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또 가는거야 이 추운 날씨에" 그러게 말예요..
작년 설을 이르쿠츠크에서 보낸 나는 이번 설동안 또 러시아를 갈 준비중이다.
작년에 러시아 여행 중 횡단열차에서 만난 형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세상에 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또 왜 하필 또 추운 러시아에 가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3박4일동안 제대로 못 씻고 같은 옷 입고 보냈던 횡단열차도,
푸세식 화장실을 거의 처음 써보게 된 얼어붙을 것 같던 -36도(네, 영하 맞습니다)의 알혼섬도,
사실 몸 편한 상황은 아니라 그 경비면 호캉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 사이에,
횡단열차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던 설원 위로 붉은 해가 돋는 장면도,
여럿이서 모여서 참치캔과 라면 먹고 카드게임하던 시간도,
후지르마을 서쪽 끝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호 건너편에 노을이 지던 풍경도,
너무 인상적인 순간들로 각인되어버렸나보다.
여행의 그 빡셈 자체도 그립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인용하자면,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3일 동안 열차 안에서 인스턴트 위주 식사하고 샤워 못 하던 찝찝함도,
4~5겹 입고도 그렇게 추워본 적이 없어서 마지막 스팟 스킵하고
차에서 십여분간 말도 못 하고 오돌오돌 떨던 알혼섬 투어도,
편한 상황이 아니지만 그 자체도 불만이 생기기보다는 즐거웠다.
러시아 담으론 남미와 몽골이 그리운거보면 난 특히나 개인적으로 빡센 여행이 개인 취향인 듯 하다.
사실 지금 가장 가고 싶은 새 여행지는 카파도키아지만, 인도랑 아프리카도 여행간다면 내가 너무나도 좋아할 것 같다..ㅎ
여튼 약 1년이 된 지금, 러시아가 너무 그리워서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지난 주에 급하게 일정을 맞추고 항공편을 끊었다.
가기 전까지 열심히 일하다 쉼표 찍어두고, 오랜만의 추위와 아날로그의 세계로 훌쩍 떠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