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최애가 있다.

최애, 타오르다-우사미 린 저 서평

by 아르몽


먼저, 미디어창비 측에 출간 전 소설을 먼저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평 이벤트의 일환으로 이 글을 적지만 꼭 이벤트가 아니었어도 한 번쯤 함께 공유하고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구체적인 감상평과 내용에 앞서 짧은 한줄평(?)입니다!


최애가 불타버렸다.


첫 문장부터 너무 강렬했다. 물론 일어에서 은어적인 표현을 우리말로 충분히 풀어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부드럽지 않게 번역한 점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최애, 타오르다’라는 이 소설은 단순히 연예인을 쫓는 청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 그때 그 시절의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최애, 타오르다’의 내용은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던 나의 최애가 온갖 논란에 휩싸이고 결국 연예계를 은퇴하고 일반인이 되어 살아간다고 하자

최애만을 쫓는 행위 자체가 곧 자기 자신이었던 주인공은 무너져 내리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나가기로 하며 소설은 끝난다.


나 또한 적지 않은 덕질 인생을 해왔지만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덕질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고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소설을 곱씹다 보니 꼭 덕질이 아니라 누군가를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 내 모습에 겹쳐 보니 처음보다는 조금 더 주인공의 태도가 와닿았다.

조금 부끄럽지만 내가 먼저 고백하자면 다들 그런 시절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20대 초반에 하던 사랑이 그랬다. 그냥 그 사람이 정말 내 삶의 중심이었다.

모든 생활패턴은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삶의 목적, 돈을 버는 이유 모든 게 다 그를 위한 시절이었다.

여러 이유로 나는 원치 않았던 이별을 맞이했고 나 또한 ‘최애, 타오르다’ 속의 주인공처럼 세상이 무너지고 삶의 목적을 잃은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그저 태엽이 감긴 인형처럼 이유 없이 목적 없이 삶을 반복했었다.)

‘최애 없는 인생은 여생일 뿐이다.’라는 소설 속 문장처럼 그냥 정말 주어진 남은 삶을 살듯이 살았다.

하지만 나 또한 주인공처럼 내가 사는 자세를 찾아 내게 맞게 천천히 살아와서 지금처럼 좋은 글을 만나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내 주변에 함께 해준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리라 믿고 싶다.


사실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전 제목만 보았을 때는 소위 말해 덕질을 좀 해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읽고 계속 생각해보니 그냥 누군가 아니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 어떤 것에 강렬한 애정을 품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처럼 연예인을 미친 듯이 좋아해 보지 않았으면 어느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고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 세대들의 덕질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엄청난 자본을 들여 덕질을 하기 때문에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한심한 짓거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이 좋아하던 그 대상이 내가 좋아하던 무언가라고 바꿔 생각하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주인공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진다.

마치 그 당시 내가 꼭 듣고 싶었던 말들로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을 위로하고 싶어지는

그리고 그로 인해 과거의, 아니 현재 상처를 받으며 자신에게 맞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도 공감과 위로가 되는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 전반에 걸쳐 은연중에 드러나는 우리 사회에서의 소소한 갈등들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몰입이 되는 게 많았다.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대화가 단절되어 가는 가족, 가족과의 대화보다 인터넷에서의 대화가 더 편한 우리의 모습, 현실세계에 애정이 없기에 온라인이나 닿을 수 없는 것에 애정을 쏟는 모습,

남들보다 조금 느리거나 뒤쳐진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가정의 정신적인 중심이 된 엄마의 부담감, 장녀에게만 적용되는 부담감 등 소설 내에 다양하게 자리 잡은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현실감을 강하게 이끌어내서 솔직히 조금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여러 방면에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올 법한 소설들로 10대에게는 덕질함에 있어서 공감을, 20~30대에게는 덕질하던 나에게 위로를, 40~50대에게는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 긴 소설이 아니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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