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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28. 2017

쫌 앞서가는 가족

사람여행

쫌 앞서가는 가족...제목 참 잘 지었다. 사실 요즘 가족마다 난리다. '미운 세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은 이미 고전 축에 속한다. 아이들도 잘 관리 못하는 전업맘을 일컬어 '맘충'이라고도 하고, 조금만 같이 있기 부담스러우면 서로를 환자로 치부한다.


부산스러운 아이는 과잉행동장애 아닌가 의심하고, 자기에만 빠져있는 소심한 아이는 자폐증 아닐까 갸웃한다. 거기에 중2병, 갱년기홧병, 노인성치매까지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백세 인생 중 아무 병명도 없는 건강한 정신과 신체는 가진 날은 그 언제일까. 


게다가 요즘엔 삼식이, 졸혼, 각방예찬, 나혼자산다, 논마마라는 단어까지 우후죽순처럼 출현하고 있다. 가족이라면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는 사람들이 지천인 세상이다. 그런 마당에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니!



이 책은 핵가족 시대로 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정상 부모, 형제 가족과 한 집에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각자도생의 삶을 헤쳐가야 했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는 지점에서부터 출발하게 된 공동체주거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말하는 '쫌 앞서가는 가족'은 실제로 저자 자신이 공동체주택을 함께 짓고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딱히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공동체 주거 입주자들끼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가족처럼 서로 양보하고 의지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가 사는 곳에서 백세 인생을 오롯이 풀어나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맺는 관계가 어찌 혈연 가족보다 소중하지 않으랴. 이 책에는 실제로 저자가 공동체주거를 짓고 살기 위해 연구하고 경험했던 다양하면서도 세세한 문제와 경험들이 일목요연하게 보고서처럼 녹아 있어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지침서가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 김수동씨와는 50플러스에서  새로운 관계를 연습하는 "따로 또 같이"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느라고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 역시 괜히 신이 나서 이 일에 몰두했다. 평생 관계에 대한 해법을 고민했지만 가족에만 둘러쌓여 있을 때는 도무지 그 개선의 출구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데 비해, 이렇게 사회적으로 확장하여 실험을 해본다니 내 나름으로도 열정이 샘솟았기 때문이리라.



모쪼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생각으로 맺게 된 가족을 불문하고, 부디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거리를 연습하여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쫌 앞서가는 가족을 쓴 김수동씨의 더함플러스에도 그런 기대를 은근히 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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