이 근래에 몰입하게 된 즐거움이라서 접지도 펴지도 못한 채 친구들에게 기쁘게 나눠주는 수준에서 만족한다는 그녀는 돈주고 팔라는 말에 손사래를 칩니다. 우리 친구들, 이제보니 다들 가족과 자신을 혼동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족관계를 잘 운영하는 고수들인 거 같아요. 언제 한번쯤 그녀들이 사는 법을 들어보고도 싶습니다. 십인십색, 백인백색의 인생스토리 말예요.




이렇게 네 번 째로 열린 우리끼리 특강은 비슷한 또래들이 제각각 운영하는 창업 사례들을 찾아가 함께 맛보고, 손보고, 둘러보는 풀코스 체험 여행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하하호호 실컷 웃으며, 조금씩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재미있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50+ 여성라이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고민 앞에 조금씩 난감해졌던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 배우고 함께 하는 와중에 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답을 찾아낼 것으로 믿습니다.


다음번에는 심리상담 전문가가 된 광경이가 ‘어른이 된 아이들을 잘 떠나보내는 법’에 관한 주제로 강의를 해주겠답니다. 듣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생활맞춤형 주제선정이 돋보이지요? 벌써부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궁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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