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과이야기하는것

by 우지경

여행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앤드루 매투스





앤드루 매투스의 "여행은 다른 세기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의 말처럼 여행은 때로 과거로 들어가는 문이다. 우리는 여행에서 마주친 공간에서 같은 장소 다른 시간을 살던 사람들과 연결된다. 연결은 어렵지 않다. 그들이 이야기를 걸어올 때 기꺼이 귀 기울일 준비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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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간의 호기심은 필요하다. 포르투갈을 두 번째 여행하기 전 나는 왜 바칼랴우를 믿을 수 있는 친구(Fuel Amigo)’라고 부르는지 몹시 궁금했다. 바칼랴우는 북대서양에서 잡은 대구에 소금을 잔뜩 뿌려 꾸덕꾸덕하게 말린 후 대구를 말한다. 물에 불려 것이 특징으로 감자와 함께 요리한 ‘바칼랴우 콘 나타’, 짭짭한 대구 살에 보드라운 달걀을 버무린 ‘바칼랴우 아 브라스’ 등 레시피가 365가지가 넘는다. 놀랍게도 바칼랴우 수프(번역하면 대구탕?)는 없다. 아무튼 한마디로 바칼랴우는 포르투갈의 소울푸드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에도 간고등어나 보리굴비가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부르지는 않지 않나. 대구가 포르투갈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도 아닌데 어떻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국민 친구가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은 나를 일랴브 해양 박물관에까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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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랴브 해양 박물관에 도착하자 직원 한 명이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물관 설립 이후 한국인 관람객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첫 전시실 한가운데는 15세기 말 어부들이 노르웨이 앞바다까지 타고 나갔던 원양어선 모형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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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은 한 번 나가면 최소 6개월 이상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간씩 ‘도리(dori)’라는 1인용 보트를 타고 낚싯줄로 바칼라 우를 낚았어요. 상상해 보세요. 레이더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도리가 모선과 멀어지면 망망대해에서 홀로 남겨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잡은 바칼랴우는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배의 맨 아래 칸에 차곡차곡 쌓았어요. 그 일을 맡은 장인은 6개월 동안 사명감을 갖고 오직 염장에만 매진했답니다. 빈곤했던 시절, 어부들의 노력으로 바칼랴우가 포르투갈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오를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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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이 왜 이렇게 어두침침하냐고 묻자, 칠흑처럼 어두운 새벽 바다에서 일하던 어부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며 눈가가 뜨거워졌다. 어둑한 박물관에서 이른 세벽 묵묵히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가는 15세기의 어부를 만나기라도 한 것 마냥.


박물관을 나설 땐 왜 포르투갈 사람들이 바칼랴우를 ‘믿을 수 있는 친구(Fuel Amigo)’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도 난 내 식탁 위에 오른 바칼랴우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포르투갈 속담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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