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 들뜬 마음에 여행을 떠난다고 주변에 말해본 사람이라면, “거긴 왜 가?” 라는 질문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혹은 “거기 가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멀리 오래 떠날수록 이런 류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체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예를 들면 이런 류의 대화들.
“스페인에 2주나 가? 가서 뭐 할 거야?”
“안달루시아 일주를 할 거야. 마지막엔 바르셀로나에 머물고.”
“안달루시아 어디어디 갈꺼야?”
“오스트리아에서 한달 동안 뭐 해?“
“가이드 북 쓰러 취재여행 가.”
“그럼 취재비는 누가 대 주는 거야?:”
이런 대화도 있다.
“이 겨울에 런던에 왜 가?”
“런던 펍 투어를 할 거야. 간 김에 더블린까지.”
여행의 목적을 타인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지만, 만들어 두면 여행의 밀도가 달라진다. 오직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먹기 위해 떠나는 데 이왕이면 풍경 좋은 곳에서 먹겠다고 떠나는 여행도.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장소만 집중적으로 다니겠다고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보라.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지 않나. 혹은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누리러 떠나는 여행. 무언가를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에겐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목적이 있다. 궁금하다면 여행의 목적이 뭐 냐고 묻되, 평가하거나 판단하지는 말아주시길. 그저 그 여행에서 자주 행복하길 빌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