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묻는다면

by 우지경

간단하게라도 여행의 목적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문구여행을 갈거야. 세계의 문방구랑 문구 구경하러 가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그거 엄청 멋진데 근사해”라고 대답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내뱉고 나니 아주 멋졌다.


문경연, 『나의 문구 여행기』(뜨인돌, 2020)




여행을 떠나기 전 들뜬 마음에 여행을 떠난다고 주변에 말해본 사람이라면, “거긴 왜 가?” 라는 질문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혹은 “거기 가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멀리 오래 떠날수록 이런 류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체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예를 들면 이런 류의 대화들.


“스페인에 2주나 가? 가서 뭐 할 거야?”

“안달루시아 일주를 할 거야. 마지막엔 바르셀로나에 머물고.”

“안달루시아 어디어디 갈꺼야?”


“오스트리아에서 한달 동안 뭐 해?“

“가이드 북 쓰러 취재여행 가.”

“그럼 취재비는 누가 대 주는 거야?:”


우지경 프로필 (2).jpg 오스트리아 홀리데이를 쓰러 떠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이런 대화도 있다.

“이 겨울에 런던에 왜 가?”

“런던 펍 투어를 할 거야. 간 김에 더블린까지.”


여행의 목적을 타인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지만, 만들어 두면 여행의 밀도가 달라진다. 오직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먹기 위해 떠나는 데 이왕이면 풍경 좋은 곳에서 먹겠다고 떠나는 여행도.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장소만 집중적으로 다니겠다고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보라.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지 않나. 혹은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누리러 떠나는 여행. 무언가를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에겐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목적이 있다. 궁금하다면 여행의 목적이 뭐 냐고 묻되, 평가하거나 판단하지는 말아주시길. 그저 그 여행에서 자주 행복하길 빌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