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의 발견

취미=경험

by 권동환

살아가는 데 있어 경험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어떤 경험이든 그 순간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뉘지만, 시간이 흐르며 결국엔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열매가 익어가듯이, 경험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현대인에게 있어 취미생활은 가장 큰 경험의 터전이다. 하지만, 말이 쉬워 ‘취미’이지, 하나의 취미를 완전히 터득하고 즐기기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어떤 취미든,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시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배워야 하는 구간’에서 포기해 버린다. “경험해 보니까 나랑 안 맞더라”, “시간이 없더라”는 말과 함께.

내 주변에 그런 구간을 견뎌낸 친구가 있다. 그는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취미 하나 없이 살았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취미는 달리기였다. 부인의 취미가 러닝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가 금방 포기할 줄 알았다. 요즘 러닝 동호회가 유행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인 열정으로 시작하기에, 그 역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년 만에 그는 12km 마라톤 대회에서 300명 중 4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누군가는 “원래 재능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 직장생활과 훈련을 병행하며 흘린 그의 땀을 알고 있다. 친구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전이었고, 기록이었고, 삶의 의지였다. 그는 결국 ‘배우는 구간’을 넘어 ‘즐기는 궤도’에 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그에게 건강한 취미를 선물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 여행과 버스킹은 오랫동안 내 일상을 채워준 소중한 동반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둘만으로는 내 삶의 결핍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그래서 또 다른 취미를 찾기로 결심했다. 낚시, 수상스포츠, 등산 등 다양한 것들을 고민했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몇 년의 고민 끝에 결국 내 인생에 두 가지의 새로운 취미가 더해졌다. 하나는 매우 활동적이고, 또 하나는 조용하고 고요한 취미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 두 가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부모님을 닮아 있다.


첫 번째는 오토바이다.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세계다. 아버지의 퇴근길은 언제나 아들과 오토바이와 함께였다. 일명 ”조용한 길“이라는 우리만의 드라이브 코스도 있었다. 어린 아이임에도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느꼈다.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우리 부자간의 추억이 선명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엔진 소리와 바람을 가르며 도로 위를 달릴 때, 나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자유를 느낀다. 도로 위에서의 고독과 속도의 스릴은 내 일상에 전혀 다른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무겁게 느껴지던 삶이 오토바이 위에서는 한없이 가볍다.


그리고 또 하나,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다도와 연극 같은 문화생활이다. 찻잔을 들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 무대 위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몰입하는 순간들은, 내가 너무도 쉽게 놓치고 살았던 내면과 마주하게 해 준다. 다도는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연극은 사람과 감정의 깊이를 알려준다.

두 취미는 너무도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정신없는 도시에서 살다 보면, 나조차 내가 누구였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릴 때, 혹은 고요한 찻자리에서 향을 맡을 때, 나는 분명히 나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취미생활을 선물해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글로써 전달하고 싶다.)


취미는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 되고, 삶이 되고, 결국엔 나 자신을 이루는 조각이 된다.

취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먼 곳에서가 아닌 주변을 통해 취미를 찾아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의 취미들이 그랬듯이, 누군가에게도 그런 경험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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