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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스 Feb 18. 2020

여행에 관심 없다 빠져보니 달라진 생각들

칸쿤 여행을 계기로, 색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진 여행자의 이야기

20살의 나는 여행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친구가 졸업 후 무전 여행을 갔다 왔던 얘기를 해줬는데, 속으로 "굳이 왜 생고생을 사서 하지?"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21살로 넘어갈 무렵, 대학교 친구가 친구 여럿을 모아서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가보자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부터 독립하고 자취해서 한동안 지냈던 터라 여행 경비에 대한 지출이 더욱 큰 돈처럼 느껴져서 부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한 번 해보자, 친구들과 한 번쯤은 해볼 경험이겠다'라는 생각에, 나를 포함한 7명의 친구들과 함께 낯선 멕시코로 갔다.


당시 나에게 이 여행은 정말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이었다. 이 경험은 내가 여행을, 더 나아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바꿨다.

굳이 인생에서 신선함을 추구하지 않던 나는 칸쿤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들, 낯선 환경과 새로운 문화를 보고는, 내가 알던 세상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처음으로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즐겼던 순간이었다.

동시에 이 넓은 세상 속에 새로 안면을 튼 공간 한 구석이 생겼다는 것에 왠지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칸쿤 여행을 계기로, 여행을 통해 내가 아는 세상을 넓히고 싶어졌다. 그러다보니 은근한 여행 홀릭이 되어, 남미, 몽골도 여행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도 했다.

말이 더 필요 없는 우유니 소금 사막


특히 남미 여행은 다음 스크린샷의 채팅처럼 시작되었다..ㅎㅎ

이정도면 오랜만에 온 연락 역대급 레전드 ㅇㅈ?























더 나아가 (위 예시가 극적으로 보여주듯) 전반적으로 인생에 있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마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는 일반적인 테크를 탔을 듯 하다. 그렇지만 칸쿤 여행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넓은 세상을 더 알고 싶었고, 그만큼 해보고 싶은 경험도 많았다.

나는 내가 뭘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보다 진지하게 시작했다. 마침 우리 학교에서 무제한 휴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20년 후에 돌아온 학생도 있다고..


2016년 12월, 무제한 휴학을 시작한 나는 이후 이제 3년 반쯤 휴학생활 중이다.

그 사이 칵테일바에서 바텐더도 해보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처음 배워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해봤으며, 현재는 약 반 년째 여행 스타트업을 창업중이다. 자세한 썰들 차차 풀테니 관심 작가 눌러주세여

바텐더를 하던 때의 사진(좌)과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모습 (우)


아직까진 내가 걷는 길이 딱 맞다는 확신은 없지만, 대학 생활 초반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을 다양한 경험들로 내 인생이 풍부해져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설렁 이 길이 아니라면 어떤가. 길을 잃고 헤매고 돌아가는 과정도 여행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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