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베를린에서 서울로 출장 겸 여행을 온 친구에게 뭐가 제일 하고 싶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래, 바다가 보이는 도시라고는 함부르크 밖에 없는 나라에 10년을 살았으니 바다가 보고 싶겠구나. 게다가 자가격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유의 몸 아니던가.
"우리 강릉 가자!"
다음 날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에게 바다를 보여주고도 싶었고, 벚꽃이 보고 싶었다. 지금 가면 바다도 보고 경포호에 활짝 핀 벚꽃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사실 대부분의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인데, 강릉의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우리는 감탄하며 꽃길을 걸었다. 꽃잎만큼 많은 감탄사를 내뱉아도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꽃길이었다.
꽃길의 끝에 다다른 경포대 바다는 바다는 파랬고 성난 파도가 몰아쳤다.
아무리 성을 내도 멋진 바다 앞에 앉아 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미노리 세션을 마셨다.
내가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홀짝이는 사이 친구는 솔숲에서 솔방울을 채집해왔다.
알고 보니 친구는 예쁜 솔방울만 쏙쏙 골라내는 솔방울 감별사였다.
그리고는 나란히 그네에 앉아 웃었다. 바다가 예뻐서. 솔방울이 예뻐서.
다시 꽃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벅차서.
그때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중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주인공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별 것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재미있지?
여행을 와서 그런가. 기대 이상으로 완벽한 첫날이군.
다음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