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멀리까지 왔는데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어때서?-3

남프랑스의 꽃, 니스에서의 휴식

by 아르몽

이번에 쓸 장소는 바로 남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니스에서의 꿀 같았던 휴식을 쓰고자한다. 정말 내맘대로 뒤죽박죽 상황이지만 여름이고 왠지 바다가 생각나고 그러니 니스를 쓰지않을 수 없었다.

내 40일의 유럽여행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쉰 곳이 바로 니스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도, 그 햇살도, 바람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을 도시가 바로 니스였다.

20180416_192836_HDR.jpg 전망대에 무작정 올라가서 본 니스 전경

40일동안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비를 만났는데 가히 비를 몰고다니는 여행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파리에서는 크게 감기를 앓기도 할 정도였으니 무리한 일정과 지독한 감기로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계획해둔 스케쥴은 진행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감기약을 왕창 먹어가며 계속 강행군을 걸었다.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도착한 니스의 첫날도 비가 조금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흐린 날씨였다. 나는 역시나 또....라는 생각과 함께 무거운 짐을 놓기 위해 숙소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난한 여행객인 나는 대다수의 숙소를 도미토리로 예약했는데 그당시 니스 숙소는 혼성도미토리였다. 근데 갔더니 한국분이 계셨다. 항간에는 도미토리 한방에 한국인만 몰아넣는게 인종차별적인 행위다 이렇게 이야기하곤 사실 나는 한국인들끼리 묶어놓는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숙소에서 편하게 한국말로 떠드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날이 더워지면 외국인이 우리에게 느끼는 냄새처럼 우리도 외국인들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비위가 약한 나에게는 여름날의 유럽여행은 견디기가 힘들다...)


숙소에서 만난 친구는 나보다 어렸지만 세계일주를 꿈꾸며 여행중인 친구였다. 특별하게 계획을 짜서 온건 아니지만 무작정 발길이 닿는대로 움직이며 그렇게 유럽을 도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멋진 사진도 멋지게 잘 찍는 친구라 사진을 그리 잘찍지 못하는 내입장에선 내심 부러웠다. 그친구와 그 이후에 만난 다른 친구는 군입대전 유럽여행을 온 친구였다. 어린나이에도 자신의 목표가 뚜렷한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다음날 각자 오전일정을 소화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다른친구가 원래 저녁을 먹기로 한 동행이 있어서 총 4명이서 함께 먹기로 했다! 저녁이라고 해도 거창한게 아니라 그냥 피자를 사서 니스 해변에 앉아서 맥주와 함께 먹는 거였다) 함께 전망대에 올라서 니스 전경도 구경하고 동행을 만나 피자를 사러갔다가 니스해변으로 향했다. 화려한 조명은 없었지만 화려한 노을이 우리를 감싸며... 즐겁게 웃고 떠들며 피자와 맥주를 마셨다. (그

20180416_203849.jpg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정말 즐거웠다는 것만은 기억에 남는 하루

당시 먹었던 피자의 맛도 대화의 내용도 뚜렷이 기억나는건 아닌데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그 분위기만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낮의 니스해변이 궁금해졌다. 잠깐 보았던 해변에서 낮잠자는 고양이마냥 늘어져서 햇볕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기분좋아보였기때문이다.

20180416_202047_HDR.jpg 해변을 덮은 니스의 노을빛이불

그래서 그 다음날 나는 전날 음주의 여파와 여행의 피곤으로 늦잠을 자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롯이 니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아마 평소의 나라면 꿋꿋이 다 갔겠지만 어제 함께한 친구들이 모두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모습에 나 또한 계획했던 일정을 미뤄두고 하루 쯤은 맘대로 행동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책 한권을 들고 털레털레 니스해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를 보고 스타벅스에 냉큼 뛰어들어갔다. 다음 나라가 이탈리아였던 관계로 스타벅스가 없는 나라 이탈리아! (최근에 밀라노에 딱 하나 생겼다!) 내 최애음료인 자바칩프라푸치노를 들고 해변에 갔다. 니스해변은 큰 자갈들로 되어있어서 돗자리가 없어도 앉기편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닷바람과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들고 책을 보는 이 상황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따뜻하게 데워진 해변의 돌들과 내리쬐는 햇빛때문에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해서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웠다.

20180417_162307_HDR.jpg 이탈리아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스타벅스! 그렇기에 놓칠수없다!


사실 유럽에선 소매치기 걱정때문에 도저히 해변에서 잘 수가 없었는데 니스의 해변에선 나도모르게 깜박 잠이 들정도로 너무 아늑했다. 분명히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나는 낯선 타지에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태까지 지냈던 어느 숙소보다도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1시간이나 잠들정도로 편안했다. 잠에서 깨서 다시 책을 좀 보던 나는 책을 다 읽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20180417_190117.jpg 그동안 고생했던 샌들과 내 발

돌아가는길에 신고있던 샌들의 밑창이 떨어져버렸다! 대학생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선물해준 샌들이었는데 맘에 들어서 5년내내 여름동안 신었더니 결국 떨어져버렸다;; 사실 좀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그래서 어영부영 신발을 신고 숙소로 가서 신발을 보내주었다. 아쉽지만 안녕! 그동안 고생했어! 그렇게 평소랑 다르게 게으르게 여행했던 니스에서의 여행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로마로 갈 준비를 해야했다.

20180416_181031.jpg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선물같았던 니스에서의 추억! 정말 그 누구도 니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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