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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쿠키 Jul 02. 2018

Day01. 뭐 했지?

20180701 S

비처럼 음악처럼. 본격 장마. 


1.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뭐했지? 워크플로위에 할 일 리스트를 가득 쌓아놓고 바쁘게 다녔는데, 막상 생각하니 떠오르는 게 없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하루를 그냥 보낸 것 같아서. 게다가 1일인데. 한숨이 나오지만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일단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2.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본격 장마다. 작년에도 이렇게 비가 왔나? 비가 오니 밭에 심은 작물들이 걱정이다. 비가 안 올 때는 안 온다고 노심초사 더니, 이제는 온다고 또 걱정.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는 수밖에. 올해 농사는 그야말로 '실험'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유기농 농사 실험이라고나 할까. 작물보다 더 성성하게 자라 있을 풀이 밉다. 타노스 같은 풀들. 


3. '멀고도 가까운'을 몇 페이지 읽고, 발리에서 사 온 커피를 내려마시고, 다음날 방송 원고를 쓰고(이번에는 부여와 창녕), 바탕화면의 무수한 파일을 1차 정리했다. 그렇군, 이렇게 자잘한 일을 했군. 


4. 맞다. 최근 나흘간 쌓인 먼지와 피로 때문에 몸이 맘을 안 들었다. 목요일에는 가평에서 강의, 금요일에는 춘천 썸원에서 수다, 토요일에는 구리에서 강의, 토요일 마무리는 직장인 밴드의 신바람 나는 공연에 푹 빠져 맥주를 들이켰으니. 2박 3일 흠뻑 빠져있다 현실로 돌아오는 날이었구나. 역시 애써 기억해 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하루. 일기를 쓰자. 당신 혹은 나의 일기 시작. 





* 멀고도 가까운 / 리베카 솔닛 지음 / 김현우 옮김 / 반비


p17

응급 상황이 닥쳤을 때 어머니가 전화를 거는 대상은 언제나 나였다. 한번은 왜 다른 형제들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고 늘 나만 찾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너는 딸이잖아." 그러고는 덧붙였다. "너는 온종일 집 안에만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잖아." 작가의 삶은 그렇게 묘사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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